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왜 와서 아빠가 보고 싶게 하나

아빠 딸의 일기

by 다락방 편지

눈이 온다.

눈이 오는 겨울이다.


트럭을 타는 아빠가 걱정이다.

예전처럼 매일 귀가를 확인할 수 없어서 더 애가 탄다.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을 괜히, 그게 우리라서 애만 태운다.


도로 위를 달리는 파란 트럭은

왜 다 아빠 같아서

신호에 멈춰 선 운전석을 슬금 들여다보고는 한다.


아직은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네.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차로 다시 바꿔드리고 싶다.


결혼도 했고, 아기도 태어났으니

당분간은 내가 책임져야 할 삶을 챙기는 게 효도라

대단한 것을 해드릴 수가 없는 나를 참아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용돈으로

특가로 뜬 스노우 스프레이를 집으로 보냈다.

부디 눈길에 아낌없이 뿌리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낀다고 잘 안 쓸 게 뻔하다.


대학생 때 사드린 가죽 벨트가

아직도 새것으로 포장지에 싸여 있는 것처럼.

구멍을 조절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사낸 나도, 받고서도 그걸 무엇하지 못해 갖고만 계신

아빠도, 우리는 참 미련한 방법으로 사랑하는구나.


나는 아마

올겨울의 남은 눈길 내내 아빠를 걱정하겠지.

펑펑 쓰라며 나는 못 사도 집으로 하나 더 보내겠지.


부모만 나를 사랑한 게 아니다.

나도 아빠를,

내 방식대로 애타게 사랑하고 있다.

내가 받았던 그 방식으로.


모두 무탈하라고 기도를 담아 보냈는데

집에는 그저 택배 상자 하나가 도착했겠지.


아빠, 눈길 조심해.

엄마랑, 내 옆에 오래 있어야 해.

사랑받으라고 하면 도망갈 테니

우리 운전사고 지킴이니까 가지 말라 해야 있겠지.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아.

나는, 우리가 함께인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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