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꼭 쥐고 있는 너에게

D+12

by 다락방 편지

아기야,

아직 손에 힘을 꽉 주고 있는 너의 작은 손 안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본다.

네 손은 참 단단하다. 놓을 것보다 쥘 것이 더 많은 세상에 막 도착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너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지 않다.

그저 본능처럼, 살아가려는 힘처럼, 있는 힘을 다해 무언가를 꼭 쥐고 있다.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살다 보면 사람들은 힘을 주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를 악물고 버티는 법, 더 열심히 애쓰는 법, 포기하지 않는 법.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정작 더 어려운 것은 힘을 빼는 일이라는 것을.


언제 멈추어야 하는지,

어디에서 물러서야 하는지,

어떤 마음을 놓아주어야 하는지 아는 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려운 숙제란다.


그래서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하나 보다.

힘을 주는 법만이 아니라,

힘을 빼는 지혜를.


아기야,

나는 네가 살아가면서 힘이 들 때마다

무언가를 잘 해내는 사람이 되기보다

기본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일,

당연해 보이는 일을 반복하는 일,

눈에 띄지 않는 시간을 묵묵히 견디는 일.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

사람은 특별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조용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성실은 사람을 빛나게 하기보다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단단한 사람만이

힘을 주어야 할 때와

힘을 빼야 할 때를 알아볼 수 있단다.


지금의 너는

내 손가락 하나를 꼭 쥐고 잠드는 작은 아기지만,

언젠가는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때 네가

붙잡아야 할 것을 잘 붙잡고,

놓아주어야 할 것을 너무 늦지 않게 놓을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지혜를 얻기까지의 시간 동안

성실하게,

아주 성실하게

자기의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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