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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n 27. 2020

성실한 사람? 똑똑한 사람?

한 때는 내가 살 던 시골에서는 정말 똑똑하고 잘 난 줄 알았었다. 

그러나 대학교에 오고 나서 1달 뒤 내가 그동안 나만의 우물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등학교 수업 시간이면 우습지만 내가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느껴졌던 귄위감은 이제는 더 이상 눈 씻고도 찾아볼 수 가 없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라든지, 총명했던 느낌은 똑똑한 학생들 무리 속에서 희석되고, 결국은 내 스스로가 어떤 학생인지도 잊어먹게 되었다.


그래도 노력은 정말 꾸준하게 했던 것 같다. 원체 어떻게 노는지도 모르고, 딱히 놀 형편도 안 되었기에 대학교 수업이 끝나고서 곧장 가는 곳은 늘 항상 도서관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오래 앉아 있는 것에는 특화되어 있어서 집중은 못 하더라도 줄 곧 도서관에서 긴 시간동안 앉아 있곤 했다. 내심 맘 속에서는 이렇게 오래 앉아 있고 공부만 한다면, 밖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보다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응큼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참 신기한 것은 시험 결과를 놓고 보면 정 반대로 나올 때가 다반사였다. 

 "분명히 저 친구는 엊그제 미팅에 간다고 했는데, 또 다른 저 친군 저번 주에 일본 여행 갔다 온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내가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이였다. 차라리 나도 그 시간에 신나게 놀았으면 추억이라도 남지, 아니면 그냥 아르바이트라도 더 해서 돈이라도 더 벌지. 성적도 그저 그런데다가 추억이나 경험이라곤 도서관에 혼자 남아 공부한, 어쩌면 비효율의 결정체를 몸소 실현했다. (아마 이 때부터 자존감이 쭉 떨어진 것 같다.)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어쩌면 내 친구들이 거짓말 쟁이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여행을 갔다는 건 거짓말이고 그 시간에 열심히 공부한 거 아냐? 아니면 요즘은 대학교 수업을 학원에서도 가르쳐 준다던데, 그런 데를 간 거 아니야?"

그러나 친구들 대다수는 딱히 거짓말을 할 것 같진 않았다. 사실 그런 거짓말을 치기에는 다들 솔직했고, 딱히 성적에도 신경쓰는 모습도 없었다. 그러면 결과는 딱 뻔했다.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어쨌거나 여러모로 조금 떨어진 애였다. 

가뜩이나 시골에서 온 데다가 남들처럼 인물이 훤칠하지도 않은 터라 여러모로 많이 속상했었다.(사춘기가 정말 늦게 온 것 같았다.) 그래서 그때 참 고민을  많이 했다. 계속 이렇게 열심히 해보아야 남들보다는 뒤처질 공부를 계속 해야할 건지, 아니면 정말 색다른 길을 걸어 가야 할 건지. 


대다수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색다른 길을 걷는 것 같다. 본인들이 잘하는 길을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사람들이 되곤 한다.  비유가 적절한진 몰라도, 빌 게이츠씨나 저커버그씨도 남 다른 길을 갔고, 유명한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들도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서 성공했으니까. 그러나 그 당시 난, 아쉽게도 난 그 분들 처럼 똑똑하지는 못했다. 우선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이 컸고,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한 익숙함이 그 길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익숙한 길을 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걷게 되었다.


그 후 필자는 대학생임에도 단 한번도 클럽을 가보거나 밤 새서 유흥을 즐겨본 적이 없었다. (근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니,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많은 날을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과 성실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보냈다. 그래도 가끔식 정말 괜찮은 성적도 받기도 했고, 꾸준히 했던 독서 덕에 종종 교수님께 칭찬받던 일들도 생겼다. 그러나 난 확실히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필자는 예상되로 정말 보통의 성적으로 그냥 무난하게 대학교를 졸업을 했다. 성적 우등상이라던지 이렇다할 표창장 하나 없이 대학교를 훅 하고 지나간 수많은 청춘들 중 하나가 어떨결에 되어버렸다. 그러나 필자 본인만은 별 것 없어 보이는 A,B,C 라는 성적들이 사실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래도 D나 F는 없었다.)  별 볼일 없을 수 있는 졸업장과 필자의 성적증명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삶에 있어서 의미란 정말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에게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결과에도 사실은 누군가의 땀 방울과 마음 졸이며 보낸 긴 밤샘이 곁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삶의 의미는 얼마나 유명하고, 얼마나 남들에게 인정받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그렇기에는 현실은 사실 매우 냉정하고, 또 사실 내가 행복하고 뿌듯한다는 데에 대해서 남들의 인정에 기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어쨋거나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문득 글을 쓰다가 내가 그때 만난 똑똑했던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게 되었다. 사실 그들은 지금 다들 정말 좋은 커리어와 눈 부신 삶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시샘이 나기도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친구들을 응원해주는 편에 서 있는 쪽이다. 각자의 모습이 다르듯, 본인들의 삶의 방향도 다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는 데, 필자에게는 아마 성실함이 그런 것 같다. 그래. 좋은 성적, 좋은 직장, 눈 부신 성공은 현재와는 거리가 멀어보여도, 작은 일에도 성실하게 임한다면 거기에서 오는 삶의 의미만큼은 보다 더 깊고 가치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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