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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한 하루 Jul 08. 2024

안경닦기만 보면 느껴지는 감정

안경닦기는 사랑이다.

안경닦기를 가방에 넣어 다닌다.

그래도 좀처럼 안경을 닦게 되지는 않는다.

난 가끔, 아주 가끔, 흐르는 물에 안경을 댄 뒤

입고 있는 면옷 끝자락으로 물기를 슥슥 닦는다.

부드러우니 흠집은 조금만 나겠지 생각하면서..

안경닦기는 면보다는 두꺼워

왠지 안경닦이로 닦으면 흠집이 더 날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느껴져서..

안경이 손자욱으로 얼룩져도 뿌옇게 되어도

그냥 쓰고 다니는 편이다.

깨끗하지 않은 안경알을 마주하는 건.

내가 아닌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의 몫,

답답함은 그들의 몫.


아들이 나와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안경을 벗기고

안경닦기로 깨끗하게 닦고는

다시 안경을 씌워 준다.

대회는 끊이지 않은 채로

아주 자연스럽게~


대화가 계속되는 찰나이므로

나도 고마움을 표시할 새 없이

속으로만 감동이다.


아들은 아빠가 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아 온 터라

성인이 된 지금

아주 자연스럽게

나에게 고대로 안경을 닦아 주는 것이다.

‘안경이 왜 이래요?’라는 그 한마디 없이,

마음 답답한 아들이

내 안경을 닦아 주는 것이다.

그러곤 안경닦기를 챙겨 준다.


안경닦기는 안경알보다 밀도가 더 높아서 흠집이 나지 않고, 면 옷은 밀도가 더 낮아서 흠집이 난다는 설명도 한다. 안경닦기로 닦으면 왠지 흠집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잘 닦지 않게 된다고 내가 말하니.


사실은 안경을 닦지 않는 것은

나의 귀찮음으로 인한 것이다.


그 후로 가끔

가방 속에서 안경닦이가 빼꼼히 삐져나올 때마다

아들이 생각난다.


무뚜뚝한 아들이

내게 해주는 최상의 사랑 표현으로

안경을 말없이 닦아 준 것이라 느꼈기에..

마음이 가득 차 오른다.

따뜻해진다.

흐뭇해진다.

행복해진다.

(아들이 그 순간, 자기가 해 줄 수 있는 온마음으로

할 수 있는 전부를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무심결에 습관적으로 자기 인경 닦듯이

내 안경을 닦아주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사랑하는 내 아들이기에

그 조그마한 행동에 내가 큰 의미를 부여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사람이 한 사람에 대하여 사랑에 빠진다면

그 상대가 하는 무심한 행동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내게만 특별하게 한 행동이라고 믿게 되나 보다.

특히나 외사랑일 때는 더하겠지.

사랑은 이렇게 혼자 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이다.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

이런 것이었을까?

내가 아들에게 사랑을 주니

아들의 행동이 내게 사랑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아주 크게 감동하고 기뻐하게 되니

느낌(기쁨)이 더 증폭되는...


이제는 스치는 모든 안경닦기에 대해서도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안경닦기를 보게 되면

자동반사적으로

‘아들이 내게 주는 사랑’으로 각인되어

마음이 뭉클, 부드러워지게 된다.


‘안경닦기는 마구마구 녹아드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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