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꽤 늦은 저녁이었지만 여름이 한 껏 다가와서인지 카페 안은 살짝 습하고 더웠다. 그럼에도 나름 늦은 저녁 책을 읽는 내 모습에 취해 있었다. 그러다가 왠 작은 모기 한 마리가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처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이 모기가 내 코의 구멍을 작은 안식처라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날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린 모기의 습격에 나는 코의 아주 깊은 곳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새도 없이 나는 모기가 들어가지 않은 반대편 콧등을 막고선 힘껏 코를 풀어댔다.
다행히 모기는 깊은 곳 그 이상은 들어가지 못하였다. 모기는 사실 내 코 안에 굉장히 촘촘한 털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코 털 덕분에 무방비였던 내 코 안은 모기의 습격을 잘 막아낼 수 있었다.
평소 코털 정리를 하며, 세상에 왜 이런 것이 있을까 했는데, 모기와의 작은 소동을 통해 그것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만일 그것이 없었더라면 외부의 침입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사물이나 동물이 도대체 왜 있는 건지 궁금하곤 했다.
작게는 털부터 시작해서 여름 저녁 날 괴롭힌 모기도 왜 세상에 있는지 모르겠고, 세상에 있는 온갖 불치병들도 모두 그 질병의 존재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들곤 했다.
질병이나 장애, 그 외 어려운 것들에 대해서는 사실 여전히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소한 사물과 동물에는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했을 뿐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어서 하나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모기도, 어쩌면 코 털의 존재의 이유를 뒷받침해 주는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가끔은 나 자신에 대한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들곤 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거창한 질문에서부터, 직장에서 실수를 할 때면 나 자신이 참 쓸모없다고 탓하며 공동체에 온전히 기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곤 했다.
아직은 단지 내가 사느라 바빠서 찾지 못한 것일 뿐, 결코 스스로가 쓸모없다거나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니다. 작은 코털도 이렇게 큰 도움이 되는 존재의 이유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어쩌면 내 삶 자체가 다른 누군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 자체만이라도 살아가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직장에서 실수할 때도, 우리 사회에서 나 스스로가 작은 점이라고 느낄 때도 단지 깨닫지 못했을 뿐 우리는 항상 의미 있는 존재였을테니까.
코 털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며, 나 스스로의 삶의 귀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여름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