벼와 쌀 연구자가 잡지를 읽다가 든 생각
내가 좋아하는 '배민'의 Magazine F다. 식재료에 대해서 특집처럼 하나하나 내어 놓는다. 이번 호는 물고기.
이 책은 재미있다. 사진도 많고 시각적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책을 누가 읽을 것인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셰프, 식품 관련 사업자? 그런데, 일반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식재료와 요리에 관심이 많다면 말이다. 그래서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이 책을 왜 기획했을까요? 그리고 어떤 배경일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먹고 즐기는 것에 대한 투어가 시작된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요리를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듣는다.
원칙과 변형, 그리고 변화를 감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에는 파랗게 또는 약간 다른 톤으로 넣어 놓는 특별 세션이 있다. 공부해야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구성이 독특하다.
학자들이 공부한다면, 이 순서로 안 할 것이다. 저 중에 'Guide'만 소위 이공계 학자나 전문가들을 위한 부분이다. 보통 품종이나 재료 다양성이 소개되고, 각 재료들의 특성이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보기 전에 역사와 전통이 먼저 기술된다. 그리고 다양성이 설명된 이후에는 트렌드가 나온다. 마지막에 각 산업적 통계치가 나온다. 이 책이 어떤 목적으로 누가 읽도록 쓴 책인지 명확해진다.
학자들은 보통 이것을 반대로 기술한다. 산업적 중요성과 통계를 먼저 이야기하고, 기술적인 요소를 설명한다. 트렌드, 전통, 역사 부분은 아예 빠지거나, 다른 영역의 것이다.
보통 우리가 '융복합'이라고 하면, 이 모든 것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어떻게?'라는 부분에서는 늘 뒷전이고, 구체적인 담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나는 배민과 매거진F 편집진의 탁월한 편집 능력을 칭찬한다.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였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분명히 농식품 분야 종사자와 일반인들의 시각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각 식소재에 대한 모든 책을 구입하고 있다. 쌀을 연구하면서 '왜?'.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모든 식품에 관심이 많다. 식품은 세 가지 핵심이 있다. 육체의 에너지로서, 정신의 에너지로서, 사회의 에너지로서.
육체의 에너지는 '칼로리 혹은 열량'이며, 정신의 에너지는 '즐거움 또는 미학적 요소, 삶의 단계적 만족감'이고, 사회의 에너지는 '국부요 사회의 지속안정성 추구'이기 때문이다. 쌀은 주로 열량을 담당하는데, 앞의 것만 담당할수록, 가격의 하락 압박을 받으며, 두 번째 것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세 번째 것은 사회의 위기관리와 번영을 담당한다.
쌀을 연구하다가 보니, 밥상을 보게 된다. 밥상은 쌀과 부식, 그리고 식단은 전채 요리, 메인 요리, 후식이 있다. 한국의 전통 식단이라고 해서 이것이 예외는 아니다. 밥상은 쌀과 벼를 생산하는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밥상의 다양성은 지역의 자연적 다양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밥은 항상 그 자리에 비슷한 자세로 있지만 중앙에 위치하고, 반찬은 그 지역의 특산물로 채워졌다. 오히려 세상이 열리고 모든 식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먹는 게 비슷해졌고, 결국은 식단의 개념이 달라지고, 한 그릇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 포맷에서 자유롭지 않다.
훌륭한 식단의 생명은 '조화'다. 국과 나물, 고기와 생선, 양념과 음료가 함께 밥을 즐기게 한다. 이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쌀밥도 '밥'이고, 한 끼 먹는 것도 '밥'이라 한다. 단어와 그 해설이 한 가지 말로 표현되는 셈이다.
쌀을 연구하는 자는 그것과 함께 먹는 것도 동시에 이해해야 하는 셈이다. 그리고, 농민과 농업 생산자는 이러한 식단에 맞추어, 재배하고 사육한다. 소와 돼지를 치고, 고추와 배추, 무를 심는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밥상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조화 속에서 쌀과 밥을 해석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죄다 쪼개서 연구하고 공부하였다. 이제 농촌은 쪼그라들고, 생산물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한다. 농촌에서 어떻게 쌀과 다른 산물을 생산하는 지의 문제를 조화 관점에서 해석하는 이도 없다. 오히려, 이것들이 서로 경쟁한다.
쌀을 심지 말고 밭작물을 심으라는 정책이 그와 같다. 쌀 소비가 주는데, 주로 혼식을 할 때 활용되는 잡곡 소비가 늘리 만무하다. 집에서 밥을 덜 먹는데 김치 소비가 늘리도 만무하다. 쌀 줄이고 콩을 늘린다는데, 콩 소비의 대부분이 장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의 밥상을 생각하여 농사를 짓는 것은 소농의 미덕이다. 우리의 소농은 도시와 밀접하다. 사실상 오지가 없다. 소농의 밭의 구성물은 우리 식단의 모습에서 환원된다. 밥상이 달라진 것이 반영되어야 소농이 산다.
그러나, 대부분 식량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곡물 등의 소재화를 통한 식품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을 고려한다면, 소농의 구조는 맞지 않다.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HMR이나 반조리제품 등을 고려한다면, 전혀 다른 방식의 구성이 필요할 것이다.
매거진F는 전통과 역사, 고급 식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식재료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들이 어떻게 소재를 확보해서, 그것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느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보인다.
쌀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종자를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화와 가격 경쟁력 제고 두 관점을 늘 한 자리에 놓고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사회는 두 개의 트렌드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한쪽은 건강하고 맛있고 즐거운 식품, 그에 맞는 생산을 하는 농업 생산 시스템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모자란 식량과 칼로리, 물질 소재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농과 기업농이 모두 공존해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