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위기?열대벼와온대벼를 이해하자

인디카와 자포니카는 그냥 생물학적 분류이지만, 의외로 중요하다

by 진중현


벼는 크게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나누어진다.


Kato라는 일본의 과학자가 1900년대 초에 벼가 자라는 생태적 환경, 벼의 외형과 쌀의 모양, 교잡을 했을 때의 불임성 등을 바탕으로 장립형인 '인디카', 그리고 쌀알이 짧은 단립형인 '자포니카'로 나누었다.

20040307000000103.jpg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04/03/07/2004030700000.html

인디카와 자포니카라고 하니, 벼가 인도와 일본에서 유래되었느냐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벼'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기원이 다양하게 생각된다.


만약에 벼를 Oryza sativa라는 종의 탄생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인도 북부, 네팔, 힌두스탄, 인도차이나 등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벼를 실제로 재배하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더욱이 벼의 기원이 인디카형을 원형으로 하는 한 가지였는지, 지금 우리가 말하는 자포니카의 원형은 인디카와 다른 그런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더욱 이야기가 어려워진다.


현재까지 국제사회에서 가장 넓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은 아마 한 가지 원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일원론'이고, 그 기원지는 인도와 인도차이나 어디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도차이나의 지협을 넘어오면서 좀 더 다른 벼가 되어가고, 중국의 양쯔강을 건너 비로소 단립종인 '자포니카'와 같은 벼가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이론을 근거 삼아, '자포니카'는 틀린 말이고, '시니카'가 옳다고 했으나, 생물의 분류는 그것을 처음으로 이름 지운 학자의 권위에 의존하므로, 처음으로 시도한 일본 학자에 의하여, '자포니카'로 받아들이고 있다. 절대로 '자포니카'가 일본벼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벼가 지금도 야생에 분포하고 있는 Oryza 속(벼속)의 식물들에서 유래한 것이 확실하다는 가정을 하게 되면,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2017년에 발표한 논문을 참고하면, 야생에 있는 벼의 친척들에서 인디카뿐만 아니라 자포니카에 특이적인 어떤 염색체 단편들이 모든 수집 벼의 친척에서 발견된다는 것이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722-016-0368-1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현대 자포니카 벼에만 있고, 인디카 벼에는 없는 어떤 염색체 단편이 벼 속의 식물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야생벼들은 대부분 현재 열대지방에서 사는데 말이다.


이것은 적어도 벼의 기원지가 하나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내용은 2020년에 와서야, 중국의 학자들에 의하여 인용되었다. 중국에서 벼 진화 연구에 권위 있는 그룹에서 인용한 것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기분이 좋다. 이 논문을 제출하는데 10년의 시간 동안, 3번의 거절 끝에 출판된 것이기 때문이다(더욱이 연구비도 500만 원의 도움뿐인 개인 연구로 진행되었다).


https://www.frontiersin.org/.../10.../fpls.2020.555572/full


인디카와 자포니카가 별도로 진화했다는 것이 그럼 도대체 무슨 의의가 있는 것일까?


이상하지 않은가? 왜 열대벼인 벼 야생종에서 현대의 온대벼인 자포니카에서만 나오고, 열대벼인 인디카에서는 나오지 않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가설로 지금 동북아시아가 열대지방처럼 더웠던 때가 있었고, 오히려 열대지방이 온대처럼 서늘했거나, 아예 벼 속 식물이 살 수 없었을 때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벼 속 식물들은 한동안 지금의 인도차이나에서 살다가 동북아시아에 올라왔다가 다시 열대지방으로 내려가면 된다. 아주 재미있는 가설 아닌가? 그중 각 지역에서 떨어져 나간 벼들이 자포니카로 인디카로 개별적으로 분화되어 진화한 것이라면?


국제적으로는 중국 유래설을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에, 공교롭게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쌀 재배 유적은 우리나라 충청북도 소로리에서 나왔고, 이것은 세계적으로 공인받은 것이다. 국제벼연구소 박물관에 가면 가들어가자마자, 가장 오래된 벼재배 유적은 한국 소로리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이야기는 중요한 논쟁이 되는 사항이다. 아래 일본인이 쓴 두 번째 글을 보라.


https://en.wikipedia.org/wiki/History_of_rice_cultivation


https://heritageofjapan.wordpress.com/.../south-korean.../


벼의 기원 이야기는 우리 인간 문명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고, 또, 그 이면에는 세계 기후변화도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 인간과 동물이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는 과거와 달랐는지도 모른다.


그럼, 더 쉬운 것 하나 보자.


아래 사진은 내가 오늘 찍은 인디카벼들의 꽃이 핀 사진들이다. 2주 전에는 자포니카벼의 이삭이 만발하더니, 오늘은 인디카벼들이다.

인디카는 쌀알의 길이와 폭의 비율이 크다. 다시 말해, 쌀알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더 길어서 길쭉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쌀을 둘러싼 벼꽃의 영도 길쭉해서 그렇다.


인디카 재래종들을 보면, 벼가 전반적으로 더 길쭉해 보인다. 잎도 더 연하고 줄기도 더 길쭉하고 가늘어 보인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꽃이 피었을 때, 튀어나온 수술의 수술대도 더 길어 보이고, 수술의 끝에 붙어 있는 꽃가루방도 길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탄수화물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길이 쪽 생장이 더 많이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길이 생장 후, 폭과 두께 생장이 덜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열대지방의 벼들을 우리나라에서 길러 보면, 가을의 일교차가 커서 그런지 열대 지방에 있을 때보다 더 통통해 보이고, 우리 벼를 열대지방에서 길러보면, 수확기 때 밤에 호흡량이 많아서 그런지 더 길어진다. 물론 모든 벼 품종이 동일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을 갖곤 했다.


아래 세 개의 품종은 다른 것이다. 어떤 것은 꽃가루방이 작은데, 그것은 쌀알도 작다. 꽃가루방이 큰 것은 대체로 쌀알이 크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꽃가루방이 크면 꽃가루도 많고 툭 치면 엄청난 양의 꽃가루 때문에 공기가 부옇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디카를 우리나라에서 자포니카와 함께 길러서, 하루 중 꽃가루가 터지는 시간을 보면, 해가 좋을 때 아침 10시쯤이면 이미 터지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인디카의 꽃가루 터지는 온도가 자포니카의 그것보다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열대지방의 여름은 우리나라 여름보다 최고기온이 낮다. 연중 기온과 강수량의 차이가 우리나라보다 열대지방이 더 작다. 그것이 꽃가루가 터지는 시간대의 차이로 나타난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우리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에 대하여,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온대벼인 자포니카를 먹는 우리가 기후변화를 겪어서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열대벼를 활용하거나, 그 유전자를 활용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름이 고온으로 시달리는 시점의 열대지방은 이미 지옥이다. 더욱이, 열대벼인 인디카는 자포니카보다도 고온에 약해서 이미 전멸 직전의 상태다. 즉, 우리가 고온으로 식량위기를 겪는 시점에서 열대지방의 쌀은 이미 끝난 상태다.


도리어 열대지방의 벼들이 고온에 강한 특성을 우리 자포니카 벼에서 가져가 활용해야 할 수도 있다. 아니, 실제로 인도의 육종가들은 자포니카벼를 자신들이 먹는 인디카벼에 교잡하고 육성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재래벼인 aus라는 벼 계통에서 그 유전자들을 찾아 쓰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세계의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쌀 생산 측면에서 열대지방의 도움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이 내가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보아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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