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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Feb 26. 2024

지구를 살리는 식물이야기 - P(인)에 대하여

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매우 복잡하다. 
스톡홀름 복원센터에서 제시한 지질생물화학적 위기에 대한 그림. 아래쪽의 붉은 것이 질소와 인 문제다. 

https://www.stockholmresilience.org/

위 사이트를 방문해 보기 바랍니다. 기후변화, 자원위기, 생물다양성 위기... 무엇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우리 세상에서 위기라고 여겨지는 것일까요?


오늘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막 출판 전 사전 공개된 우리 연구실 논문 하나를 소개합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214662824000148?via%3Dihub&fbclid=IwAR3xgyDVZ4XSS7aQnPPylTgAddcHYJToIHmjJL8MvOZ0V1evDpdiMPTvYU4



새로운 논문이 accepted 되고 나서, 단지 24시간 안에 print proof 상태로 바로 공개되었네요. 


Enhancement of rice traits for the maintenance of the phosphorus balance between rice plants and the soil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인산은 앞으로 지구상 가장 중요한 원소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원소는 뭐니 뭐니 해도, O죠. 산소입니다. 물과 생명을 주는 원소, 그러나 너무 많으면 죽음을 주는 원소죠. 삶과 죽음의 원소입니다. 


그리고 H가 있습니다. 모든 에너지는 H에서 나오죠. H는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이자, 실제 모든 에너지를 그 H의 전자에 담고 있습니다. O와 H가 결합하였다가 떨어지는 것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들이 붙고 떨어지면 acidity라는 묘한 일이 생기고, 그 사이에 다른 원소들의 세상이 변합니다. 


아마도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C일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생명체는 C와 O, H가 결합되어 사슬로 만들어진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런데, C가 O와 만난다는 것은 바로 '죽음'의 기체를 연상시킵니다.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그런데,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먹을 것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자연의 녹색은 '생명'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식물도 밥을 먹지요. 식물은 C, O, H를 주로 대기와 물에서 얻고, 이 사이에 N과 P, K를 양분으로 삼아 살아갑니다. 질소 N은 공기 중에 있는 것이 번개 등을 맞아 합성되어 떨어지는데, 인간이 아주 큰 에너지로 합성해서 주지요. P는 광물에서 나옵니다. 생물의 뼈가 껍데기 등에 있거나 농축되어 광물로 캘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이 중에서 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는 광합성을 하는 모든 식물과 조류 등에게 필수적인 원소입니다. 그런데, 사실 P는 에너지와 관련이 있는 ATP, 생명의 코드인 DNA, RNA, 그리고 세포막과 세포벽, 많은 수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만들며,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물에 녹아서 pH를 조절하여, 다른 원소의 운명을 결정하는 역할도 합니다. 


N은 단백질의 주 성분으로 식물의 밥이라면, P는 기능과 감각에 관련된 많은 역할을 수행하므로, 어쩌면 식물의 비타민 같은 것이라고 비유하곤 합니다. 그런데, N과 P가 세상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했습니다. 한쪽은 너무 부족해 탈이고 다른 한쪽은 너무 많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은 것입니다. 특히 P에 대해서 생각해 봤지요. 만약, 식물이 흙에서 인을 아주 잘 흡수한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흙에 과잉으로 남아 있는 인을 잘 제거하여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흙에 딱 붙어서 쓰지 못하는 인을 잘 떼어서 쓰는 능력이 있다면, 인산 부족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흡수된 인을 식물이 그냥 식물체 안에 남겨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도로 다시 땅으로 모두 돌아갈 테니, 인 과잉으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작물은 그렇게 흡수한 인을 우리가 활용하는 작물 부위로 효율적으로 이동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인산이용효율'이라고 부릅니다. 


인산이용효율은 흙에서 식물체로 얼마나 잘 흡수하느냐, 그리고 흡수된 인을 (곡물의 경우) 얼마나 종자로 만드는데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연구자들이 그간 이 둘을 잘 구별하지 않고 활용한 바도 있고, 이 둘에 대해서 나누어 생각해 보는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이 문제를 더 세밀하게 나누어 볼 필요가 있으며, 그에 따른 지금까지 밝혀진 유전자를 그룹으로 나누어 살펴보았습니다. 


한편, 인산은 주로 비료로 사용되는 phosphate(Pi)와 산소와 결합태가 다른 phosphite(Phi)가 있습니다. 식물은 phosphate를 활용할 수 있지만, Phi는 거의 활용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 두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면, Phi는 천연 제초제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작물이 Phi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이 가능하다면, Phi는 오로지 작물만 이용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니까, 잡초들은 영양결핍으로 죽고 말 것입니다. 이것을 도와주는 미생물이나 유전공학 방법을 생각해 보거나, 야생벼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달았습니다. 


또, 미생물 중에 P를 식물이 쓸 수 있도록 하는 mycorrhiza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들은 식물 뿌리에서 식물과 공생하면서, 식물이 P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실제로 약 2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식물에 P이 잘 흡수되면, 건조에도 강해지고 결실도 더 많이 맺습니다. 이들을 잘 활용하면 아마도 다가오는 '인산재앙'에서 많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 연구실은 물을 20% 정도 절약하는 80% 포장용 수량 조건에서, 일반 인산 시비량보다 반을 줄여도 수량성이 유의하게 떨어지지 않는 벼 계통을 개발했습니다. 포장에는 mycohrriza가 많습니다. 이들의 공생도 중요한데, 물이 약간 마른 상태에서 더 왕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과 화학비료를 줄이는 것은 메탄 발생을 줄이는 탄소저감 농법에도 맞습니다. 


그리고, 한편 2030년만 되어도, 세계적으로 인산부족 상황을 항시적으로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인산 부족 상황에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 논문은 그것을 다루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산 부족에 대비하는 작물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산 비료의 제형과 재배법, 미생물 공생 등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한쪽은 너무 많아서, 다른 한쪽은 너무 적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2030년 이후에는 부족한 인산, 그나마도 몇 나라에 국한된 인산, 더욱이 광산업과 배터리 등 무기질 인의 소비가 늘어나는 국면에서, 식물의 밥인 인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해질 것입니다. 


어느 분이 그러더군요. 우리나라는 인산이 남아돌지 않냐고. 토양의 특성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토양은 비료 기를 잡아두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을 우리는 retention potential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동쪽 산간지는 retention potential이 낮아서, 비료를 몇 년 안치면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비가 오면 비료기가 쫙 빠지면서 금방 하천이 녹조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인은 참 어렵고도 복잡한 원소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원소지요. 세상의 오묘한 이치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인이 부족하면 식물들은 살아갈 방도를 찾기 시작합니다. 세포벽이나 세포막을 만들거나 에너지를 합성하는데 불리하므로, 화학적인 방어 메커니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물질들을 우리가 애용하곤 하는데, 그것을 '항산화물질'이라고 부르는 것들입니다. 식물이 먹지 못해 죽을까 봐 만들어낸 물질들이 우리에게 '항노화물질'로 이해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이것은 다음 논문에 써 볼까 합니다). 


세상 좋아졌습니다. accept가 되고 바로 온라인으로 공개하여, 사전 심사를 받게 하네요. 피드백이 오면 printproof에 반영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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