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건물의 나이는 대략 70살이다. 나이가 많아 이곳저곳이 느슨해져서 틈이 많다.
그 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온다. 많이 들어온다.
외벽 자체도 벽이 이토록 차가운걸 보면 난방을 위한 설계는 없었던 거 같다.
추위를 심하게 많이 타는 나는 10월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겨울이 오기 전 아직 재킷을 입던 계절부터 월동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야외로 나가야 있는 화장실.
화장실 안은 라디에이터를 틀어 놓는 것으로 해결했다. 다행히 벌어진 틈새는 없는지 라디에이터를 틀어 놓으면 안이 훈훈하다. 단! 차가운 변기까지는 어찌하지 못하지만 라디에이터로 데워진 공기가 변기커버도 살짝 데워주는 거 같다. 이 정도에서 만족.
그다음은 화장실 가기 전 야외의 통로.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시장에서 비닐을 구입해 작업을 했다. 천장 구조물에 붙일 수 있는 최대한으로 고정하고 바닥에도 각목을 놓고 타카건으로 박았다. 그것으로 고정할 수 없는 부분은 강력 양면테이프로 고정했다.
바람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살짝 벌어진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완전히 오픈된 상태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차원이 달랐다.
매우 만족하며 작업을 끝낸 다음날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양면테이프로 고정한 부분이 다 떼어져 버렸다. 떼어지면 다시 붙이고 떼어지면 다시 붙이다 양면테이프로 더 이상의 고정이 어려움을 느끼고 그냥 그 상태로 두려다 일반테이프로 붙여봤더니 양면테이프보다 고정력이 훨씬 좋다.
양면테이프 사느라 돈 많이 썼는데... 괜히 돈 썼네.
2% 부족하지만 이렇게 화장실 클리어!
다음은 다른 곳보다 간단한 작업으로 가능한 방.
여기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찬 바람이 분다. 그렇지만 그 틈새를 찾지 못하겠다. 눈에 보이는 바깥과 연결되어 있는 방문에 비닐을 덮고 그 위에 가림막천을 다는 것으로 완료.
그다음은 책방 전면 유리창이다.
얇은 천으로 덮는 것만으로도 보온효과가 좋다고 해서 세심하게 치수를 재고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적당한 천을 찾아서 주문제작을 했다. 부착하기 쉽도록 상단 벨크로도 추가했다.
카페 쪽 유리창 1면, 유리문 1면
책방 쪽 유리창 2면
무려 148,200원을 지출했다. 하루에 14만 원 매출이 매우 어려운 비수기인 요즘 이 지출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돈보다 추위가 더 무섭기에 구매했다.
눈 오는 풍경을 한번 보고 우선 카페 쪽부터 부착했다.
낮에는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는데 밖에서 보니 그냥 흰 천만 보인다. 밤에는 안에서는 밖이 안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훤히 잘 보인다.
밤에도 안이 보이지 않는 줄 알고 편히 있었던 내 모습이 부끄럽네.
천만 덧대었는데 안이 훈훈한 느낌이다. 오~~ 효과 있어 대만족 하고 클리어.
책방 쪽 유리창도 전부 천을 부착하려고 했는데 밖에서 보기 답답해서 이곳은 그냥 패스했다.
이곳 유리창이 커서 천 제작에 제일 많은 돈이 들었지만 누군가 요긴하게 사용해 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남은 천은 필요한 곳에 나눔 했다.
전면 유리창은 패스하고 출입문 중 사용하지 않는 (사실은 열리지 않아 사용이 불가한) 문을 비닐로 덮었다.
그다음은 가장 난관인 주방이다.
기존의 건물에 증축을 해서 넓힌 부분인데 이곳은 도저히 보완이 되지 않는다. 얇은 슬레이트 판으로만 짓고 난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증축한 거 같다.
우선 보이는 틈은 실리콘과 우레탄폼을 사용해 전부 막았다.
그다음 카페에서 주방으로 향하는 뚫려 있는 문은 비닐로 막았는데 통행을 해야 하기에 가운데는 트여 놨다.
가운데 벌려 놓은 비닐이 주방 안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린다. 보이는 모든 틈을 다 막았는데 대체 비닐이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는 걸까. 이 부분은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았다.
주방에만 들어서면 온도가 5도 이상 확 떨어진다. 이곳도 라디에이터를 틀어 공기를 데워보려 했지만 냉기가 워낙 강력해 라디에이터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주방은 내 손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인 거 같다.
오랜 시간 천천히 월동준비를 했다.
노력이 헛되지 않게 조금은 난방에 도움이 되는 거 같다.
책방 안 난방과 함께 큰 걱정인 부분은 수도 동파이다.
건물 안쪽에서부터 25m 정도 이어져 연결된 수도관은 매립되지 않고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면 바로 동파할 텐데... 동파 방지를 위해 열선을 감고 그 위에 보온재로 감쌌지만 열선에 의한 화재 뉴스를 보니 열선을 작동하기 불안하다. 화재가 불안해 아직까지 열선은 사용하지 않고 대신 물을 조금 틀어놓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동파보다 수도세 더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처음엔 누수로, 다음은 천장 황토가루가 떨어지는 거로, 다음은 출입문이 안 열리는 거로, 지금은 외풍으로. 하나의 공간을 갖는다는 건 손이 많이 가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
청소하고 깨끗이 유지하는 거는 기본이고 그 외에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내 손길로 보완되고 가꿔지며 내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걸까.
이제 긴 겨울의 시작인데 첫겨울을 잘 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