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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가볼만한곳,
응봉에서 바라보는 화진포호수와 설경
by
원문규
Jan 1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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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바다까지, 겨울이 숨을 고르는 자리
응봉에 오르면
발아래로 풍경이 펼쳐진다기보다
천천히 열립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겹겹이 접힌 설산의 능선.
겨울의 강원은 언제나 그렇듯
웅장하지만 과장되지 않습니다.
하얀 선으로만 남은 산의 윤곽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산 아래에
푸른빛을 고요히 머금은
화진포 호수
가 있습니다.
바다 옆에 있으면서도
파도를 닮지 않은 물.
호수는 늘 한 박자 느리게
계절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겨울은
차갑기보다 차분합니다.
시선을 조금 더 멀리 보내면
길이 보입니다.
사람의 속도로 이어진 길,
해파랑길
입니다.
이 길은 목적지를 재촉하지 않습니다.
그저 바다 옆을 오래 걷게 할 뿐입니다.
걷다 보면 생각이 줄고,
생각이 줄어들면
비로소 풍경이 남습니다.
그리고 끝내,
시선은 바다에 닿습니다.
고성의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매번 다른 표정으로 맞아줍니다.
오늘의 바다는
말수가 적습니다.
파도는 높지 않고
빛은 부드럽습니다.
그저 “괜찮다”라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응봉에서 내려다본 겨울의 고성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하나의 호흡처럼 느껴집니다.
산이 숨을 들이마시고,
호수가 잠시 머금었다가,
바다가 천천히 내쉬는 호흡.
이 풍경 앞에서는
어디까지 왔는지보다
어디쯤 서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길은 이미 충분하고,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만으로도
여행은 완성됩니다.
겨울의 고성은
그렇게 말없이,
아주 깊게 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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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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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며 담았던 사진들로 감성 포토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경주 휴, 양양 휴, 제주 휴에 이어 브런치북으로 홍천 휴, 그리고 지금은 강원 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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