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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endipity Apr 19. 2019

JIFF 2019, 그리고 영화제에 대한 기억들

5월 2일부터 11일까지 전주영화제가 열립니다. 

                                                                            

 영화제 하면 단편적인 과거의 scene이 몇 개 떠오릅니다.

-부산영화제에 어렵게 내려갔는데 영화표가 다 매진이라 남포동 음식점만 돌아다니던 장면

-전공의때 열심히 일하고 있던 생리학 조교 친구를 꼬드겨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가서 밤새고 심야영화를 볼때 옆자리 담요를 덮고 있던 젊은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장면
-전주영화제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이 키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던 장면
-그래도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제천 음악영화제에 참석해보려고 예매했다가 환자때문에 못 가서 아쉬워하는 장면
-심야극장에서 연속 상영되던 라스 폰 트리에의 컬트영화 <킹덤>을 보면서 피곤해 조는 듯 보는 듯 히하다가 결국 새벽을 맞이하는 장면
-전북대에서 가끔 열리던 영화제에 가서 일본영화, 아시아영화를 보고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고 놀라던 장면
-무엇보다도 아직은 좀 순수함이 남아있던 대학초년생때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보면서 참 아름다운 영상과 시나리오의 영화구나...일본사람이 저런 영화도 잘 만드는 군...언제가 나도 오타루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장면 (그런데 이런 사랑사랑한 영화를 도대체 누구랑 봤는지는 영 떠오르지 않습니다.)

-프랑스 니스 학회에 가서 바로 옆 칸느에 가서 발도장이라도 찍고 와야 하나 고민하던 장면도 있군요.


인생은 이런 장면들을 이어붙인 한편의 영화가 아닐까요? ^^

찾아본 영화제의 흔적들이 1998-1999년에 국한된 것을 보니 인턴부터 2년차때까지는 병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3년차 되어서야 저녁이나 주말에 나갔던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일본 문화가 수입금지였던 때라 대학 영화제에서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는 전설처럼 회자되었고, <공각기동대>, <에반겔리온>, <원령공주>, <인랑> 같은 재패니메이션은 흥행을 보장해주는 인기 장르였지요. 



당시에는 저도 그 재미와는 별개로 너무나 뻔한 헐리우드 영웅 영화나 오글거리는 대사와 총싸움으로 대부분의 장면이 채워지는 홍콩 느와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금 더 뭔가 있어 (?) 보였던 아시아 영화들, 그리고 화려한 색감과 영상기법으로 유명해진 왕가위감독의 영화들에도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기 쉬운 지금에 비해 당시에는 저런 영화제에 참석해서 브로셔 하나라도 대단한 정보가 들어있는 것처럼 소중히 얻어 왔던 그런 재미가 있었지요. 

책장을 보니 <아시아 영화의 이해>라는 책도 한권 샀었군요. 펼쳐보니 봤던 흔적이 없습니다. ^^ 일단 책만 사고 보는 나쁜 버릇. 

지금도 논문을 pdf로 다운만 받아놓고 읽지 않는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 중에서 기억나는 영화를 두개 소개하면,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 사건 (牯嶺街少年殺人事件, A Brighter Summer Day, 1991)과  
 양조위가 재미있는 의사로 나왔던 유망의생 (流氓醫生, Doctor Mack, 1995)인데  사실 전혀 다른 성향의 영화이지만 제가 느끼는 공통점은 바로 "영화음악"입니다. 


아시아 영화이면서도 서양의 올드팝이나 재즈 스탠다드를 OST로 사용한 공통점이 있는데 어쩌면 어떤 문화보다도 20세기 중후반에 서양 대중음악이 아시아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서양의 제국주의에서 독립은 했으나 완전한 문화적 독립은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외세의 군대와 함께 들어온 음악이 군대는 물러갔으나 음악은 남아있는 원주민을 지배하고 있는 아시아의 각 나라들. 
역설적으로 지금은 우리나라 BTS 인기가 서양에서 비틀즈만큼 높아진게 참 신기한 일입니다. 사실 이제 글로벌한 시대에 특정 지역의 음악형태라고 말하기는 어렵기도 한데, 오히려 현재에 최신 유행하는 음악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더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서양음악 장르라고 하더라도 한국인이 부르는 것은 뭔가 우리의 감성과 언어가 동원될 테니까요.

당시 어럽게 구했던 두 영화의 OST를 꺼내 다시한번 들어봅니다. 



자, 반백수로 지내는 이런 절호의 기회에 전주영화제가 열립니다. 

뭘 해볼까요?


영화제에서 꼭 <박하사탕>같은 영화를 보거나 <공포의 보수>, <흑인오르페>, <지옥의 묵시록>, <바톤 핑크>같은 칸수상작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영화 축제니까 즐기면 되는데요, 이번 전주영화제에서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1-6편까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이런게 영화제의 묘미죠.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청년시절 밤을 새워 영화보던 느낌을 한번 다시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5월 3-4일 이틀동안 에피소드 1-5, 그리고 그 다음주5월 10일 에피소드 6로 끝장을 보기로 하고 예매를 합니다!

빡빡하지만 점심을 간단히 빨리 먹고 보면 적당한 쉬는시간과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를 완전정복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런! 5월 10일에 강의가 있다는 걸 깜빡하고 었네요  T.T


다행히 6편 상영하는 때라 일단 순서를 지켜 5편까지는 이어서 볼 수 있겠습니다. 6편은 다음 기회에...


5-60년대 올드팝을 참 편안하게 들려주는 <고령가소년살인사건> OST가 계속 흘러나오면서 한 곡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Are you lonesome tonight?"


 "천만에요, 오늘 같은 밤은 영화를 보기에 참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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