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정리의 순간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에 있어 지나친 인간관계는 되레 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가 지나고 30대에 접어들면 빈부의 격차가 생겨나는데 10대 20대에 알던 그들이 아님을 몸소 느끼게 된다. 내 중점을 흐리면서까지 무리해서 어울리게 되면 결국 발등에 불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그래서 30대에는 인간관계 정리의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에 인연을 끊으라는 말이 아니라 멀어지고 떨어져 나가더라도 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타인을 좋아할 때가 있었다. 20대 중반쯤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타지에서 장사를 시작했고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고향 부산이 아닌 제2의 고향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땅 울산에 시간과 노동을 갈아 넣었다. 그러면서 기존의 인간관계는 자연스레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때면 말투와 유행어 그리고 개그코드까지 내 흔적이 점점 지워져 갔다. 친구들의 대화에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짐작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음을 느꼈을 때 너무 힘든 날 위로받고 싶어서 연락처를 뒤졌을 때 쉽사리 전화를 걸어볼 친구가 이제는 없음을 느꼈을 때 이제는 혼자가 됐고 스스로 나아가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략 일반적인 직장인의 업무량이 하루 10시간 정도 휴무일이 두 번 정도 있다고 가정했을 때 자영업을 하는 나는 어울릴 사람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가장 바쁜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을 반납하고 구애활동을 펼친다는 것도 먼 나라 이야기다. 이 번 달에 몇 번 쉼으로 인해 적자가 발생하면 그것이 이 번 달에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달 그다음 달로 이어오기 때문에 그 부담을 이겨낼 수가 없는 것이다. 장사의 신 '은현장'도 말한다. 장사를 시작했으면 하루도 쉬는 게 아니라고 나아가 남들보다 덜 자고 더 일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친구들부터 시작해 인간관계가 단절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제는 동창회에 참석하려 해도 불러주는 친구가 없다면서 말이다. 지금은 7월 얼마 전이 1월이었던 것 같은데 더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면 이번 연도는 나아지겠지 조금이나마 이윤을 만들고 여유를 찾아야지 하며 다짐했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에 아직도 마음이 뜨거울 정도인데 사회는 누구도 내버려 두지 않을 만큼 냉정하고 어려웠다. 장사가 어려운 까닭이 뭐냐면 자리를 잡는 시간 동안 물가가 너무 빠른 속도로 올라서 그것을 따라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보통의 자영업자들은 그렇게 폐업 신고를 한다.
이렇게 빠른 일 년 일 년이 지나 십 년 후에도 바둥거리고 있다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하며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아마 아내도 없을 것이고 어머니는 70대가 넘으셨을 것이고 아버지는 살아계실지 모르겠다. 인간관계를 정리할 때 더 감싸고 소중하게 여겨야 할 존재가 있다면 유일한 가족일 것이다. 특히 부모다. 미친 듯이 달려서 성공까지 가는 것은 너무 좋은 것이다. 그러나 가족과의 시간은 확보해야 한다. 그들과 함께할 때 아주 느린 마음으로 언제나 아주 먼 미래에서 왔다는 생각으로 그 순간을 더 진하게 느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별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성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가 느낀 성공의 기준이라 함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자고 살아도 없을 수 있는 게 돈이고 열심히 공부해도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삶이라는 개인의 과정의 시간을 따져봤을 때 원망의 순간보다 행복의 순간을 최대한 많이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밥은 먹고살아야 하니 노동할 때는 최선을 다해 보탬이 되고 정말 가난하다면 보험료는 책임지고 납부하면서 남는 시간들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원래 천성이 고독했고 쓸쓸했다. 그렇게 지독하게 가난했어도 돈 욕심이 없다. 우리 가게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언제가 기회가 돼서 먹어본다면 이해하게 될 거다. 오래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돈을 좇지 않고도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성공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말은 틀렸을 수도 있다.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 이상으로 빨리 변하니까. 정도를 따져보자면 내가 40대가 되어 20대를 봤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게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소신대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시간이 훗날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남들이 알아주는 것보다 단순히 내가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게 성공 아닐까?
누구나 고독하고 외로울 때가 있다. 무언가 조금은 괴로운 시간이겠지만 인간에게 있어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일 것이다. 이 글을 20대 후반이나 30대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남들이 보는 내 모습만 의식하며 살아온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진짜 성장이 시작될 때는 내 모습을 내가 바라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 어쩔 때는 내가 너무 가여워 보이고 어쩔 때는 초라해 보이거나 촌스럽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이 언젠가 차오른다면 비로소 내면에 햇살이 드리워져 나만 볼 수 있는 성장이 시작됐다고 믿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