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쌀과 밥 이야기(2)

지금까지는 잘해 왔는데,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까?

by 진중현

* 대문의 사진은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61521001 에서 따왔습니다.


쌀, 어떤 단어가 떠오릅니까?

"이제는 우리 먹고살만하잖아! 쌀은 충분히 남지 않나?"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테지만, 의무적으로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물량만큼, 딱 그만큼 남고 있다고 보면 맞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자급하고 있는 수준은 쌀의 필요량 100%에서, 남기도하고 모자라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정책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의무수입물량만큼 남는다라는 것은 참 복잡한 이야기에도 하고, 농산물은 계절적으로 1년에 1회 정도 생산이 되어 수급이 되기 때문에, 1년 내내 꾸준히 소비하는 패턴과 안 맞아서 늘 문제가 됩니다.

"아니, 왜 풍년이라는데 쌀이 비싸지는 거야? 또, 왜 흉년 같은데 쌀값이 떨어지지?"

정책은 늘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쌀은 전 지역에서 생산되어 모으고 평가하고 저장하고 판매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농산물은 시장경제학으로만 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쌀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공기처럼 물처럼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것이라, 그 가치를 가늠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물도 공기도 그것이 더러워지고 오염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그 가치를 평가하고, 돈을 내고 사 먹어야 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연히 식량의 가격은 낮게 유지되어야 하고, 일단 대량생산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시장에 대해 생각을 놓는 순간부터, 어쩌면 위기는 시작됩니다.



'식량위기'

잊어버린 줄 알았던 1970년대 풍의 단어가 50년이 지나서, 신문에 종종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언론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2008년 이후에는 아예 매년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동남아, 남아시아, 아프리카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비교적 경제성장을 잘하고 있는 대국인 중국, 호주나 유럽에서도 종종 나오는 단어입니다.


식량위기를 이해하는 데 가장 열쇠가 되는 작물은 '쌀'입니다. 세계 인구의 반이 주식으로 먹고, 밀, 옥수수, 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작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작물들은 교역량이 많은 반면, 쌀은 별로 교역이 잘 안되고, 자기 나라에서 생산하여 대부분 소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것은 쌀의 생물학적 특성과 관련이 깊은데, 물을 많이 사용하여 기반시설이 필요한 작물이어서 저수지나 지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한 자리에서 농부가 이동하지 않고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벼재배가 지역에 특화되어 단순한 농산물 이상의 사회문화역사적 가치를 갖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작물에 비하여, 보다 더 인문학적 역사적 가치가 강조되고, 공공의 가치기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런 데서 유래합니다.


또, 쌀은 밀과 옥수수, 콩 등과 달리, 사실 수확한 후, 알곡만 털어내고 껍질만 벗겨내면 바로 먹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 다른 작물들은 가루를 내거나, 기름을 짜는 등, 다양한 가공이 필요한 편이죠. 그렇다 보니 자본력이 필요한 기계들이 동원되고, 그렇게 되면 기업 참여가 활발해지죠. 이러저러한 이유로 쌀은 기업화도 잘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말입니다. 쌀을 먹는 나라들이 전부 인구대국입니다. 그 말은 인구 부양능력이 있다는 말인데, 그것은 아마도 충분한 열량을 공급하는 데다가, 한자리에서 재배되는 특징 때문에 빠른 속도로 농사기술이 발달되고 도시화가 가능하게 하는데, 가장 적합한 작물이었다는 말도 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렇게 보수적인 쌀이 변화를 겪을 때가 되었습니다. 어떤 변화일까요, 그리고 그 변화는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또 어떤 길을 향해 가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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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차트를 볼까요. 우리나라는 쌀이 남는다고 하지만, 세계 쌀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가장 관심을 갖는 회사에는 바이엘과 같은 다국적 회사도 있습니다. 위 표는 사실 벼 종자 시장의 성장을 말합니다. 벼 종자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은 쌀 자체가 자본과 상업적인 거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예전보다 벼 종자를 더 많이 구입할까요?


종자를 구입해서 생산성이나 어떤 특성에 큰 기대를 해야 가능한 일일 텐데, 주요한 이유는 생산성 증대입니다. 특히 장립종(인디카)은 잡종강세 현상에 의한 생산성이 증대합니다. 잡종강세 육종에 대한 이해를 한다면, F1 종자를 매번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bC80UmDlnk

잡종강세에 대한 설명입니다. 9급 공무원 용인데, 적당히 무엇인지만 알아보세요.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쌀의 외관, 향, 찰성, 맛, 기능성 등에 대한 기준이 많이 올라갔는데, 거기에 농민들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어마어마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단 잡종 벼 생산뿐만 아니라, 우수한 벼 품종에 대한 소비경향이 발생하고 있어서, 아주 균일하고 우수한 쌀을 생산하기 위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도 됩니다.

제목 없음.jpg 작물의 생산액은 '자동차+반도체+의약품' 생산액에 맞먹는다. 작물의 시작은 씨앗이니,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2008년에 저는 외국에 있었습니다. 그때 'Rice Crisis'라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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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충격이었으나, 이 이후에도 여러 번 반복된 사건이었죠. 필리핀에서 정부가 쌀을 거의 배급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을 봤으니까요. 2014년 이후에는 아예 매년 세계 곳곳에서 '식량위기'는 그냥 일상적인 용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 당시에, 밀은 130%, 콩은 87%, 쌀은 74%, 옥수수는 31%가 뛰었다고 하네요.

식량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하여 아주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수요 부분에서 발생하지요. 그런데, 이후에 다양한 변수가 작동하지요. 패트릭 웨스트호프의 '식량의 경제학'에서는 바이오에너지, 기후변화, 트렌드 변화 등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국제정치, 환율, 투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식량 가격이 단순히 남으면 싸지고 모자라면 비싸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 이 책을 잘 읽은 셈입니다.


농업경제학은 일반 경제학과 구분되어야 하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농업경제학을 일반 경제학(특히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학)과 구분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가 감히 말해 봅니다.


경제학에 일천한 제가 이해하는 작은 소견으로는, 경제의 3요소가 '토지, 자본, 노동'인데, 농업경제학은 '토지', 특히 '원자재와 생산기반'에 초점을 둔 경제학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본과 노동에 과하게 치우친 관점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구할 것을 달라고 하면, 다 주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Mother Nature는 정말 아름다운 존재죠! 그러나, 아이가 커져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하여, 엄마의 모든 것을 다 빼앗는 것은 아닐까요? 어찌 되었든, 다른 식량작물과 마찬가지로 쌀도 시장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식량 가격 폭등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daily_sun_Mother_Nature-ds_picture.jpg https://www.daily-sun.com/post/486509/Is-Mother-Nature-Trying-to-Tell-Us-Something
108089258.3.jpg 우리는 지구에 있는 '뻐꾸기'일까요? - 뻐꾸기는 '탁란'이라고 하여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 그 새끼가 원래 둥지 주인의 도움으로 성장합니다. 사진: 동아닷컴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2008년의 경우, 다른 나라들은 폭동과 절망의 시절을 보내고 있던 때, 우리나라는 열심히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오른쪽 아래, 우리나라의 쌀 수입량을 보면 조금씩 오르고 있지요. 그것은 우리나라의 쌀 의무수입량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 기반이 부족하고 아직 가난한 시절의 쌀 수입물량의 변화를 한번 보세요. 얼마나 극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목 없음.jpg 우리나라도 1970-80년대에는 식량수급이 불안정하고, 그것이 전체 경제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08년에 어땠을까요? 아래 기사글을 보니,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었군요. 2008년에 우리나라도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여파가 적었지요. 그런데, 이때 많은 나라들은 '밥걱정'부터 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요.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1/11/709521/


어떠한 형태든 경제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가장 큰 고통은 '식량이 부족'해질 때입니다. 그래서, 어떤 큰 문제가 발생했다 싶을 때에 사람들은 식량 사재기부터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2008년에 식량 사재기를 했던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식량을 공급하는데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수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들은 왜 그것을 잘 모르고 지나갔을까요?


저는 일단 우리나라의 우수한 쌀 생산능력을 꼽고 싶습니다. 1인당 쌀 생산성이 100kg 수준으로, 일본의 75kg, 호주의 25kg 수준을 넘어섭니다. 더욱이 우리가 먹는 쌀은 단립종(자포니카)이라, 국제적으로 교역량이 적은 것이죠. 즉, 다시 말해 국내 생산성이 1인당 필요 소비량보다 적정한 수준이 높으면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2015년 이래로 국민 1인당 소비량이 60kg 수준이니, 생산성 측면을 고려하면, 여유분이 많아 보여 감당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사견입니다.


제목 없음.jpg 출처: AtlasBig


잘하고 있는데, 왜 그럼 뭐가 문제라고 여기까지 이 긴 글을 썼을까요?


문제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아주 낮다는 점, 그리고 1인당 쌀 소비량이 2015년 이래로 줄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합니다. 더욱이 소비자들이 더 좋은 쌀을 구별하고 있는데, 국내 생산품은 그 기준을 따라잡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고,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쌀 생산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같다는 점이죠. 여기에 우리나라의 쌀개방은 분명한 사실이고, 외국의 쌀 생산기업들과 종자기업들이 우리나라 시장을 포함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시장에 아주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죠.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7161521001



그리고 관련 기사를 보고, 저도 극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캐롤런은 저서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The Real Cost of Cheap Food>에서 미국에서 저렴하게 유통되는 농산물의 가격은 상당부분 유사시에 식량을 무기화할 수 있도록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투하한, 실제로는 ‘값싸지 않은 상품’이라는 논지를 펼칩니다. 토지 재생력 저하, 농약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을 고려하면 그 음식의 ‘진짜 가격’은 한층 더 비싸지겠지요. 그리고 그는 “적정 가격의 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식품 체계”를 추구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 심화 현상은 우리에게 사회 분배 정의에 대한 경각심도 환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실제로 식량생산과 연구개발에 얼마를 투입하고, 그것이 효율적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농민1인마다 보조금을 지급하여 생산하는 방식이 보다 효율적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갖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수도권에 살고, 농업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이러한 문제와 위기에 대하여 다음 글에서 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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