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25일 00:25 - 24화 -

by 임주형

부산에 사는 누나네 가족을 만나서 바다 변두리에 위치한 경치 좋은 바비큐 집에 들러 간단히 식사를 했다. 짧은 몇 분이었지만 잔잔한 바다를 정말 오랜만에 바라봤는데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KakaoTalk_20210125_012752621.jpg 부산 사하구 다대포

식사를 간단하게 끝내고 다시 울산으로 돌아와서는 어머니를 모시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영양크림을 사드리고 싶어서다. 고작 1년 사이에 어머니가 많이 늙으셨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주로 불 앞에서 일을 하시니까 피부가 늘어나는 것도 있고 건조해지는 등 여러 이유일 거다. 며칠 전에는 먹는 콜라겐을 주문하기도 했다. 백화점은 문을 닫아서 인지도가 높은 화장품 멀티숍 매장을 찾아갔다. 거기서 낮에 바르는 영양크림, 밤에 바르는 영양크림 두 가지 모두 샀다.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다.’라는 그 말에 공감하지만 어머니의 노화를 늦추고 싶은 아들의 바람인 거다. 작년 여름에는 마지막으로 살아계셨던 외할머니께서도 하늘나라에 가셨다. 시공간은 이러한 면에서는 냉정한 곳이다.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유서를 쓴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진솔한 글 공간이 있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포장을 할 테면 일기를 쓰면 되고 모든 것을 다 꺼내어 놓을 거라면 나처럼 유서를 쓰면 된다. 결정적으로 다방면으로 생각을 해도 스물아홉 살이라는 나이는 ‘아직은 괜찮아.’라며 한 숨 돌릴 나이가 아니다. 고향에 가면 자주 가던 국밥집 두 곳이 있는데 형님 한 분은 마흔 살이 다 되어서 장가를 갔고 다른 국밥집 형님은 아직 장가를 못 갔다. 나도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겁이 난다. 나날이 촌스러워지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면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기도 한다. 키는 작은 편에 속해도 셔츠와 정장이 제법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경조사에 참여할 때는 항상 신사적인 복장을 입었었는데 얼마 전 울산에서 알게 된 친한 형님의 결혼식에 다녀왔을 때도 배달 갔다가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축의금만 내고 나왔던 적이 있다. 호텔 담당자는 당연히 하객이라 생각 못하고 단순 배달원으로 오해했을 테고 여기 배달 온 게 아니라 결혼식에 왔다며 오토바이 주차 건으로 잠시 다투기도 했다. 또 고향에 친한 형님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같은 차림으로 자정쯤 조용한 시간 때를 틈타 부산과 울산을 왕복하고는 했다. 배달 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내게 많은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배달 일을 하기 전에는 아름다운 시를 많이 썼었다. 그런 시를 써 본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친한 형님이 운영하는 옥탑방처럼 생긴 카페에 옥상으로 올라가 허름한 나무 테이블과 의자를 빌려 시를 쓰는 것을 좋아했었다. 내가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는 형님 카페에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 형님의 휴무일은 매주 일요일이라서 둘째, 넷째 일요일에 쉬는 나와 겹치기 때문이다. 그때 써 놓았던 시 한 편을 소개해보고 싶다.


〈지는 꽃이 피는 꽃이다.〉

임주형


나이 든 나무는 봄이 오면

더 많은 꽃을 만개합니다.


일 년 사계절 중 꽃 피는 계절 오면

중폭 된 아름다움으로 찾아옵니다.


나이가 드는 것은 곱게 물든 꽃잎처럼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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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하다 보니 성격이 급해지고 때로는 난폭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잃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는 항상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에 있어 잃은 것에 대한 생각은 할 필요성이 없다. 얻은 것만을 기억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시 한 편을 더 소개하고 휴무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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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지는 것까지〉

임주형


활짝 핀 꽃

많은 사랑을 받아야 마땅해


한껏 머금었던 수분을 모두 잃고

꽃잎이 다 떨어져 향기를 잃어도


너는

아름다운 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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