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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물러서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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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Nov 29. 2019

열심히는 산 것 같은데

11월은 참으로 잔인했다. 빨간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달력을 보고 또 봐도 워킹데이만 있었다. 반차라도 써볼까 하는 마음이 가득했으나 마음만 먹었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11월 마지막 금요일이 되었고, 곧 12월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바쁘게 산 것 같은데, 해 놓은 게 없을 때면 속이 착잡해진다. 통장 잔고가 두둑해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성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몸만 피곤하고 정신은 피폐해진 그런 상태다.


특히나 이번 주는 브런치 글도, 블로그 글도 한 번을 쓰지 못했다. 새벽 4시 기상은 여전했으나 늦은 퇴근 후에 일어나다 보니 오히려 새벽이 고단했다. 잠을 깨는데만 한 시간은 족히 걸렸고, 뭐라도 하려고 하면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독서모임은 단 한 번도 가지 못했으며, 캘리그래피 마지막 수업에도 참석하지 못하여 작품을 만들 기회를 놓쳐 버렸다. 김창옥 선생님 강의는 결제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보니 매진이 되어 시도도 하지 못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은 쌓여는 가는데 12월에 나갈 돈을 생각하니 선뜻 결제를 못했다. 못한 것만 생각하고 결과물이 없는 것에만 생각하니 더 괴로웠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만 비틀어보면 또 다르다.


브런치, 블로그에 글 한 번 쓰지 못했으나, 언젠가 쓰겠노라 작정하며 메모장에 글감을 적어놨고, 독서모임에 참석하려고 악착같이 책을 읽었으며, 캘리그래피 작품을 위해 틈틈이 연습을 했었다. 김창옥 선생님 강의를 들으려고 알아보던 중 더 많은 유튜브 강의를 듣게 됐고,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긴 책은 어떤 책을 사야 할지 신중하게 고민하게 됐다.


심리상담을 받을 때 '감사일기'를 써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감사일기 그거 뭐 맨날 감사할 일도 없던데요. 날씨가 좋아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서 감사합니다. 이런 게 전부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뜬금없이 생각을 조금 바꿔보니 뭔가 달랐다. 결과물이 아니라 뭐라도 해보려고 악착같이 시간을 붙들었고, 생각했고 고민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 말고도 나에겐 '무언가'남았다. 


연말이 다가오니 올 한 해 해놓은 게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면 열심히 산거다. 뭐라도 해보려고 애쓴 사람이 아니라면 저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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