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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보르 Jul 07. 2023

숲을 걸을 땐 맨발로

새벽 6시,

슬리퍼를 질질 끌고 산으로 향했다.


산에 갈 땐 꼭 운동화를 신고가라는 법 있나?

그냥 발이 가는 대로 아무거나 신고 가고 싶었다.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슬리퍼를 신고 운동복이 아닌 아무 옷이나 입고서 그냥 숲의 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생각으로 산으로 갔다.


5분 뒤,

산 앞의 공원엔 바지런한 사람들이 아침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오늘도 새벽의 하늘은 아름다웠고 새들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뭔가 안심이 된다. 오늘도 세상이 무사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일 것이다.


숲으로 들어서자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Earthing,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이 지구의 기운을 받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아픈 사람들에겐 강력한 치유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맨발로 사이사이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별히 건강을 신경 써서는 아니지만 며칠 전부터 나도 신발을 벗고 숲을 걷기 시작했다.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막상 맨발로 걸으니 그냥 발이 촉촉한 외에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간혹 쓰레기가 밟히거나 진흙 뭉치가 밟힐 땐 찝찝했다. 하지만 뭔가 '자연인', '야상의 생명체'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대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수많은 '틀'들이 존재한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저래서는 안 된다.'

이런 '틀'들에 본래 야생적이고도 자연적인 나를 맞추고 나면, 처음에는 뭔가 질서가 잡히는 것 같아도 '틀'이 많아지고 촘촘해짐에 따라 짜증이 난다. 무기력해진다. 깊은 곳에서부터 '틀'들을 해체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하긴,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꽤 지성적으로 진화한 생명체이긴 하지만, 여전히 자연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스스로 만든 인위적인 '틀'들로 몸과 마음을 계속해서 칭칭 휘감으면 본연의 생명력을 발휘하며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집 근처 산을 찾는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어르신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작은 숲에서라도 스스로가 자연임을 확인하며 잠시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닐까?


나 또한 숲에 오는 것을 날로 더 즐기게 된다.

딱히 특별한 경험이 없어도 그냥 날 것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는 느낌이 좋다.


신발까지 벗어젖히고 맨발로 흙을 밟고 있자니 더욱 야생인이 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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