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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르보르 Aug 22. 2023

기후 위기 시대,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침이면 산으로 향한다. 새벽 하늘을 눈에 담고 새들의 노래를 감상한다.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그늘진 나무 실루엣 사이로 비친 빛의 반짝임.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반응하며 잠들었던 감각이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신발을 벗는다. 촉촉한 흙이 피부에 닿는다.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신선한 기운이 올라온다. 한 발, 두 발. 천천히 걸으며 호흡을 깊이 하고 신체의 리듬을 자연의 그것에 조율한다.

 아침 숲 산책은 리츄얼이다.  바쁜 일상과 현대 문명에 가려진 진실, 내가 곧 자연이고 자연이 곧 나임을 상기시키는 매일의 리츄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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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여름이 점점 더 더워지기 시작했다. 올해의 더위도 압권이었다. 실내에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도 밖에 나가면 대기의 질감이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여기가 정말 한국 맞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듯 바싹 마른 사막의 공기처럼 뜨겁고 불편한 열기가 피부를 감쌌다. 마치 붉게 달구어진 프라이팬 위를 걷는 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아, 기후위기인가?


벌써 몇 년전부터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태풍, 산불, 폭설, 폭염…. 라틴아메리카는 겨울을 잃었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30도를 웃돈다고 한다. 우리 나라라고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올 여름이 앞으로 맞이할 여름 중 가장 서늘한 여름이라는데, 우리 나라도 언젠가 겨울을 잃을 수 있을까? 뜨끔. 섬칫. 만약 일 년 내내 여름이 되어버린다면 어떨까? 그래도 살아가긴 하겠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과 재앙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이 생태계에 대하여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더 많은 옷, 좋은 물건, 더 편리한 기기를 좇으면서 물질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더 많이, 더 바쁘게 일하는 동안 나는 나 자신도 지구와 다른 생명들도 함부로 대해 온 것은 아닐까? 지구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함부로 대하다니... 지구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닥 진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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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에 흙이 닿는다. 아직 문명을 모르던 시절의 한 마리 호모 사피엔스가 되어 맨발로 지구를 밟아본다. 걸음 걸음마다 원시 자연 생명의 꿈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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