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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전 Jul 16. 2024

가장 빛나는 시기

무엇이든 때가 있다.



무엇이든 때가 있다.






예전에 집 근처 공원으로 운동 겸 걸으러 갔다가, 우연히 을씨년스러운 나무가 나의 눈에 들어왔었다. 나무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그게 무슨 나무인지 몰랐다. 언제였는지 뚜렷하지 않지만, 2월 즈음이었을 것이다.




이름도 몰랐던 그 나무는 가녀린 나무 기둥 위로 더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이파리도 하나 없이 우산처럼 늘어져 있어, 그 모습은 마치 머리를 풀어헤쳐 산발하고 있는 듯했다.


묘한 분위기의 나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너무 못생긴 나무쟎아. 왜 저렇게 험상궂게 생겼을까' 강렬한 인상의 나무를 보면서 저런 나무를 왜 심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 해 가을에 공원을 지나며 다시 보았던 그 나무는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매혹적으로 붉은색의 단풍이 수양버들처럼 하늘거리며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니 뭐가 이렇게 예쁘지?' 나는 감탄했다. 나무 이름이 공작단풍이란 것도 그때 알았다. 수양단풍이라고도 했다.


순간 깨달았다


'그렇게 추해보이던 나무였는데, 이렇게 변신을 하다니. 너무 아름다운 나무였네!'

'모든 나무들은 꽃이 피든, 단풍이 들든, 한 때는 다 아름다운 때가 있구나....'






그 뒤로 여러 번 공원을 지나다니며 을씨년스럽게 서있는 공작단풍을 보아도 이제는 전혀 추하게 보이지 않았다. '저 시간을 견디어야 또다시 날아오르는 시간을 맞이하겠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쓸쓸한 그 모습이 나름 멋있게 보이기도 했다.


오늘 문득 사진을 정리하다 가을에 찍어두었던 아름다운 공작단풍의 자태를 보니 그때의 첫인상이 생각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것이 어찌 나무들뿐이랴.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늘 을씨년스러운 날들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은 아름다운 시간을 맞이하는 날이 있지 않겠나. 어쩌면 나도 모르게 지나버렸을지도,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일지도, 혹은 내게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그때가 언제인지를 자신이 안다는 것이 중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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