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쌀이 왜 다른 곡물보다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리 다루어지나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생산자와 정부는 저리도 심각한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쌀(사실은 볍쌀) 자체의 생산, 소비, 수급을 정부와 국가 기관이 거의 다 진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식량작물에는 볍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도 벼 이외에도 주요 식량작물을 법으로 관리해 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나라가 많이 성장했고,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고려해야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관점을 돌려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아래 단국대학교 홍운표 교수의 글에 따르면, 쌀과 붙는 단어는 앞 글자에 'ㅂ'이 받침으로 붙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은 뒤의 단어는 '살'에 가까운데, 앞의 'ㅂ' 때문에, 된소리가 되어 '쌀'로 발음되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경상도 지역은 '살'로 발음하지 않는가.
그런데, 실은 '쌀'이 벼에서 생산된 곡물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곡물에도 붙는다. 조에 붙으면 '좁쌀', 옥수수에 붙으면 '옥쌀', 수수에 붙으면 '수수쌀', 보리에 붙으면 '보리쌀'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사실, '쌀'이라는 말 자체가 곡식에서 빻아내어 먹게 된 식재료를 의미하고, 그렇다면 '쌀=식량'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이것은 쌀을 익혀 만든 '밥', 쌀을 생산하는 식물인 '벼'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데, 영어로도 'rice'라는 한 가지 단어에만 대응하므로,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하게 생각된다. 그러나 정확히 하자면, 'rice'는 벼와 벼에서 생산된 것들만 의미하며, 한자인 '稻'도 정확히 벼 식물체 유래만 말하게 된다.
한편, 밥은 말 그대로 식사 또는 주식을 의미하며, 현대에 와서는 밥을 짓는데 주로 사용되는 '(흰) 쌀밥'을 의미하게 되었다. 밥은 영어로 'meal' 또는 'staple food'이므로, 훨씬 더 범위가 큰 말이 된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주식과 밥의 의미가 변한다면, '쌀밥 = 주식'이라는 등식은 맞지 않게 된다. '쌀'의 원래 의미와 '벼에서 생산된 쌀'을 다시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현대에 와서 '쌀자급률>>식량자급률' 상황인데도, 사람들은 '볍쌀=식량'이라는 착각을 한다.
식량은 볍쌀뿐만 아니라, 우리가 열량과 영양분을 얻기 위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이유는 우리가 볍쌀보다 훨씬 많은 것(약 80%)에 해당하는 곡식을 직간접적으로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볍쌀=식량'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다, '볍쌀(혹은 현재 우리가 말하는 쌀) <<<<<< 식량'이다.
따라서, '식량자급률'이나 '식량자족률'이나, 어느 관점에서 든 간에, 생각을 볍쌀에 머무르면 안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과거의 가난을 벗어나 경제력이 왕성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육류, 생선, 채소 등 모든 부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제, 이렇게 비중이 작아진 '볍쌀'을 정부의 영역에서 좀 놔주고, '식량, 곧 전통적 의미의 쌀' 영역으로 확장하여,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식량자급률'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많은 분들이, 이미 식량의 대부분을 우리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데, 그것이 대부분 볍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자면 벼를 더 생산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에 대하여 고민하여야 한다. (나는 식량자급률 개념에 대해서도, 식량자족률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최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일부 국민들의 대체적인 착각이다. 그럼, 어떻게 생각을 전환할까? 기업을 포함한 민간 섹터가 볍쌀을 포함한 식량작물 수급에 적극 참여하도록 법제와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프로모션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자 트렌드와 국제적 양곡 수급 변화를 반영하는 시장의 상황이 잘 반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