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마인드로 일해라', '내 것처럼 일해라', '주인의식을 갖고 해라' 등 수많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얘기들에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실망을 하고 있고 세대 간, 계층 간 장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번 주인의식을 강요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 <'내 것'이 아닌데 어떻게 '내 것'처럼 합니까?>를 썼을 때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을 해준 것 같다.
즐기며 일한다는 것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사장이 된다는 것>, <일취월장>, <완벽한 공부법>, <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사장을 위한 심리학>, <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변화를 이끄는가>, <평균의 종말>, <그릿>, <30분 회의법>, <뭐든 잘되는 회사의 회의법>, <경영 불변의 법칙> 등 지난 6개월간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경영, 경영에세이, 조직문화 등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책을 읽고 실천하고 적용해보려 애썼던 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 금요일, 우리는 분명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 엄청난 열정과 심지어 '행복'까지 느꼈다. 불타는 금요일 근무시간에 말이다. 과연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색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색다른 환경설정'을 해보았다.
동백섬과 해운대 오션뷰를 가진 곳. 그곳이 이날의 '회의 장소'였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브랜딩 방향과 번뜩이는 마케팅 아이디어와 전략을 얻는 것이 이번 사내 컨퍼런스의 목적이었다. 직원들의 '번뜩이는', '색다른'아이디어를 위해 첫 번째 고려한 것은 바로 '색다른 환경설정'이다. 사내 컨퍼런스라고 회사 내에서만 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나는 과감하게 해운대의 호텔 아라트리움을 예약했다.
직원들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앞으로 다가올 '필리버스터'급 컨퍼런스는 잊은 채 풍경을 만끽했다.
일하다가 잠시 창밖을 바라보면 이런 뷰가 펼쳐졌다.
명확한 목표 제시
이날 우리 컨퍼런스의 이름은 Neotech & Wats Idea 2020이었다.
너무나도 멋진 날씨와 나이스 한 뷰를 가진 곳이었지만 우리는 다른 직원들이 열심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2020년을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온 것임을 잊지 않아야 했다. 우리 직원들과 나의 인건비 그리고 기존 업무를 하지 못함으로 생기는 손해, 장소 임차비, 식사 및 부대비용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최소 1,500만 원은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이 이상의 결과물을 내야 했다. 직원들에게 기조 발언과 함께 우리가 오늘 얻어야 할 뚜렷하고 정량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새로운 환경으로 인한 미친 집중력 그리고 높은 수준의 발표
현역 프로드라이버와 유명(?) 국산 올드카 러버의 발표
마치 유료 마케팅 컨퍼런스에 자리에 온듯한 분위기 었다. 회사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다른 차원의 집중도였다. 더군다나 이 자리에 있던 5명 중 4명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 그리고 1명은 현역 프로 레이싱 드라이버였다. 더 나은 2020년의 성과를 위해 오로지 '내적 동기'로 준비된 이 자리의 퀄리티는 그 어떤 유료 마케팅/브랜딩 컨퍼런스에 못지않는 수준이었다.
한 명당 30분의 발표시간과 20분의 질의시간을 정해놓고 진행했다.
밤이 되도록 꺼지지 않는 엄청난 집중력.
주의 환기를 위한 산책 시간
마린시티를 거니는 네오테키안들의 모습. (회사의 이름인 Neotech와 사람을 뜻하는 -ian을 합쳐 우리 제품을 쓰는 사람들과 직원들을 Neotechian이라 부르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컨퍼런스는 저녁시간 이전인 오후 7시까지 총 20분 정도의 브레이크 타임만 갖고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짧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2차전(?)을 위한 분위기 환기를 할 겸 동백섬으로 산책을 나갔다. 동백섬을 한 바퀴 걷고 해운대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해운대 빛 축제가 한창이었다. 사실 이게 빛 축제라는 것도 돌아와서야 알았다. 이렇게 남자들끼리 산책하는 것이 썩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리 만큼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그냥 걷는 것 만이 아니라 미리 준비된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서로에 대해 개인적으로 더 알아갈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모두 시커먼 옷에 오랜 회의로 지친 모습이었지만 우리는 꽤 멋있었다.
The bay 101 앞에서 회의장소를 배경으로 찍은 단체사진.
자정 넘어 이어진 2차전, 그리고 남자들끼리의 와인 한잔
잊을 수 없는 마무리의 순간.
컨퍼런스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천 사항을 뽑아내고, 데드라인까지 정하고 나니 시간은 새벽 3시였다.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와인으로 간소하게 자축하는 시간을 갖고 회사 창립이래 첫 시도였던 '사외'에서 진행한 '사내' 아이디어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함께 참석한 모든 직원들이 회의가 이어지는 내내 '너무 좋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등 최고의 만족감을 표현하기 바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날 얻은 결과는 2020년의 우리 회사의 최고의 성과를 위한 최고의 아이디어들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만들어서 이 소중하고 뜻깊은 자리를 회사의 상징적인 행사로 만들도록 하자고 다짐했다.그렇게 우리는 '즐겁게 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나는 정말 이렇게 일 할 수만 있다면 죽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지금 이 순간 당신의 일에 가슴 뛰고 있는가? 최고의 순간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당장 계획하길 바란다. 당신의 최고의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