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의존적 식탁 일기
조미료가 가져온 우리 집의 긍정적인 영향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집에서 다 같이 음식을 준비하고 차려먹는 식사시간이다. 그 중심엔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있고 사실 우리 집 식탁을 완성해주는 재료는 MSG 조미료다. 우리 집에서 이 조미료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집에서 자주 해 먹는 음식은 ‘국’류인데, 중학생 때 엄마가 해주는 깊고 진한 맛의 김치찌개의 맛을 따라 하려고 수 없이 시도해 봤지만 그 맛이 나질 않았다. 씩씩대며 똑같은 김치를 사용했는 데도 깊은 맛이 나질 않는다며 엄마에게 방법을 물어보니 조미료를 살짝 첨가해보라고 하신다. 하지만 당시 조미료가 몸에 해로운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았을 때라서 주저하다 크게 용기를 냈고, 한 스푼 소심하게 솔솔솔 뿌려낸 후 휘저어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크게 먹어보니, 아니 이 맛은... 우리 엄마의 음식 비결은 이것이었나!
엄마의 음식 비결을 알고 성인이 된 후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앉아서 먹다가 문득 말했다. “엄마 요리실력이 부쩍 늘었네! 엄청 맛있어~ 혹시 조미료 넣은 거야?”
주부 경력이 몇 년인데! 이제 이별했다.
그런데 왜 여전히 엄마의 음식에선 깊은 맛이 날까? 내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요리만 20년 넘게 해 봐라. 내 손이 조미료지!”
물론 아빠의 손길이 닿은 음식에도 예외는 없다. 거의 완성된 국물에 마법에 가루만 살짝 넣으면 맛이 기가 막히는 덕에 아빠는 요리에 쉽게 흥미를 붙이셨다. 국물을 한 숟갈 입에 넣자마자 퍼지는 감칠맛에 우리는 서로 감탄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역시 msg야...!”
조미료는 우리 집 부엌의 문턱을 없애주었다. 가족 구성원 누구나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고 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 봄엔 미나리를 잔뜩 넣은 오리탕을, 여름엔 시원한 미역 오이냉국을, 가을엔 온 가족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겨울엔 얼큰한 추어탕을 끓인다. 물론 깊이 있는 맛을 위해서라면 조미료는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MSG를 무턱대고 넣었다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맛이 1-2% 부족한 음식과 만날 때 그 시너지를 발휘한다. 즉, 기본기가 있는 요리와 만날 때 완벽한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기본기가 있는 요리를 한다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 같이 맛있게 먹다가 나오는 첫 질문은 “조미료 넣었어?”인데, 그 질문에 그렇다고 하면 “역시 너무 맛있다!”라는 칭찬을 하고, 아니다고 하면 “엄청난데?”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맛있는 요리가 있다면 모두 칭찬을 이끌어냄으로써 서로의 요리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음식에 조미료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도 덕분에 각자 잘하는 음식이 하나쯤은 생겼다. 아빠는 비빔밥, 엄마는 찌개, 나는 김밥. 멀리 떨어져 있는 요즘에도 종종 ”아빠가 해준 비빔밥이 먹고 싶다, 엄마가 끓여준 국이 먹고 싶다, 딸이 싸준 김밥이 먹고 싶다”라고 이야기하며 보고 싶다는 말을 대신한다.
결과적으로 조미료를 넣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이용함으로써 맛있는 음식을 먹을 뿐만 아니라 서로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나눠먹는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같이 요리를 하고, 간을 보고, 함께 도란도란 밥을 먹는다. 건강에 해로운지 아닌지를 떠나 MSG는 조미료 그 이상, 우리 가족의 행복한 식사시간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의 가루가 아닐까.
혹시나 MSG가 우리 건강에 해로운 건지 알아보고 싶다면 지식백과를 참고하자.
https://m.terms.naver.com/entry.nhn?docId=3575674&cid=58949&categoryId=58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