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오늘 나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과 그 마음을 보았습니다

by 진중현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 많이들 아실 겁니다. 갤럽조사 2006년도 판에 의하면, 85위를 했다네요. 좋아하시는 분들은 노래 한번 듣고 가도 좋겠습니다.


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59


https://www.youtube.com/watch?v=g8YSNFG3rmI



오늘 나는 우연찮게 특별한 사람을 만나서 꽃을 새롭게 보았습니다. 아니, 그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미 제가 익히 알았던 사람인데도, 그렇게 달라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래 동영상을 한번 보세요. 저는 이 국화를 보고 감탄하고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모양에, 심지어 놀라운 색의 반전까지 있는 꽃이 있다니요!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은 이 국화를 개발한 우리나라 최고의 품종개발자(육종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2009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해외 농작물 로열티를 매년 220억 원씩 지출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장미를 포함한 많은 화훼류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MYH20190510003200038


그런데, 2010년에 이미 우리나라 국화 품종 '백마'를 개발하여, 2009년에 이미 328만 송이를 수출하고, 2010년에 350만 달러 가까이 수출하며,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 자국의 품종의 인기를 압도할 정도였죠.


https://www.nongmin.com/plan/PLN/SRS/34329/view


임진희 박사는 현재 세종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도, 거의 매일 광주 곤지암의 농장과 온실의 국화를 돌보고, 우리나라 화훼수출사업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거의 벼를 비롯한 몇 가지 작물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서, 꽃에 대한 막연한 '동경'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었죠.


세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저 먹기만 하는 인생이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즐거움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작물이 바로 '꽃'이죠. 따라서, 진정으로 잘 사는 사회라면, 식탁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정도는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https://www.joongang.co.kr/article/1210217#home


예전에, 제가 외국에 있을 때, 제 독일인 보스였던 Dr. Sigrid Heuer가 부부의 날에 집에 어서 안 가냐고 했습니다. 제가 깜짝 놀랐던 것은 보스가 저 몰래 책상에 꽃을 한 다발 놓고 갔더라는 것이죠. 아내에게 가져다주라고요. 저는 이러한 섬세한 배려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그전까지는 뭔 꽃이냐, 그것도 생명인데, 씨앗도 맺지 못한 그런 것을 꺾어다 주는 것이 뭔 사랑이냐 했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OLiYSQxGpc


한 번은 봤을 만한 저 캠페인. 그냥 보면 별로였겠지요. 그러나, 오늘 익히 잘 알고 있던 임진희 교수님의 열정을 확인하는 순간, 제 독일인 보스가 겹쳤습니다.


사실, 초청을 받고 들어가는 순간, 임진희 교수님께 어떤 작은 선물을 할까 했습니다. 꽃을 연구하는 분에게 꽃을 드린다만큼 우스운 일도 없지요. 그런데, 그 생각밖에 나지 않아서 선물도 준비 못했습니다. 그런데, 행사장 주차장에서 딱 마주친 그분! 그분의 손에는 꽃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도적 투명성이 부족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청탁 금지법이 생겼지요. 그래서, 화훼 사업이 힘들다고 합니다. 아래 기사를 보면, 좀 의아한 측면이 있습니다. 청탁 금지법의 여파가 산업별로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훼 업종은 당시 뉴스의 분석에 따르면, 개인카드 사용은 오히려 늘었다고 하네요. 법인카드 사용량이 많이 줄어서 전체 화훼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고 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우리의 삶의 수준이 계속 올라가니 개인 소비자의 일상적 구매는 오히려 늘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0922132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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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jpg 꽃은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제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꽃들이 테이블 위에, 또는 뜰 정원에 있는 것입니다. 무슨 화환이나 선물, 경조사에 쓰이는 그런 모습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꽃을 보면서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케아는 가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면에서 정원과 꽃의 비중을 높게 치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넓은 공간에 펼쳐진 화분과 꽃병 진열대를 볼 수 있지요.


다운로드.jfif 이케아의 화분 진열대 - 여기에 꽃이 만발한다면?
maxresdefault.jpg 이케아의 또 다른 화분 진열대 - 이 안에 더 많은 꽃이 있다면?


어떤 이들은 꽃에서 나오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걱정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육종된 꽃들은 화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더군요. 정말로 개발된 국화의 안쪽 암술/수술 부위에 꽃가루가 생기지 않는 '웅성불임'을 활용한 꽃들이 개발되어 있어서, 꽃가루가 생기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꽃이 시들어서 귀찮아하는 분들도 있지요. 그래서 꽃이 잘 시들지 않도록, 자신의 꽃가루를 받아 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자가불화합성'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꽃의 수명이 더 오래가도록 합니다. 이것들은 모두 GMO가 아닌 자연에 있는 것으로, 육종가들이 오랫동안 그러한 특성을 아름다운 꽃에 도입하여 육성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자가불화합성이 무엇인지, 그것이 국화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동영상을 보셔도 좋으나, 일반 독자는 도전적인 내용이므로, 우와 이런 게 있구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육종한다는 것이 이렇게 난이도가 센 공부를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원저자께서는 유튜브에 올리신 것으로, 소개하는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사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CsIgCD7S90




정말 아름다운 국화들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변화무쌍함을 경험하는 화훼 육종가는 정말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화는 홑꽃과 겹꽃이 있는데, 겹꽃의 육종은 더더욱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하여 별도의 전략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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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귀한 것도 보았습니다. 국화의 꽃가루를 옮기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오늘은 국화의 암술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노란 Y처럼 생긴 것이 암술머리입니다. 여기에 꽃가루가 묻을 텐데, 이렇게 조그마한 것이 숨어 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국화의 암술머리 사진입니다.


국화는 겹꽃 구조로서, 한 개의 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렇게 생긴 것이 하나의 꽃으로, 그렇게 많은 꽃들이 무수히 많이 한 개의 덩어리('총포')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국화는 특이하게도 암술과 수술이 한 개에 있던 것이 수술은 많이 퇴화하고 암술이 살아 있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꽃가루를 만드는 것이 알레르기도 일으킬 수 있고, 꽃을 시들 수 있게 하기 때문이죠.


국화를 근접 촬영해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로 저렇게 많은 꽃들이 하나하나 따로 성숙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 모든 꽃들이 함께 지고 피게 하는 것은 대단한 기술일 것입니다.

국화를 근접 촬영해 보니, 붙어있는 꽃들이 조금씩 터지면서, 그 안의 암술머리가 보입니다.




국화 육종도, 화훼 육종도 과학입니다. 심지어 아름다움을 복제하는 과학이죠. 보통 굉장히 아름답고 즐거운 것들을 대할 때, 우리는 '취한다'라고 합니다. 그저 한 톨에 불과한 쌀이 술이 되면, 우리는 막걸리나 정종에 '취합니다'. 포도알 한 알에 불과한 것이 숙성하면, 우리는 와인에 '취하죠'.


꽃 한 송이의 힘은 우리를 그 향기와 아름다움에 '취하게' 합니다. 그저 먹고 배부른 것, 안전한 것, 만족하는 것 이상의 '취하게 하는 힘'이 꽃 안에 있습니다. 적당히 취하게 되면 즐겁습니다.


국화과인 밀크시슬을 육성한 EL&I 심지형 기술대표와 함께, 국화육종가 임진희 교수님을 뵈러 갔지요.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국화 가득을 안고 나타나셨습니다. 아름다움을 만들고 개발하는 두 여성은 국화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지만, 저는 그 꽃을 안고 나타난 육종가 임진희 교수님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 중 누가 더 아름다울까요?

제목 없음.jpg EL&I 심지형 기술대표(왼쪽)와 국화 육종가 임진희 교수(오른쪽)


잠시 화훼의 과학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화훼야 말로 '이미지 분석'을 정밀하게 하고, 소비자 선호에 대한 육종가의 해석이 결합된다면, 정말 강력한 기술적 육종이 가능하겠구나 직감했습니다. 요즘 모든 것을 '디지털화'하고 경험과 관습을 벗어나, 데이터와 과학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농업'을 하자고 합니다.


품종 개발도 이렇게 디지털화하자고 합니다. 그 핵심은 생물의 유전자 정보, 표현형 정보, 환경정보, DNA, RNA, 단백질 정보를 모두 활용하여, 그것을 AI 알고리즘으로 해석하여, 시스템적으로 개발하자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어마어마한 정보와 데이터 개발 비용으로 육종한다고 하니, 그 실효성과 효율성에 대하여, 각 작물별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이토록 복잡하고 대단한 작업을 작물 한 가지 한 가지마다 얼마나 적용 가능할까요? 그 실효성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 소비자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도도 생각해 봅니다. 더 다양한 꽃을 제공하려면 오히려 전문화된 소수의 육종가여도 다수를 개발할 수 있는 데이터적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 사업 현장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아름다움'이고, 그것을 '인지하는' 시장 환경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꽃만큼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봅니다.


더욱이, 꽃은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AI 기술의 핵심은 표현형입니다. 꽃의 각 개발 단계의 이미지를 체계화하고, 그 부모관계를 육종가가 잘 정리하면서, 소비자의 취향을 지표화한다면, 이것만큼 강력한 '디지털 육종'의 실리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작물이 얼마나 있을까 합니다.


그런데, 혹자는 그럴 것입니다. 시장이 '부패방지법(속칭 김영란법)' 때문에 위축되었는데, 무슨 그런 작은 시장을 바라보고 그런 것을 하느냐고. 저는 아직도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개인 소비자들의 취향과 소비 수준이 위축된 것 맞느냐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요즘 시장은 안 보이냐고. 그리고, 부패방지법으로 아름다움과 위안을 주는 꽃을 '부패'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은 사람 아니냐고.


세상을 밝게 할지, 어둡게 할지 결정하는 것이 정책이라면,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그리고 세상을 밝게 할 수 있는 희망의 꽃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려운 화훼 산업을 지키고,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화육종가 임진희 교수님을 보니,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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