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획한 대로
전시를 보고 카페에 들러 반납할 책을 읽고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다.
전시를 잘 보고, 카페에서도 자리를 잘 잡아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대각선 맞은편에서 들려온 짧은 통화가
나의 평온을 깨뜨렸다.
짜증 섞인 목소리가 내게로 전해지며,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이대로 가면 오늘 집에 가는 시간이 너무 늦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만이 피어올랐다.
사실 오늘은 모든 계획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 사람의 부정적인 기운이 나에게 전염되어,
잘 흘러가던 내 하루에 스스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부정이 마치 내 감정인 것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지만 잠시 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도착 시간이 조금 늦어져도 큰일은 아니고,
남은 책을 다 보고 가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사고 싶었던 곳에서 복권도 사고, 하루가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던 날이니까.
나는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기운을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의심도 저항도 없이.
그러나 오늘처럼 다시 생각해보고 부정을 떨쳐내는 것이,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기본인 내가 그나마 세상을 편하게 살아가는 방식임을 살면서 깨달았고 그게 맞는 방향인걸 배워가고 있다.
그치만 생각하는 속도는 조금 더 빨라져야 함을 안다.
너무 느리다. 부정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