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만난 군대 후임들: '답이 없던' 20대들이 '정상인'으로
거의 10여 년이 다되어서 군대 후임분들과 만나게 되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가 연말 겸 해서 거의 10여 년 만에 군대 사람들과 보자고 하여 그들과 재회하게 되었다. 나이는 내가 어렸지만 최고참이었던 나는 내가 껴도 될 자리인지 조심스러웠다. 가서 맞지는 않을까, 괜히 눈치 없이 끼는 건 아닐까 싶었다.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예전 까까머리에서 긴 머리로 바뀌어 있었으며, 얼굴을 그렇게 변하진 않았으나 다들 살이 도톰히 올라있어 이제는 슬슬 아저씨의 얼굴과 몸에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8명이 모였는데, 다행히도 나는 집단 구타를 당하거나 욕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기억도 잘 나지는 않지만 나름 군대에서는 좋은 선임인척하려 했다. 매번 당했던 '집합'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특별히 혼내거나 그랬던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아쉽다면 몇몇 친구에 대해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은연중에 튀어나온 것 같아 미안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도 될 일인데 그땐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도 내 입장에서의 기억이라 후임들의 기억은 어떨는지 모르겠다.
아쉽다면 나는 그렇게 재밌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인기가 썩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도 한번 많이 웃겨보려 무리수도 많이 뒀다. 그때도 느꼈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해보는 게 얼마나 어색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이 드는지 깨달아서 지금은 그냥 나만의 모습을 지킨 채 살아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이렇게 별말 없이 다시 만난 걸 보면 다행이다 싶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으니 나는 나만의 역할을 지키며 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군대 시절 20대 초반에 만난 그들은 사회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아무것도 아닌 상태였고 정말 답이 없었다. 대학을 막 들어왔거나, 고등학교만 졸업한 채 들어온 그들은 직업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특별히 어떤 무언가가 되어 있질 못했다.
더군다나 군대라는 곳이 사회와 달리 모두의 원초적인 본능, 사회에서 갇혀 있던 규율이 어긋나게 되었던 곳이라 온갖 커뮤니티 용어와 이상 행동들을 다들 정말 많이 했다. 그 행동을 사회에서 했다면 당장 병원에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의 그들의 모습은 정말 정말 정말...! 놀랍게도 정상인의 모습이었다.
다들 다행히도 저마다의 자리를 잡았다.
공무원 시험을 장기간 준비했던 형들은 저마다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하게 되었고, 증권사를 희망했던 형은 방향을 바꿔 IT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교사가 된 친구, 대기업, 중견기업 등등 다들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서 일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아무런 목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직장에서 꽤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일하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친구들의 소식도 있었고, 돈을 빌리다가 모두와의 연락이 차단된 후임들의 소식도 있었다.
아무튼 돌이켜보면, 우리가 서로를 향해 바라보았던 것보다 우리 가진 가능성이 더 컸었다. 서로가 익숙해서, 서로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면서 잘 못 보았을 뿐 우리 서로가 가진 가능성과 개인의 참을성, 목표, 꿈이 결코 작지가 않았다. 20대 초반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서로의 모습을 잘 알아서 그런지 서로의 작은 성공이 하나도 시샘이 나지 않았고 정말 잘 되어서,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그들을 만나며 몇몇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도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면 대부분 이루었을 일들이었고, 사람과의 관계에선 친절함만이 가장 옳은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