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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주형 Jul 08. 2023

이제는 손가락이 중요하다.

우리 몸 안에는 악마가 깃들어 있다.

  우리 몸 안에는 악마가 깃들어 있다. 나는 그것을 익명 문화에서 알았다. 여러 명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나 댓글, 모든 sns도 그렇다. 이를 테면 온라인 게임 팀원이 3명일 때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pc방에서만 진행을 할 수 있다면  옆 사람이 왜 이렇게 못하냐며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퍼부을 수 있을까? 심지어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 말이다. 악성 댓글도 마찬가지다. 당사자가 내 앞에 있어도 눈을 보며 비수를 꽂을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내가 피부로 깨달았던 것은 배달 장사에서다. 그중에서도 배달 앱을 예로 들 수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령이 90% 이상 육박했고 그만큼 악성 리뷰는 더 늘어났다.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 가게는 수구레 선지 해장국을 팔고 있는데 별점 한 개와 '기름만 둥둥 떠다녀요. 이게 음식인가요?'라는 리뷰를 받은 적이 있다. 수구레는 소가죽과 살 사이에 있는 지방육이다. 사실은 구하기도 힘들고 콜라겐이 풍부해서 요즘은 고급 음식이다. 그런데도 그 리뷰를 사장이 지울 수도 없고 사라지는 6개월 동안 계속 봐야만 한다. 온라인상에 같은 유저끼리는 물고 뜯고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서로 들고 있지만 소상공인을 포함한 모든 공인은 무기는 당연하거니와 방패조차 없는 현실이다. 누군가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을 확인했을 때 피하든 몸을 웅크려 막든 수를 쓸 수 있지만 익명 문화의 공격은 보이지도 않게 가슴을 찢어 놓는다. 오래 시달렸지만 아직도 아프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스스로가 방패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악마를 대면해야 할 때마다 두려워하고 괴로워할 수는 없다. 특히나 글을 다루는 사람일수록 더 예민하게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그 때문에 '스스로가 방패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문구를 가슴에 각인시키고 내일을 맞이해야 한다.


  퇴근 후에 가끔 스타크래프트라는 오래된 온라인 게임을 한다. 원래 게임 머리가 없어서 새로운 게임을 접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그나마 30대에서 50대 정도가 되는 유저로 구성되어 있어서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플레이가 내게서 나오면 욕부터 쏟아붓는 유저를 만날 때면 항상 물었다. 대부분 자기 잘못은 절대 없고 내 잘못만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다. 게임을 하면서 느낀 게 고수는 말없이 플레이로 보여줬고 중수는 팀워크를 중요시했고 초보는 본인밖에 몰랐다. 중 고수가 어떠한 전략을 세워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초보였다. 자신이 정해놓은 고작 몇 가지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만 고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초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수용을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점도 우리 인간 사회와 너무 닮아 있는 것이다. 미숙 운전은 언젠가 벗어날 수 있지만 초보 운전에서 수 십 년 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누구나 본 적 있을 것이다. 거기까지 인 것이다. 


  방패보다 강해지는 방법 중에는 악인을 만났을 때 '저 사람은 인생 초보구나. 내가 이제 중수 정도는 됐구나.' 하는 생각을 먼저 해볼 수 있다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대화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대화가 통하는 중수에서 수용과 성장을 통해 말이 필요 없는 고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 가게 단골 중에 이탈되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객이 있다. 부동의 주문율 1위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다. 다른 단골은 이탈되거나 주문 터울이 길어지는데도 왜 이 고객은 꾸준할까? 결정적으로는 리뷰로 주고받은 오글거리는 내용들이었다. 그런 리뷰와 사장님 댓글을 주고받은 고객들은 부담을 느끼고 이탈했고 유일한 이 고객은 그렇게 많은 주문을 보였지만 단 한 번도 리뷰를 남기지 않았다. 음식에 이상이 생기면 즉각 가게로 전화해서 알렸고 환불과 새 음식을 수령하고는 했다. 나는 그 손님을 보고 진짜 인간 사회에 고수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화기가 있고 대면이 있다. 편리한 것만 추구하다 보면 인간성을 당연히 상실하게 된다. 소수가 될지 몰라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방패보다 더 강해져서 인간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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