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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중현 Nov 07. 2022

국제벼기능유전체학회를 다녀오고

앞으로의 벼와 쌀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이번 국제벼기능유전체학회는 태국 푸껫에서 있었다
우리 연구실의 대학원생 Ian Paul Navea는 온대지방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트레스 저항성을 강화시키는 장립종 벼 개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태국 푸껫에서 있었던 ISRFG. 벼 연구에 있어서 가장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학회로, 주도하는 인물들은 현대 벼 유전체학의 영웅들이었고, 참여국들을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학회다. 


주요 참여자들이 이제 노인들이 되어간다. 이 학회의 중요 인물 중 한 분이었던 Hei Leung 박사가 암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셨다. 과거의 용사들을 겨우 몇 분 만날 수 있었다. 


아침 식사 테이블에 가 보면, 세계 벼 유전학과 유전체 연구의 대가들이 떠들썩하게 앉아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겨우 3-4명의 대가들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Rod Wing, Kenneth McNally, Jan Leach 등의 석학들과 간단한 인사와 대화는 나누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학교 이용환 교수님이 도열병과 벼 상호작용과 진화에 대한 굉장한 발표를 해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체코 출신의 과학자가 표현형 연구를 위하여 공명현상을 활용한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 중국과 한국 측 참석자가 적어지고, 과거의 용사들께서 참석이 적어 조용했다. 이제 이 학회가 얼마나 더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해 봤다. 


벼 연구는 새로운 국면이 필요하고, 연구 방법과 목표에서도 획기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유전체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육종학에 적용할 것인가. - 생물정보학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유전자 중심이다. 


2. 표현형과 계통, 유전체를 연결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3. 육종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저가 신속 표현형 조사법은 어떻게 개발할 수 있는가. 


4.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트레스 저항성, 고수량성, 탄소배출 저감형 벼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특히, 4번의 내용에 관심이 많았고, 이에 대하여 처음 얼굴을 보는 분들도 많았는데, 내용이 단편적이고 딱히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원래, 이 부분은 IRRI(국제벼연구소)가 제시해야 할 부분인데, 아직도 기관의 역량이 예전 같지 못하다. 이 학회에 육종 분야의 리더나 연구소의 리더가 참여하지 못한 까닭이다. 


개인적으로, 이제 벼는 기존 표준 식물로 고려되었던 애기장대풀(arabidopsis)과 함께 기본 식물의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는 틀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벼는 세계적인 식량작물이지만, 딜레마가 있다. 메탄 발생을 유발하는 논 생태계를 가지고 있어서, (주로) 서양 쪽 연구자들로부터, 기후변화의 주요인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으며, (주로) 서양과 남아시아 쪽 연구자들은 당뇨 및 탄수화물 과잉 섭취에 의한 비만의 주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집단을 가지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생물 중 하나인 벼가 글로벌한 수준의 연구를 끌어가려면,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는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 벼와 쌀이 어떤 희망이 될까라는 메시지 전달이 명확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이번 학회에 아프리카가 왜 빠졌을까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아프리카에서는 벼와 쌀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의 '이스리'도 한몫하고 있다. 왜 벼가 그곳에서는 중요할까? 


벼는 재배할 때, 기지현상이 없다. 한 자리에서 계속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담수 환경이 식물 간 경합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또는 병해충 등을 제거해 주기 때문이 가장 주요하다. 그래서 도시화되어 가는 산업 생태계에서 적합한 측면이 있다. 


물관리와 비료 활용만 원활하다면, 인구 증가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 모델에 적합한 작물이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그런 방식으로 성장했다. 


쌀은 재배 후 섭취까지 비교적 단순한 체계를 가지고 있어서, 품질에 대한 매우 높은 기준만 아니라면, 경제 성장 속도에 발맞추어 빠르게 활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식량원이다. 


유전자 이야기는 다른 학회에서 해도 되지만, 왜 벼와 쌀이어야 하느냐 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벼 전문 학회가 지속되는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식물의 표현형 분석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제시되었다. 파동의 공명을 활용하는데, 식물마다, 다른 유전자형을 갖는 식물마다 구별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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