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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살기 Dec 02. 2019

메시보다 더 좋은 축구선수가 생겼다

목포시청 김지수 선수의 팬이 되다.

'워커홀릭' 자칭이자 타칭이다. 나는 월화수목금금금을 자발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다. 온전히 내가 원해서, 하고 싶어서, 즐거워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만큼 좋아하는 것이 생겼다. 바로 '자기 계발'이다. 여느 젊은 사람들과 비슷하게 자기 계발 서적 또는 콘텐츠를 보게 되고 '아하!' 하는 순간으로 인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과는 조금 다른 수준이다. 요즘 나는 자기 계발을 내 일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즉, 내 인생에서 1순위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즐겁기에 지난 11월 30일 토요일, 책을 읽기 위해 경북 왜관에서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이 전날 직원과의 사담으로 2시에 잠을 자러 갔다. 그리고 나는 빡독X광주에 참여하기 위해 새벽 5:30분에 일어났다. 물론 알람은 그것보다 늦게 맞춰 놨는데,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일찍 깨버렸다. 덕분에 책을 조금 읽다 갈 수 있으니 잘된 일이었다.

광주로 출발할 때의 시간과 풍경. 날씨는 영하 3도였지만 마음속은 불타오르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그 정도 의지면 집에서 책을 읽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런 모임에 나가는 이유는 단순히 책만 읽으려고 나가는 것은 아니다. 또, 아직 독서 집중력 레벨이 그다지 높지 못해 집에 있었으면 분명 이날 얻은 성과의 50% 정도밖에 달성하지 못했을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이날 참여한 독서모임은 눈높이로 유명한 교육기업 대교와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주최하는 전 국민 문해력 향상 프로젝트 '빡세게 독서하자'의 줄임말 '빡독'의 광주 버전이다. 광주에서 매주 목요일에 '카페 링팡'에서 열리고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다면 주최자이신 강주태 님의 블로그를 참고하면 좋겠다. 카카오톡 오픈 톡방 (빡독 X광주)도 있으니 오픈 톡방에 참여해도 좋다. 

https://blog.naver.com/carpekang/221697768455

도착하니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날씨도 쌀쌀한데 분위기까지 뭔가 연말 시상식 같은 곳이었다. 태어나서 이런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흔히 있을 일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경설정의 힘은 역시나 대단했고, 130명의 인원이 다 같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가지고 간 책을 이날 다 읽었다. 집에서 그 정도 분량을 읽기 위해서는 하루를 통째로 갈아 넣어도 잘 되지 않던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가능하다. 책을 읽다가 지쳐서 고개를 들어보면 아직 다들 책을 읽고 있다. 물론 그분들도 눈치가 보여서 일어나지 못하거나 졸지 못할 수 있다. 혹은 그중 일부는 졸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든 책 읽는 사람들이 과반수라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특히 당신이 젊은 사람이거나, 공부를 하고 있거나, 교육에 종사하고 있다면 더더욱. 나도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뭔가 다른 사람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다.


위 사진에서 진행을 해주고 계신 분이 빡독 X광주 주최자 '강주태'사장님이다. 카페 링팡의 대표님이신데, 일전에 회사 사내 모임을 링팡에서 한 적이 있어서 카톡으로 연락만 하고 처음 뵈었다. 

세상 선한 웃음으로 크게, 아주 크게 반갑게 맞이 해주셨다. 뭔가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었고, 말은 많이 나누지 못했지만 그와 나 사이에 깊은 정이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나와 다른 차분한 말투, 목소리는 처음 만난 많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생전 처음 카페 사장님이 좋아(?) 졌다. 

그리고 오늘 나는 한 축구선수의 팬이 되었다. 아주 깊게. 진짜 만수르처럼 돈이 있었다면 구단을 하나 만들어서 이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진에서 오른쪽 까만 후드를 입은 이 청년은 목포시청 소속의 김지수 선수다. 목포시청은 K3리그라고 불리는 내셔널리그에 속해있어 우리가 흔히 아는 K리그는 아니다. 김지수 선수는 조선대학교를 거쳐 광주 FC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팀이 강등되면서 강릉시청으로 임대를 가게 되었는데 임대 시즌을 꽤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한다. 그 후 말레이시아에서 입단 제의가 와서 해외 진출의 꿈을 안고 갔지만 안타깝게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국내에 돌아왔을 때 그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이때 김지수 선수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가고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 않을 감정일 것 같다. 그러나 그에게 다시 한번 선수생활의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2019년 목포시청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지독하게도 열심히였던 그의 2019년 성적은 28경기 6 출전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뭐야, 별론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그 별로인 것 같아 보이는 결과가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그에 대해서 이렇게 상세하게 아는 이유는 이날 빡독 X광주의 스피치 1개를 김지수 선수가 맡아서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었다. 내가 본 그의 장점은 이렇다.

무너지지 않는 강철 멘탈

축구선수로써는 마냥 성공적이지만은 않은 커리어를 100명이 넘는 사람 앞에서 얘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짐작컨대 그가 강철 멘탈을 가질 수 있는 힘은 독서에서 올 것이다. 물론, 마냥 책만 읽어댄다고 멘탈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는 분명 책의 내용을 삶에 적용하고 있었고, 비록 지금 당장 '최선'이 아닐지라도 '최선'으로 향하는 길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바라는 목표가 단순히 지금의 선수생활에만 향해있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높은 메타인지

메타인지는 그 대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알고 모르고 가 아니라 인지 능력 자체에 대한 인지 인 것이다. 김지수 선수는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굉장히 높은 상태인 것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축구선수로써 주어진 시간과, 자신의 현재 위치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태도는 위에서 말한 강철멘탈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시즌이 끝났을 때 팀 동료, 코치진, 그를 인정하지 않았던 감독님까지 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학습하는 축구선수

편견이었으면 좋겠지만 일반인에게 공부, 독서 그리고 운동선수는 꽤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절대로, 모든 선수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도 공부와 독서는 그다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선수가 더 빛나 보이는 것이다. 김지수 선수는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엄청난 량의 독서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글로 풀어내고 있다. 독서와 글쓰기가 김지수 선수의 취미인 것이다. 

그는 운동선수의 프레질(Fragile)한 약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독서를 통해 그의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운동선수는 프레질할지 모르지만 그의 인생만은 안티프래질(Antifragile)해 보였다. 이런 선수가 향후에 지도자가 된다면 손웅정 감독님과 같이 대한민국 축구를 이끌어갈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https://m.blog.naver.com/wltn0343/221699256877

이렇게 나는 책을 읽으러 광주를 갔지만 돈 주고도 듣기 힘든 명강연을 공짜로 들었고, 손흥민처럼 월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덕질'을 하고 싶은 축구선수가 생겼다. 세상은 이렇게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주 주말과 28일 일요일에도 빡독X대구 행사가 있다. 이곳에도 책을 읽으러 가지만, 또 예상치 못한 좋은 인연이 생기면 좋겠다. 빡독X대구 행사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wnsaud5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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