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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 사모펀드 투자와 경영의 비밀

저자 : 김태엽

by 하루

오랫동안 미뤄둔 책을 마침내 다 읽었다. 처음 저자의 책은 우연찮게 신문기사의 사설로 접했으며, 허영심이나 가식 없이 솔직한 어투의 사설에 반해 책까지 찾아서 읽게되었다. 읽는 내내 여의도 술집에서 들을 뻗한 40-50대 아저씨의 진솔한 얘기여서 흥미롭게 읽었다. 책이 주는 정서적인 깊이는 사실 깊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사모펀드의 생활에 대해 잘 알려줘서 좋았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나 역시 사모펀드에 굉장히 큰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접하면서 확실히 나는 저자가 알려주는 사모펀드 쪽은 내 가치관에서는 지향하지 않는 것을 많이 깨달았다. 책에서는 사모펀드에서의 삶이 잦은 야근, 사람들과의 밤 늦은 술자리, 주말마다 해야만하는 골프의 연속이라고 못 박았다. 평소에도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을터라 모르지는 않았으나, 막상 내가 그렇게 하려고 하니 참 쉽지 않을 것 같고 또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은 아니라서 깔끔하게 이 쪽은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책을 읽으며 저자가 가지고 있는 기업과 산업,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사모펀드에서 관심있게 가지는 부분, 경험으로 겪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기업의 재무 결함에 대해서 대체로 가감없이 얘기해주어 향후 기업과 산업을 볼 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을 느끼게 해주었다. 당장 본인의 돈을 집어넣어 투자 결과에 대한 증명을 해야하는 저자는 매출채권, 기업의 CEO, 노조 문제 등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실질적으로 어떤 투자 결과와 연결되는지 늘 상 고민하였다. 나 역시도 이런 문제를 보면서 기업 투자도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에 비하면 정말 피상적인 수준에서 고민하고 투자하였다.


어찌보면, 좀 더 능동적인 투자와 기업의 생리에 대한 이해를 사모펀드에서 일하면서 할 수도 있겠다. 어찌됐건 나는 저자가 말한 '채권형 투자자'에 가까운 것 같다. 저자가 소개한 두 후배 중 하나는 꼬박 꼬박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사람과 다른 하나는 매운 열악한 워라벨이지만 엄청난 성과급을 노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는 확실히 전자에 속했다. 첨언을 하자면, 워렌버핏은 하루에 일과나 일이 매우 단순하다고 한다. 내가 지향하는삶과 투자는 훨씬 더 이쪽에 가깝고, 남은 시간을 가족과 문학,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좀 더 느끼며 살고 싶다. 물론 하고 싶다고 이쪽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테지만, 확실히 이런 일은 맞는 사람이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저자가 사모펀드 세계에 대해 알려주어 참 고마웠다. 다들 업의 생태에 대해서 가리거나, 가장을 통해 환상을 심어주거나 하는 데 비해 비교적 솔직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분석이나 사람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해야하는 업이란 것도 생각보다 깊이 있는 일이란 것을 알게해주었다. 앞으로도 저자의 기업에 대한 생각, 업에 대한 생각을 자주 이야기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나와는 다른 업종이지만 다른 방향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들으니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본인의 일에 철저하게 일하는 저자의 모습이 내가 닮아야하기도 하고 먼가 마음 속에 부담도 주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 저자 만큼의 깊이가 없는데, 좀 더 일을 함에 있어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나와 맞지 않는 산업을 멀리서 스트레스 없이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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