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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Jul 10. 2022

노량진 살짝 관찰기

3년전 쯤 노량진에서 집 구하러 방문했을 때

코로나가 시작할 무렵, 운좋게 한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취업의 성취감에 빠져 근 2주동안 정말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지 매우 불가사의할 정도로....


그렇게 2주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당장 몇일 후면 입사를 했다. 참 사람이 바보 같게도 직장 근처로 이사를 미리 했어야 했거만,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서 후보지를 물색했다.


그렇게 여러 후보지를 물색하며 발품을 팔다가 어느덧 노량진까지 오게되었다. 사실 노량진이라는 곳을 예전부터 자주 듣고, TV 드라마에서도 심심찮게 봤지만 실제로 와 본 것은 매우 드물었다. 따릉이를 타고서 노량진의 고시촌이라 불리는 곳에 들어서자 조금 전 구역에서 느꼈던 정취와는 사뭇 다른 것이 느껴졌다.


집들이 빽곡히 쌓여있는 모습을 보니 밝고 유쾌하다는 느낌보다는 조금은 어둡고 우중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청운의 꿈을 가지고서 공부를 하는 젊은 학생들이라는 것이 매우 이질적이었다. 부동산업자를 만나기 전 시간이 좀 남아, 근처의 5000원 짜리 뷔페 식당에 갔다. 정확히 11시가 되자 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부라던지, 콩나물, 스파게티, 돈가스 등은 사실 단가가 그렇게 높지 않는 품목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맛있었다. 단가는 높지 않을 지언정, 종류가 상당히 많았기에 5000원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부동산업자를 만나서 방을 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고, 가격이 비쌌다.

 "노량진이 원래 비싼 곳이예요."

수험생들이 많아서 보기에 비해 이곳은 단가를 높여도 들어올 사람들은 들어온다고 한다 했다. 

왜 학생들이 여기서 공부하고 싶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도 일단 노량진이라는 환경은 일타강사들이 있고, 수험 생활을 위한 환경 조성이 마련되어 있으니 당연히 가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치만, 물가가, 방세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다소 비쌌다. 아니 그 크기에 이 가격은 솔직히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 필자는 서울에 있는 방에 대해서 잘 몰렀지만, 시골에서는 그 크기면 정말... 정말... 매우 유복한 생활이 가능했다.


어쨋거나 그날 하루 매우 추웠음에도 부동산업자와 함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아쉽게도 내가 당시 가진 금액으로 갈 수 있는 방이 없었다.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부동산업자 분께 너무 죄송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주머니 여유가 없었던 그때의 내가 무척 안타깝기도 한 생각이 든다.


결국 집을 구하지 못한 채, 길거리 컵밥 집에 갔다. 뷔폐 식당에서 그렇게 많이 먹었음에도 장시간 겨울 거리를 땀나게 뛰어다니다 보니 허기가졌다. 5,000원 남짓한 컵밥을 시켰는데 아주머니께서 나와는 초면이었지만 자주 본 것 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당시 코로나가 심해서 그런지 여러 가게 중 겨우 2개만 문을 열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여러가지 옵션을 추가하여 더 비싼 값으로 주문했다. 그게 유일하게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먹은 컵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장사가 힘들어 잘 안되시는 아주머니께서는 따뜻한 국물이라도, 편안한 자리라도 더 마련해주려 신경써주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노량진에 거주하는 수험생으로 여기시고는 좀 더 측은하게 생각하신 것 같았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험생들을 먼저 위해 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거기서도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살 집은 노량진에서 찾지 못했다. 그래도 코로나라는 말도 안되는 어려운 상황과, 영하의 겨울 날씨 속에서도 아주머니께서 주신 컵밥 속의 따뜻한 정 하나로, 그때의 노량진 답사가 꽤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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