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멥쌀, 찹쌀, 흑미, 검은콩 등을 깨끗하게 씻어서 물에 충분히 불린 뒤 은행은 팬에 기름을 조금만 두르고 흔들어 가면서 파랗게 볶아 내어 종이 타월로 속껍질을 제거하고. 밤은 껍질을 벗겨 2등분이나 4등분으로 자르고, 잣은 고깔을 제거해서 준비하고, 대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발라내고 4등분 합니다. 대나무에 불린 쌀과 콩을 넣고, 그 위에 은행, 밤, 잣, 대추 등을 올린 후(내용물이 통의 절반을 넘지 않도록 담고), 소금 간을 한 물을 재료 위 2cm까지 붓습니다. 그런 다음 대나무 통을 한지로 덮고 종이끈으로 묶어 압력솥에 넣고 찐답니다."
담양에서 대나무통밥 집을 운영한다는 김점례 씨가 신문에 인터뷰하면서, 죽통밥을 만드는 법을 설명한 것이다. 죽통밥은 왜 맛있는 것일까? 다양한 재료들을 쌀과 함께 담아서 죽통에 담으면, 죽통 자체가 갖는 고유한 향도 함께 배어 들어가 밥이 맛있어진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밥을 짓는 방법은 압력을 가하여 찌는 것이니 압력밥솥의 원조라 할 만하다.
사실 죽통밥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필리핀의 한 식당에서 먹었던 Bamboo rice의 맛과 향을 잊지 못하겠다. 우리는 보통 장립종이라고 하면 푸석푸석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1980년대 쌀을 베트남에서 대량으로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지게 된 편견이다. 급하게 쌀을 수입하다가 보니, 밥맛에 적응할 시간도 없었겠지만, 상대국에서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저급의 쌀들을 수출하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필리핀의 전역에서 발견되는 죽통밥. 쌀을 대나무 안에 넣고 불로 밖에서 굽듯이 열을 가해 밥을 짓는다. 사진출처: Shuttlecock
보통 이런 죽통밥에는 향이 살짝 들어간 쌀을 쓰며, 그냥 밥을 짓더라도 괜찮은 식감을 가진 쌀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 죽통을 활용하여 압력을 가하면, 찰기가 더 생기는데, 그 적당한 찰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든 필리핀 사람이든 모두 선호하는 적당한 수치의 찰기인 것 같다.
'밥이 맛있다'는 것에 미치는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가 먹는 자포니카 벼인 단립종은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몇 지역에서만 주로 소비되는 탓에, 식미에 대한 소비자 다양성에 대한 연구가 과학적으로 진행된 바가 별로 없다. 그런데, 장립종인 인디카벼는 다양성이 매우 크고, 소비하는 국가와 민족이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넓게 분포된 탓에, 쌀과 밥의 향과 맛에 대한 다양성 연구가 매우 자세히 진행되어 있는 편이다. - 지난 브런치 글을 참조해 보라.
장립종의 경우에는 쌀과 밥의 선호도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많은 나라에서 외관(종자의 길이와 폭, 색도, 때깔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이런 것이 균일해야 선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맛과 향은 크게 보아 서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 쌀 자체의 물리적 특성이 이화학적 특성보다도 더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것은 당연하게 생각되는데, 쌀이 지나치게 무르거나, 밥을 졌을 때 심하게 퍼지거나, 입에 넣어서 굴러다니는 느낌 또는 너무 진득거리는 느낌 등이 더 중요하게 생각될 수 있고, 그것은 물리적 특성으로도 거의 다 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에게 쌀을 판매하는 위치에 더 가까운 도정업자들 입장에서는 쌀의 도정률이 중요한 법이고, 그것은 곧 물리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 특성에 대한 만족도가 어느 정도 충족되게 되면, 사람들은 조금 더 구별되는 것을 찾는 법이다. 그것은 소비 수준과 소비 행태에 따른 영향이 크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구별점의 화룡점정에 '향'이 있다.
쌀이 온라인 구매 의향 1순위다. https://www.food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561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을 통하여 가장 많이 구매하고 싶어 하는 농산물은 '쌀'이라고 하며, 이것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 이후에 그 양상이 더 심화되었다.
왜 뜬금없이 향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온라인 판매 순위를 이야기하느냐 하면, 1994년에 아마존 등이 온라인 판매라는 것을 시작한 이후, 품목이 계속 변하더니, 온라인에서의 농산물 판매 및 구매 양상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행태와 수준이 달라졌다는 데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 주력 상품이 식료품을 포함하고, 매출액이 상당하다. 왜 그럴까? 출처: 서울대 문정훈 교수
'취향 중심'의 시대, 온라인 구매의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구매 행위에 있어서, 간편성과 동시에 정보성을 요구한다. 다양한 상품을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게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고, 상품 구매 과정에서 '기대감', '구매 과정', '첫인상', '소비 후 후기', '응용방법'은 물론 '주변의 의견'과 '이후 구매 의향', 심지어는 '보다 더 나은 상품을 위한 경영적 충고'까지 다양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구매 플랫폼 자체가 소비자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도 끌어낼 수 있지만, 실제로 소비자는 플랫폼에서 '펀슈머(Fun+Consumer)' 로서 적극적인 소비,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시장은 소비자에게 재화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와 유통업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는 상품이 얼마나 소비자에게 유용한가를 설명하는 것을 뛰어넘어, 소비자를 얼마나 '돋보이게' 하느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서울대학교 FoodBiz랩의 문정훈 교수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양성'이 어떻게 소비자에게 호소력이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다양성의 어떤 것이 소비자에게 호소력이 있을까를 고민함과 동시에, 그런 생각이 '쌀과 밥'에서도 먹힐까 하는 의문점들이 있었다.
'관여도'를 이해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왜 'sexy'한 상품을 구매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문정훈 교수의 강의자료에 본인의 의견을 가함.
관여도를 먼저 이해해 보자. '관여도는 경영학에서 소비자 행동론의 개념 중 하나며, 특정 상황에 있어 자극에 의해 유발되어 지각된 개인적인 중요성이나 관심도의 수준을 뜻한다.'라고 위키백과에 설명되어 있다. 나는 '자극에 의한 유발'이라는 부분에 주목한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쌀과 밥'에 대하여 덤덤하고 평가를 잘하지 못한 것은 우리 식생활에서 쌀과 밥이 '수동적'인 위치에 있었다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그러한 사정을 이야기하자면 막막하니, 그 이유는 여기에서 이야기하지 않겠다.
자, 그럼 어떻게 '쌀과 밥', 아니 지금부터는 '밥과 쌀'이 소비자에게 능동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그것은 오감을 전부 활용하는 접근이다. 과거에는 쌀과 밥을 개발하는 주체가 정부이다가 보니, 보통은 이런 식이었다.
과거 신문지상에서 새로운 쌀이 개발되었다고 홍보했던 정부기관의 기삿글. 그것은 지식 소비자가 보통은 농민이었기 때문인데, 모든 쌀 산업 이해관계자를 모두 배려한 처사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선에서 쌀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농업생산자 조직은 이런 홍보가 별로 도움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쌀은 여전히 보통 단립종 백미다. 그게 주식이기 때문이다. '신품종이 나왔는데, 어떤 기능이 있다'라는 홍보는 농업경영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의 쌀이 어떻게 더 맛있는 밥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했다.
나아가 '어떤 밥을, 그리고 어떤 쌀을 소비자가 원하나?'라는 질문으로 치환되며, 소비자가 원하는 밥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쌀 품종'은 도대체 무엇인가가 더 관심사였다. 소비자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에 관심이 적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소비자는 쌀에게서 어떤 것을 원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소비자는 쌀에게서 적당한 수준으로 값싸게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이 저렴한' 칼로리와 더불어 '그래도 하루에 한 번 먹는데 제대로 된' 밥 한 공기를 원한다. 밥에 담긴 인문학적 가치와 그 역사, 문화, 사회적 의미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다만, 여러분은 대체로 이런 시각에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죽이나 하면, CJ햇반의 광고 카피가 '집밥 같은 한 끼'인가.
결국,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은 꾸준히 성장한 온라인 판매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환경에서, 각 생산주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생산한 쌀과 밥의 장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된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양성의 끝판왕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품종이다. '지역 x품종 x브랜드 + 문화/스토리' 이런 전략을 잘 갖춘 상품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 이제는 '쌀과 밥'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시대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서울대학교(고희종 교수팀)에서 개발한 '거대배아미'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쌀품종(서농6호, 서농8호)를 처음 판매를 시도했을 때에는 온라인 플랫폼도 없었고, 청년 농업, 벤처농업의 이름도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장점을 마음껏 자랑하고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농민이 다른 농민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궁극적인 다양성의 끝판왕은 무엇일까?
그것은 '품종'이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품종. 무엇이 훌륭할까? 그것은 소비자가 찾는 것. 그럼 어떤 것을 찾을까? '확 끌리는 것'? 자, '베스트셀러'일까, '스테디셀러'일까?
여기서 시각을 옮겨 보자. 당신이 농민이라면, '스테디셀러'를 생산할 것인가, '베스트셀러'를 생산할 것인가. '아키바레'와 '고시히카리'는 전통적 강자였다. 사람들은 쌀 품종이 뭔지도 몰랐다. '아키바레=쌀'이라는 등식이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고시히카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IR64'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Mega-variety'라고 하는 전통적인 강자로서의 쌀 품종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래서 품종 차별화보다는 재배와 유통, 포장에서의 혁신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게 상품을 내어 놓는다. 이 품종들은 당연히 '스테디셀러'다. 농민들과 도정업자 입장에서도 품종을 바꾸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당연히 가만히 두면 '스테디셀러'를 심는 게 당연하고, 그게 경영적으로 가장 좋은 전략이다.
그런데, 앞에서 서술한 대로, 취향의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하나 더, 인구증가와 자원위기, 기후변화가 한몫 더 한다. 이제 과거에 자기 동네에서 재배하던 쌀이 더 이상 더 좋은 수확량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을 개량하자니, 과거처럼 좋은 수량을 내게 하자니, 품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자니,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 여력이 없고, 너무 복잡하다.
국제기관에서 바라본 시각에서, 새로운 품종의 수명은 3년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가 보통 받아들여지는 국제 상황에서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새로움을 계속 추구하는 한, 그리고 소비자가 품종의 차이를 인지한다면, 신품종의 수명은 더 짧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다양성의 끝판왕인 '품종'은 어떤 장치를 가져야 할까. 일단 정말 좋은 '첫인상'이 필요할 것이고, 잘 설계된 마케팅 전략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올려줘야 하며, 지나치게 많은 지역에서 생산되면 안 될 것이다. 위 뉴스에서 '십리향'의 예를 들면서, 향미의 면적 증가량이 미미하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게 맞는 젼략일 것이다. 어차피 상품의 수명이 짧지 않을까?
실제로, '향미 열풍'을 끌어낸, '골든퀸 3호'를 비롯한 주요 향미의 생산량은 몇 개의 지역에 국한되어 생산되며, 아마도 단일 지역에 생산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드피아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향미 차세대 품종을 개발하여 내어놓고 있다. '향미'에 있어서만은 패권을 쥐고, 브랜드 충성고객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생산량과 유통량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해당 품종 파이프라인에 포함된 사람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일 것으로 이해한다.
'골든퀸 3호'는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 상품이 되었다고 본다. 그것은 품종이 갖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향'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여기에 물리적인 우수성과 외관, 그리고 씹힘성의 개량이 가능하게 한 '중간적인 찰'의 특성의 조화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개발-생산-유통'의 전문화가 중요하다. 기능보다 첫인상. '특성, 포장, 정보전달 방식'의 3박자.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지금처럼, 생산품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그런 시대가 왔고, 그런 상품들이 잘 팔리는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면도 있다. 그리고,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취향 분석을 통한 기존 쌀 품종과 앞으로 개발될 쌀 품종에 대한 '소비자 시각의' 프로파일링이 엄격하게 진행되어, 그 정보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제공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정리된 품종들이 적절한 프로모션 전략과 만나면, 다수의 민관 개발자들의 '섹시한 베스트셀러'가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품종-생산-유통'의 플랫폼을 타고, 다양한 모습의 밥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