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by 하루

언제 시작되었는지 몰랐던 한 해가 지났다.

맡은 업무가 연말까지 끝, 12월 30일에 마무리되어 2025년 12월 31일 하루 동안만 휴가를 쓰며 보내게 되었다. 아침 일찍 가려던 수영은 어정쩡하게 일어난 탓에 깔끔하게 포기하고 그 대신 근처 망원까지 산책을 가기로 했다. 근처라고 해도 월드컵대교를 건너서 가야 하는 거리가 꽤나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는데, 걸어서 넉넉히 1시간 정도는 가야 했다. 월드컵대교를 지나면서 느끼는 강바람은 살을 에는 듯했다. 흡사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처럼 목도리로 얼굴을 뚤뚤 말았어도 바다에서 강바람의 살기를 막을 순 없었다.


이 월드컵대교도 올해는 달리기를 한다며 참 많이 오가곤 했다.

가을 저녁 상쾌한 공기를 맡으며 달린 한강과 월드컵대교 덕분에 일상 속에서 받았던 압박과 자괴감에 대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위로를 사람한테서도 받겠지만, 올해는 자연에게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직장 상사의 꾸지람과 업무에서 느끼는 한계로 마음이 답답하면 한강을 달렸다. 왠지 모르게 뺨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에서 마음이 시원해지고 한결 가라앉는 그런 느낌을 받고 다시금 어떻게든 부딪혀 봐야겠다는 힘을 얻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눈빛에서도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달리기를 통해 위로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직장 생활에서는 내가 충분히 성장했을까?'

그래도 압박과 자괴감이 때때로 찾아왔지만 다행히 나름대로 잘 극복했던 것 같다. 회의 중에 실 전체가 떠나가듯 야단도 맞았고 고객사와 전화로 1시간이 넘도록 애걸복걸하며 화도 내고 달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시간들이 내가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었겠거니 싶다. 어렵게 느껴졌던 업무 난이도도 이제는 조금씩 더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여전히 내 인생에서 직장에서 들을 야단이 어떤 게 더 남아있을지 몰라 긴장도 되지만 올해 받은 야단보다는 조금 더 낮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업무 관련 회의를 마칠 때, 날 그렇게 야단치던 분이 자료와 내용 퀄리티가 훨씬 더 좋아졌다고 놀라시면서 칭찬해 주셨다. (그야 일요일 저녁 12시까지 일했으니까 당연하긴 했다.) 그래도 마무리를 나름대로 아름답게 해서 좋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살을 에는 바람을 지나 망원의 작은 카페에 도착했다.

아침 10시 정도여서 문을 여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 별 기대를 한 카페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노트북을 할 만큼 자리도 널찍하고 커피맛도 좋았다. 카페에 앉아 연말결산을 할 겸 가계부를 열어보았다. 작년 연말 작성해 둔 가계부와 2025년 말 목표 자산총계, 현재 내 자산총계를 비교해 보았다.

망원의 한 작은 카페

달성률 103.4%. 금전적인 부분에서 목표치를 거의 딱 맞춰서 모았다.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나갔던 한 해이기도 해서 내년에는 조금 더 아끼고 모으고, 투자해야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생각했던 자산 목표치를 모아갔다. 내년부터는 회사 구내 식당 가격이 많이 올라서(무려 33% 인상이었다..!) 벌써부터 걱정이긴 하지만 내가 집에서 쓰는 외식비를 줄인다면 충분히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가끔 유튜브에 보면 원룸에서 사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분들이 이런저런 요리를 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였다. 다음 한 해는 나도 요리를 더 하고 절약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충분히 그런 걸 유튜브로 찍어도 예쁘게 나올 것 같긴 했다.


자산 목표 달성률


생각해 보면 올 해 변화된 큰 일 중 하나가 청년주택으로 이사한 것이었다.

8월 여름에 이사를 했는데, 마침내 묵은 짐을 벗어버린 느낌이었다. 기존의 빌라집은 정말 어둡게 지냈다. 여러 짐들을 쌓아뒀고 햇빛은 들어오지 말라고 암막 커튼을 쳤다. 현실을 도피하려고 만든 나만의 굴이었다. 청년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그렇게 살지는 말자 싶었다. 채광도 늘 상 환하게 해 두었고 집도 정말 예쁘게 꾸미고 시작했다. 그렇지만 12월이 돼서 돌이켜 본 집안의 풍경은 다시 아주 난장판이었다. 이곳에서 나름 요리도 많이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옷은 헝클러 져 있고 책상은 늘 잡동사니를 쌓아두기 일쑤였다. 엊그제 바짝 청소를 다시 해서 원래대로의 예쁜 모습을 찾긴 했다. 확실히 공간의 청결, 채광이 주는 효과가 큰 것 같았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최대한 더 성장해야겠다.

처음엔 예쁘게 꾸몄던 청년주택 집


새로 시작한 수영, 헬스, 배드민턴. 하다만 AICPA공부까지.

내년에는 조금 더 성실하게 임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AICPA는 매번 공부하다가 말고를 반복했는데, 가급적 집중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한 해를 정리할 겸 해서 아래 1) 올 한 해 이룬 것과 2) 목표했지만 미흡한 부분, 3) 2026년 목표를 간략히 기입해 보았다.


한 유튜브의 캡처화면


올 한 해 이룬 것

1. 자산 목표 달성

2. 수영 배우기

3. 헬스 시작하기

4. 배드민턴 시작하기

5. 마라톤 10KM 완주

6. 업무평가등급 향상

7. 해외여행 가기

8. 청년주택으로 이사 가기

9. 월드비전 아동 후원하기

10. 서울 가족여행


목표했지만 미흡한 부분

1. 다이어트

2. AICPA 공부

3. 달리기 꾸준히 못한 부분(일주일에 3번 5Km 이상)

4. 독서량(좀 더 다양한 분야, 독서량을 확대하고 싶음)


2026년 목표

1. 다이어트

2. AICPA 공부

3. 수영 접영 마스터하기, 배드민턴, 헬스, 달리기(5KM 이상) 꾸준히

4. 독서 다양한 분야 읽기(소설, 에세이, 경제, 경영, 문학, 여행 등 다양한 장르의 글 읽기)

5. 집에서 요리해 먹는 등의 절약을 통해 목표한 자산 모으기

6. 업무평가등급 향상해서 승진하기

7. 부동산 경매 공부

8. 영어회화 공부하기

9. 월드비전 아동 후원하기

10. 서울 or 제주 가족여행

11. 기타 연습하기(1~2곡 마스터하기)

12. 사진 공부 혹은 유튜브 영상 공부하기


부동산 경매는 꼭 경매를 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권리분석이나 이런 내용들을 미리 공부해 두면 좋을 것 같았다. 업무에도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고 사는 데에도 나중에 쓸 때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내년에는 올 한 해 미흡한 부분을 보충하고 알차게 사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마음 같아서는 아파트 매매 이런 것도 목표를 두고 싶지만 너무 거창한 거 같아 현실성 있는 것만 기재했다. 늘 목표는 거창한 거 같지만 막상 이루는 건 몇 개 안 되었던 것 같다. 그래도 기입해 두면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아무튼, 내 소박한 삶의 목표가 누군가에게 약간의 영감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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