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원의 유서

2021년 01월 30일 01:22 - 28화 -

by 임주형

신호를 기다리면서 동그란 보름달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더니 조금 더 아름다웠고 섬세하게 보였다. 아쉬운 것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건데 지금이라도 밖에 나가서 찍으면 되지만 너무 피곤한 상태다. 또 춥다. 글을 쓰는 것에도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시간쯤 일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데스크톱 앞에 앉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원래는 재료 준비 시간에 1시간 정도를 내어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할 글귀를 쓰고는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 맞는다면 2020년 상반기쯤에 인스타그램에서 알고리즘 대폭 수정을 했을 거다. 예쁘고 잘생긴 사람의 사진이나 중요 부위만 가린 벗은 몸 사진 등을 올리는 계정은 다른 계정으로의 도달률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지만 나처럼 글 쓰는 계정처럼 자신의 모습을 다루는 계정이 아닌 다른 것을 다루는 심심한 계정은 도달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내 계정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나머지 내 계정을 암묵적으로 죽였다고 봐야 한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흥미를 잃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인위적인 글을 쓰는 것이 싫어진 거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해도 조회수가 10명 정도를 오르내린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중에 라이킷을 한 사람이 읽고 라이킷을 한 건지 읽지 않고 라이킷을 한 건지는 알고 싶지 않다. 나는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인스타그램을 하고 나서부터는 이목을 끌 수 있는 인간관계의 관한 글귀나 동기부여에 관한 글귀를 주로 다루게 되면서 내 장점을 점점 저버리고 말았다. 결정적인 것은 배달 일을 시작하고 나서 문장력이 엉망이 된 거다. 항상 예민하고 마음이 급하다 보니 좋은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장사 초창기 까지만 하더라도 내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일보다 글 쓰는 일이 더 좋았다. 일에 쓸 에너지를 아껴 글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장사하는 사람이 되었고 장사에 쏟아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오래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풀꽃’이라는 시를 쓰신 시인 나태주 선생님이 출연해서 본인 소개를 했는데 “제 직업은 교장이고요. 본업은 시인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나는 이 말에 큰 용기를 품었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애를 쓰는데 생각지도 못한 멋진 말로 다가왔던 거다. 그렇지만 하루에 3시간 정도 글과 놀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야 이 말도 효력이 발생한다. 마음이 불편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겨 내보겠다는 억지 또한 부려보고는 했었다. 노력해봤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글 쓰는 시간이 확보가 되어야만 마음 놓고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확신만 얻었다. 어쩌다 시간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몸이 지쳐 있어서 휴식을 선택하는 나로서는 직업과 본업에 대한 멋진 말은 이제는 조금 먼 이야기가 된 거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장사에 관한 책을 집필한다면 모를까 그토록 즐겼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겸비한 감성적인 글은 단순히 내려놓기로 했다. 영감이라는 것은 담배 연기 같거나 아니면 수증기 같아서 떠올랐을 때 잡아채지 못하면 소멸되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 무언가 좋은 글귀가 떠올라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메모장을 켜서 한 문장 쓰는 순간에 띵동 주문이 들어온다. 이 주문 소리는 쉽게 말해서 청소기다 연기든 수증기든 순식간에 흡수해버린다. 배달 중에 신호를 기다리면서 스마트폰 음성 메모장을 켜 놓고 혼자 주절주절 말하는 모습도 너무 웃기지 않은가? 그렇지만 억지로 라도 어제는 빼먹었지만 유서는 쓰려한다. 내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아무것도 아닌 게 되고 사업이 조금 더 번창하면 진짜 느낌 있는 시집을 집필할 거고 자기 계발서나 소설 한 편을 더 집필하리라 다짐은 해 놓은 상태다. 그때 까지만 대충 쓰자.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진정으로 필자를 응원하는 첫 번째 독자이지 않은가? 오늘 유서와 어울리면서도 요즘 우리 모두의 심정과 어울릴만한 시를 한 편 남긴다. 2019년 7월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 옥상에서 쓴 아주 짧은 시다.


〈새를 보라.〉

임주형


하늘을 날던 새는

날갯짓을 멈추며

좀처럼 긴 시간

상공을 끌어안는데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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