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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Dec 30. 2023

장립종 인디카를 생각해 본다

쌀산업에 대한 단상, 그리고 인류에 대한 단상

https://www.forbes.com/sites/andrewwight/2023/12/26/indian-scientists-search-for-a-safer-greener-rice/?sh=5744f6a53923&fbclid=IwAR0wNC1Czx9isXaqnoU1vjfiS1YkegBuATxzcMl0pkbmsLCF7M-URQi4nMg


장립종 인디카 벼에는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립식량원, 권영호 연구사 등은 '밀양 360호'라는 벼에 있는 GS3 유전자의 역할로, 메탄 저감 능력이 강화된 벼를 개발했다는 보고를 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하였습니다. 이 유전자의 유전자형도 인디카 장립종형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쌀의 길이에 관련된 유전자가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메탄의 발생을 저감 한다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8-023-01872-5


아래 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최근에는 쌀을 섭취하여도 당수치가 올라가지 않는 것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벼연구소의 Nese Sreenivasulu 박사팀은 다양한 유전자원 중에서, 밥으로 섭취하였을 때, 혈중 당수치인 GI(glycemic index)가 많이 올라가지 않는 수집종을 찾았고, 이에 대하여 대대적인 홍보가 진행되었습니다. 보통 우리 단립종은 GI가 80~100 정도 올라간다고 하는데, 장립종인 인디카 중에는 그 이하인 60 정도 올라가는 계통이 많으며, 특히 향미인 Basmati 중에는 40~50 수준의 것도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24224420306294


또한 단백질 함량도 많이 차이가 납니다. 요즘은 저탄고단이라는 식문화가 생겨나고 있는데, 쌀 중에서도 인디카 장립종의 단백질 함량이 전체적으로 약간 높게 나타납니다. 제가 개별적으로 서산 간척지 등에서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일부 인디카 장립종 중에는 10~13% 정도 수준에서 나오는데, 최해춘 박사님의 '쌀을 알자'라는 책을 보면, 16% 정도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이 이미 잘 되어 있더군요. 우리나라 쌀 중에는 찰벼 중에도 단백질이 많이 나오는데 아마도 가공성을 고려하다가 보니,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것 같습니다. 보통 단백질이 많으면 단립종 자포니카에서는 밥맛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장립종 인디카는 주로 카레, 볶음밥 등 요리로 해 먹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죠.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gene.2020.00240/full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gene.2020.00013/full

장립종 인디카는 소스 베임이 좋아서 요리하기에 유리합니다. 그리고 밥을 지어 보면 다 푸슬푸슬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볶음밥 등을 할 때 기름을 과하게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담백한 볶음밥, 지방 섭취를 줄이는 볶음밥도 가능할 것입니다. 카레나 덮밥 등의 요리에도 적합할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wlswndgus&logNo=223127217877&parentCategoryNo=&categoryNo=10&viewDate=&isShowPopularPosts=true&from=search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많은 변화가 있는데, 남부지방인 해남에서 3년 정도 장립종 인디카를 재배해 보았고, 그것을 시중에 판매를 조금씩 해 보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로 앞으로 외국인이 급증할 것입니다. 한국인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대신, 유입 외국인도 많아지겠죠. 이미 국내 외국인이 2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이미 한국인 국적을 소유한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 국민이 된 셈이죠. 



그들이 사 먹는 장립종 인디카쌀들이 시중에 있습니다. 국내에서 건강하게 친환경적으로 우수한 경로를 통해 생산된 쌀로 인디카를 공급할 수 있다면,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국에서 사 오는 고급 식용 인디카 가격이 1kg에 8000원이 넘는데, 너무 높은 가격인 것 같습니다. 


세상은 참 많이 변하고 있는데, 10대 젊은 층은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찰기가 많은 음식도 잘 안 먹고, 과다한 당을 섭취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밥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속을 편하게 하는 특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당량의 탄수화물이 주는 에너지 공급 능력은 건강과 발육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포도당이 뇌활동에 필수적인 당임을 잊으면 안 됩니다. 밥을 먹되 좀 더 취향에 맞는 식생활에 걸맞은 밥을 제공하는 것이 공급을 담당하는 생산자와 품종 개발자의 역할일 것입니다.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3/12/07/7GRGHMODZBCHRHK5OIUU6FK5T4/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0/12/25/OJEZ67MTFVFLBMUKBTMPGIUNC4/


요즘은 한 그릇 음식으로 밥을 먹습니다. 덮밥이나 라면에 간단히 말아먹거나 합니다. 간단 요리로 된 태국음식을 포함한 레토르트 음식도 많이 나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쌀이 외국산 수입쌀이라기보다 국내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것은 중요합니다. 탄소발자국도 줄이고 더 나아가 논 생태계를 지켜서 생산기반도 확보할 수 있지요.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2327


기후변화가 때로는 우리에게 위기가 되기도 하지만, 굉장한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장립종 인디카는 우리에게 이미 중요한 벼입니다. 1970년대 가난한 우리나라가 충분한 식량, 특히 쌀의 공급 면에서 혁신을 가져오게 한 '통일' 품종이 바로 단립종 자포니카와 장립종 인디카의 결합이었죠. 


장립종 인디카는 매우 높은 생산 잠재력을 가집니다. 단립종 자포니카보다 쌀이 더 많이 생산됩니다. 그러나 추위에 약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토착 병해충에 약합니다. 당시에는 쌀의 품질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많이 달라서, 우리 국민들의 일상적인 식량으로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죠. 그리고 재배 위도가 바뀌면 꽃이 안 피기도 합니다. 그런 여러 가지 문제는 이제 품종개발에 대한 과학기술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기후도 바뀌고 취향도 바뀝니다. 너무나 다이내믹해서 기존의 품종개발 기술 속도나 비용 가지고는 다양성을 충분히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미 국제벼연구소와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 엄청나게 높은 수준과 충분한 양의 유전자 정보와 계통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벼 유전자원도 포함해서죠. 

https://gigascience.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2047-217X-3-7


품종개발을 위하여 너무 넓은 땅과 비용, 인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다한 기술력을 쓰지 않더라도 다양성을 키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품종을 개발할 때, 과하게 순수 과학기술을 적용하거나, 과도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종자 시장은 매우 빈약합니다. 정부가 돈을 대어 개발하는 체계가 주류여서, 얼마나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잘 모릅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품종을 만드는 데 꽤 대단한 비용이 들어가고, 그 비용에 대해 국민들이 세금의 형태로 지불하고 있습니다. 

https://www.integratedbreeding.net/


쌀 품종을 개발하는 데 과거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1) 소비자의 선택 (2) 산업 소재로서의 선택 (3) 국제 경쟁력 (4) 기후변화 등 새로운 환경에 따른 재배방식에 적합성 등입니다. 이것은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민간과 대학 등 다수의 민간 부분의 성장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1) 유전자원 관리 (2) 국제협력 지원 및 교류 (3) 신규 병해충 예찰 등 민간이 할 수도 없고 하기도 힘든 영역이죠. 


쌀의 식탁에서의 비중도 작아졌습니다. 이제는 식당에 가도 쌀밥을 안 먹거나 가장 마지막에 헛헛하니 먹는 디저트와 같이 되었습니다. 생산자들(농민과 쌀산업 종사자들)은 쌀가격이 하락하니 걱정이고, 차별성이 떨어져서 걱정합니다. 정부는 쌀이 남는다고 걱정하죠.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있는 현행 시스템이 힘겹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and.com/arti/culture/culture_general/7961.html


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우리나라 농민의 수는 약 4%, GDP는 약 2%. 그중 쌀이 농민의 가계 안정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정부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책적으로 원만한 변화를 꾀할 영역일 것입니다. 그런데, 환경 측면에서 쌀산업의 역할은 긍정적으로는 수자원 보존, 다양한 논생태계 생태자원 보전 등에서 중요하며, 자칫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메탄 발생 등에서 재배법 혁신, 활용 품종 개발 등으로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쌀산업은 99% 이상 기계화된 영농으로 진행되며, 농민 1인당 쌀생산성을 우리나라가 100이라면, 일본도 80 전후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쌀이 남는 것이죠. 쌀산업을 보존하지 않으면 파생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과 자연환경 복구, 농촌 거주 환경 복구 등에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쌀산업을 보존하는 측면에서도 쌀은 계속 생산해야 합니다. 

https://www.atlasbig.com/en-us/countries-by-rice-production


그리고, 쌀이 남는다고 무엇이라고 할 것이 아닙니다. 당장 옆나라 중국은 앞으로 세계 식량을 싹쓸이하고도 모자란 식량의 반밖에 못 채운다고 시진핑이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쌀은 전략형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고, 국제적 원조 방식으로 크게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생산력과 단가를 낮출 정도로 많이 생산하는 역발상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연료, 원료, 식료, 사료, 비료를 '5료'라고 해 보겠습니다. 이것들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이들끼리 물물교환만 가능한 세상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이제는 쌀에 대해 전향적으로 바라볼 때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쌀을 생산할 수 있는 민간 기관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는 보다 대승적으로 큰 부분에서 지원과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농업의 여러 부분에서 보이는 '모두가 모든 일을 하는' 그런 상황을 어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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