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 없는 잔업과 목적 없는 걷기

by 하루

첫직장이 업무 강도가 높은 회사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주말에 일하는게 익숙했다.

직장을 옮기나서는 이런 부분이 확실히 덜해지긴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주말에도 잔업을 하긴 해야했다. 안타깝게도 야근을 하건 주말에 일으 하건 일당을 더 받는 건 아니라서 근로의욕이 가끔 떨어지긴 한다.


"야! 주말에는 일하지마! 할 일은 근무시간에 끝내!"


친한 친구는 주말에도 일 한다는 내 말에 주말에 일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주말에 일을 한다는 건 어쨰보면 내 인생을 잘 살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돈이 되거나, 돈이 안되면 나만의 일이나 취미를 해야하니까. 그러고 보면 난 참 바보같이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주말에 일하는게 서글프기도 하면서도 또 막상 일 아니면 할게 있나 싶기도 하다.

주말의 시간은 주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특별한 일정이 있으면 대개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그렇지 않으면 가끔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되는 것인가.


학생 때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대학생 시절, 홍대 근처에 살았었다.

주말 저녁 한가로이 밤 산책을 나가면 거리는 젊은 사람들이 저마다 하하호호 우스며 시간을 보냈다.

홍대라는 곳은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시간을 맞추어 오는 만남의 장소건만 정작 홍대에 살던 내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공허하게 걷기만 했다.


홍대 저녁은 너무나도 활기차서 새벽엔 젊은 남녀가 클럽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

클럽에 가는 게 부러운 것이 아니라, 그 주말의 시간을 어떤 식으로 의미있게 채우는 그들이 부러웠다. 적어도 춤추고 술마시고 노래라도 부를테니까. 그에 비하면 나는 정작 이 여유를 어떤 의미로 채울지가 몰라 그들을 부러워했다.


누군가 내게 다시 과거로 돌아갈거냐고 묻는다면 머뭇거릴 것 같긴하다.

과거로 돌아가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지? 그때 처럼 다시 공허히 산책하는 거, 그 정도이지 않을까?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거나 그런 일로 시간을 채울려나.


모습은 다르지만, 직장을 잡고 나서도 떄로는 내게 주어진 여유가 가끔은 낯설긴 하다.

삶의 빈공간을 어떤 식으로든 채워야한다는 건 내 강박일까. 아니면 지독히 빈약한 내 인간관계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해야하는 그 어떤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시간일까.


그래서 그런지 주말에 일을 하는 거 아니면 그냥 걷고 있다. 사람들 사는 모습을 구경하며 하념없이 걷는다.

여전히 홍대는 젊은이들의 웃음으로 가득하고 카페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앉은 사람들로 즐비한다. 일당 없는 잔업을 마치고 나는 다시 목적 없는 산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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