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기다리며, 자식을 생각하며

홍천 휴 93편 배추와 무를 키우는 것은 자식을 만나기 위함이다.

by 원 시인



김장을 기다리며

여름의 밭에서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홍천의 들녘에는 여름의 끝자락, 초록의 기운이 아직 남아 있다.
나는 그 한복판에서 배추와 무를 심었다.
김장은 겨울의 음식이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여름의 땀에서 비롯된다.

아침마다 흙을 헤치며 돋아나는 싹들을 바라보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이 아니라, 자라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가 내리고, 잎사귀마다 물방울이 맺힐 때면
세상 모든 생명이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무청은 키를 키우고,
배추는 잎을 오므리며 스스로를 단단히 감싼다.
그 모습은 마치 긴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 같다.


기다림이 익숙해질 무렵, 밭의 빛깔도 초록에서 누런빛으로 물들어간다.

나는 그저 바라보는 일로 하루를 채운다.
손끝의 흙이 내 마음에 닿을 때,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이렇게 느리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루어지는구나 싶다.

밭은 계절의 시계다.
봄에는 희망을 심고, 여름에는 땀을 뿌리고,
가을에는 기다림을 배우고, 겨울에는 나눔을 익힌다.

배추가 익어가듯 마음도 무르익는다.
흙 속의 시간, 그 속에 깃든 나의 하루하루가 고마워지는 계절.

이제 곧, 따뜻한 김장김치의 냄새가
겨울의 시작을 알리겠지.



“밭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책장이다.
나는 오늘도 그 책장을 한 장 넘기듯, 계절의 이야기를 읽는다.”


2025년 처음으로 무와 배추를 심고,

김장을 준비한다.

배추를 키우며, 약은 언제 쳐야 하는지, 비료는 무엇을 언제 줘야 하는지?

올해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배추무름병이 심했다고 하는데

어쩌다농부 첫해 수확이다.

곧 가족이 모여 김장을 할 것이고, 무와 배추를 키우며

부모님 생각이 절실하게 나서 밭에 앉아 혼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에게 김장은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직접 키운 무와 배추가 여간 자랑스럽다.

더 맛있기를 바라며....

새벽에 일어나 배추를 보며 고향에서 지내던 시간과 부모님이 그리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