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에 자신 있으면 된다
2014년 6월 1일 그의 취업일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탄탄한 몸을 가졌던 그와 함께 회사의 티셔츠 굿즈를 입고 홍보 이벤트용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지금 보니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는 잔뜩 긴장을 했던 것 같다. 혼자만 너무 편해보여 조금 미안해지는 순간이다. 지금은 사진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 됐지만 그 당시만 해도 딱히 사진을 즐기지 않던 분이었다. 그렇게 평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019년 10월 1일 퇴사 전까지 기업부설 연구소의 선입 연구원까지 폭풍 성장과 진급을 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어려움, 그리고 퇴사 선언
그러나 그의 회사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튜닝부품 산업은 제조업으로써는 최악의 조건을 갖췄다. 초 다품종 초 소량 생산이다. 1년에 단 1대 분만 생산하는 제품도 있고, 심지어는 5년에 1번만 생산되는 제품도 있다. '자신의 기호에 맞게 차를 꾸미는 것' 그것 이바로 튜닝의 기본이다. 그러다 보니 대량생산에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빨리빨리'의 국가인 한국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간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다. 우리는 여느 제품들과 다르지 않게 빠른 속도를 유지해야만 했다. 또, 중소기업이기에 잘 갖춰지지 않은 시스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그는 배움과 새로운 도전에 강한 열정을 갖고 있다. 조금은 지루해졌을 수도, 원치 않은 타성에 젖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를 올해 1월 그는 나에게 '퇴사'를 선언했다. 이 시기에 이 직원의 후임 2명도 함께 퇴사를 선언했었다. 길지 않은 나의 경영 인생 최악의 시간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다행히 퇴사를 선언했던 후임 2명은 지금도 회사를 아주 우수하게 잘 다니고 있다.)
직원의 이직을 돕기로 결정하다.
그러나 대표의 자리란 이런저런 핑계로 주눅 들어 있을 시간이 없다. 빠른 판단과 실행만이 비즈니스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사실 취업시장의 현황은 직원들보다 내가 훨씬 더 잘 알고 있었다. 대학교의 시간강사로 수업도 나가고 있고, 아직도 학사를 졸업했던 학교의 자작자동차 동아리 후배들을 도와주고 있고, 주변 거래처 사장님들과의 대화, 각종 협회에서의 이야기들 등 빈익빈 부익부의 취업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했다. 그동안 고생했던 이 직원의 이직을 적극 돕기로.
쉽지 않은 이직의 길
직원은 항상 몸값을 올리며 이직을 해야 한다. 내려가는 순간 계속 내려간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얘기했다. "세훈 씨, 어차피 몸값 올리면서 이직하려면 분야를 전환하게 되면 어려워요. 자동차 관련 분야로 이직합시다. 제가 최대한 도와줄게요." 그렇게 내가 모을 수 있는 취업시장의 다양한 정보와 대기업 자소서를 제공해주고, 최선을 다해 공부하라고 했다. 그리고 절대 퇴사하고 이직을 준비하지 마라고 타일렀다. 잘 안되면 얼마든지 더 있어도 되니 안정적으로 이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재직 중에 이직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고, 좋은 회사들은 에는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몰리는 법이다. 그렇게 그는 첫 번째 실패를 경험하고 회사에 더 머물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는 진짜 이직
지난 2019년 9월 그는 '퇴사 선언'이 아닌 '이직 선언'을 했다. 마침내 좋은 회사에 합격을 했고, 입사 날짜도 정해졌다고 했다. 이번 이직 준비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지라 솔직히 처음에는 서운 했다. 그래서 이유도 물어보고 긴 시간 얘기도 해봤지만 안타깝게도 새로움과 도전을 좋아하는 그를 잡을 방법은 없었다. 이해는 안 됐지만 수긍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는 우리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계속되는 인연
그는 이직 후에도 나와 종종 연락하고 지낸다. 어쩌면 몇몇 친구들보다 더 자주 연락하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결혼식이 지난 15일에 있었고, 비록 '전' 회사의 대표이지만 그의 결혼을 축하하고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그와 친했던 직원들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했다. 워낙 회사생활을 잘했던 그인지라, 우리 회사의 절반 가까이가 함께 참석했다. 비록 직원이었지만 그의 '태도'는 본받을만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늘 귀감이 될만했다.
직원의 이직을 받아들이는 자세
아직까지 젊고 패기 넘치는 현재는 '정년'없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어쨌든, 보편적으로 회사에서 아무리 오래 다녀도 '정년'은 존재하고 "평생직장이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기에 아무리 서운함을 느끼고, 화를 내봤자 대표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정적인 스트레스뿐이다. 직원들은 퇴사 혹은 이직을 할 때 새롭게 펼쳐질 앞날에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대표자도 마찬가지다. 직원이 퇴사했으면 그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사람에 대한 걱정과 설렘을 즐길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소에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자기 계발을 권고해서 실력이 올랐을 때 더 나은 곳으로 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실력이 올랐을 때 뺏기기 싫다면 그 직원에게 '가장 나은 곳'이 되면 된다. '가장 나은 곳'은 언제나 '가장 높은 연봉'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다 같이 성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쉽게 떠나기도 어렵다. 세상에 그런 조직문화를 가진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기억해라.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
우리 회사는 정확하게는 대구 북쪽의 '칠곡 왜관'이라는 곳에 위치해있다. 지명도 생소하고, 자차가 없으면 출퇴근이 불가능한 곳에 있다. 이런 위치적인 단점, 중소기업으로써의 좁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채용공고의 피드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직원들의 퇴사와 이직은 직원에게도, 대표자에게도 얼마든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300~500대의 방문자수를 유지하던 블로그에는 채용공고 이후 일방문자가 2,900명까지 치솟았다. 페이스북의 콘텐츠에 대한 피드는 평균 1,000~2,000 도달을 기록하는데 채용 관련 콘텐츠는 위 사진에 나온 것처럼 89,000 도달, 좋아요 386개, 38번의 공유를 기록하고 아직도 올라가는 중이다. 비즈니스 세상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퇴사 그리고 이직, 채용 이 모든 것도 비즈니스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대표자로써의 숙명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