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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령 Aug 18. 2022

작가가 된 지 일 년째

더 큰 버킷리스트를 꿈꾸다.



벌써 일 년

첫 도전, 그날들을 담은 일기


요즘 들어 책과 글에 조금 소홀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매일 자기 전 읽던 책을 드문드문 읽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더 나태해지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오랜만에 책장을 열어 읽을만한 책을 찾아 눈길을 스윽 옮겼다. 이내 눈길이 한 책에 머물렀다. 바로 나의 책. 내 인생에 있어, 작가로서의 첫 도전이었던 나의 책이었다. 책을 낸 지가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은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가 있었다. 문득 그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얼마나 글을 쓰는 것에 진심이었는지, 내가 쓴 글을 종이책으로 마주했을 때의 그 이상하면서도 짜릿했던 기분까지. 이거다! 이번 글 주제는 나의 첫 도전을 담기로 했다.


시간은 약 2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졸업 1년을 채 안 남겼던 어느 날이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연히 한 기업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글쓰기 프로젝트...?'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 출간까지 해주는 시스템이라...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나의 손은 자연스럽게 '더 알아보기'로 향해 가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 무렵이었다. '출판'에 관해 눈이 띄었던 것이.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직종과 분야에 눈길이 갔다. 작가들이 쓴 글이 어떤 과정을 통해 출간이 되는지 궁금했다. 더불어 글은 어떻게 맛깔나게 쓰는 건지도. 글과 출판에 대해 호기심이 넘쳐날 시점에 '나 여기 있어!' 하듯 한줄기 빛처럼 발견했던 책 쓰기 프로젝트는 간절하게 도전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하지만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기에 오랜 고민 끝에 잠시 도전을 접어두게 되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고, 더 넓은 경험을 하기 위해 낸 1년 휴학을 만족스럽게 끝낸 뒤, 앞으로의 취업도 나의 바람대로 착착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인생이 어디 내 맘대로 되게 내버려 두던가. 계획대로라면 4학년 2학기에 원하는 회사에 합격해 당당히 취업계를 내고 졸업까지 순탄하게 진행되었어야 했지만, 보기 좋게 면접에서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결국 졸업이 코 앞에 올 때까지 취업을 하지 못했던 나는, 자연스레 졸업 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도전을 할 것이냐, 100% 전공을 살려서 직종을 선택할 것이냐. 하지만, 하고 싶은 것에 배짱 있게 도전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던 나는 결국 전공을 살려 마케터 직종을 선택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하고 싶은걸 하고 살아야 해

이루고 말 거라는 확신


2021.04.12

졸업 후 1개월이 지나 시작한 첫 사회생활. 마케터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던 날이었다. 아, 더불어 브런치를 시작하게 만든 회사생활이기도 했다. 나의 브런치 매거진 ⎡도전하며 사는 삶⎦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합해 3시간 남짓 걸리는 출퇴근길 버스에서 적힌 글들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왠지 모르게 자꾸만 내가 작아졌다. 뭐든지 열심히 하면 잘할 수 있고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의 믿음이 있었지만, 어림없다는 듯 힘없는 둑처럼 무너져 내렸던 날들이었다. 누가 나를 괴롭힌 것도 전혀 아니고, 업무가 미친 듯이 밀려왔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회사를 다니며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고, 무너지고 있던 나를 발견하며 더 구렁텅이로 끌고 가던 그날의 나였다. 이렇게 술술 긴 글이 써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복잡해진 생각의 실마리들이 나도 모르게 글로 술술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눈물 콧물 짜내며 많이 울고, 글로 풀어냈던 나날들을 뒤로하고 나는 짧은 회사생활을 마무리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하고 싶은걸 꼭 하고 말겠다'는 의지. 퇴사 후 당장 꿈을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쉬지만 말고 계속 부딪히자는 다짐뿐이었다.


2021.08.12

퇴사 후 며칠 동안은 나를 괴롭히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나와의 다짐을 책임지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길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 번뜩 머리를 스치듯 생각이 들었다. '아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 바로 오랜 버킷리스트였던 '책 쓰기 프로젝트'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민 없이 프로젝트를 신청했다. 어떤 이야기들을 나의 첫 책에 담아낼지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첫 클래스 오픈날, 수업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과연 어떤 사람들과 함께 책을 쓰게 될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서로의 글을 함께 공유하고 피드백도 진행하며 책이 출간되기에 나의 글이 처음으로 엄마가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떨리기도,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렴 어떤가!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온다는데, 걱정보다는 자신감과 기대감이 더 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책 쓰기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었다. 비록 화면 너머로 비치는 얼굴들이었지만, 전달되는 그들의 기분은 모두 같게 느껴졌다. 각자의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평소 꿈꿔왔던 에세이 출판에 도전하고 싶어서, 번아웃을 극복하고 싶어서, 한 해를 남다르게 꾸미고 싶어서 등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지만 뜻과 열정만큼은 하나였기에 나도 덩달아 사기가 솟았다. 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 과연 어떤 책으로 탄생하게 될지 너무나 궁금했다.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내용으로 주제의 갈래를 잡았다. 그 시절 나를 가장 내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21살 무렵, 나에 대해 잘 몰랐던 날들이었지만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나 5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성찰하기도 했던 나날들이었기에 20대 중반까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었던 그날들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다. 서로의 사랑으로 인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친 시간들. 그렇게 나의 첫 글의 제목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사랑으로 사랑을 배웠다.'


수업은 문학적 글쓰기를 하는 법부터, 출판 시장에 대한 정보들, 흥미를 끄는 도입부를 쓰는 방법 등의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었다. 중간중간 글쓰기 미션도 주어졌다. 글을 개요에 맞게 재미있게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며 가장 중요한 어법에 대한 부분들도 익숙지 않아 어려웠지만 그래도 글을 '잘'쓰는 법에 대해 배운다는 것이 귀한 기회로 다가왔다. 어렵더라도 배워가는 과정은 매시간들이 재미있었다.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던지라 글도 술술 적어나갔다. 그동안 담아내고 싶었던 나의 성장을 글로 적어내어 보니 정말 이전과는 달리 성장한 내가 되어있음을 눈으로 확인했다.


글을 쓰면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마리들도 글로 쓰며 정리하면 가지런한 실들이 되어있었다. 그 가지런한 실들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다시 나아가야 하는지 길을 알려주었다. 이번 글쓰기 프로젝트를 하며 나는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것은 곧,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2021.12.17

약 두 달간의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니 더뎠던 시간도 훅훅 스쳐가듯 빠르게 흘러있었다. 어느새 교정 교열을 마치고 책의 디자인을 정하고 있었고, 또 몇 주의 시간이 지나 고대했던 그날이 다가왔다. 띵- 하며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책이 문 앞에 놓여있다는 문자였다. 너무나 설레어 빨리 집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함께 집필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어떻게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볼 일을 마치자마자 곧장 집으로 가 택배 상자를 뜯었다. 눈앞에서 마주한 내 이름이 적힌 책. 촉감으로 직접 느끼니 더욱 묘한 기분이 들었다. 스르륵 책장을 넘기며 그 바람에 코를 대었다. 특유의 종이 냄새가 코 끝에 닿자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건 진짜구나! 내가 적은 글의 페이지를 펼쳤다.


'사랑'으로 '사랑'을 배웠다.

-이예령-



나는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이뤘다. 그리고, 더 큰 버킷리스트를 바라게 되었다. 온전한 나만의 책을 내어보는 것. 지금의 위치에서 바라보면 한없이 먼 곳에 있는 꿈이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못할 것도 없었다. 이렇게 하나씩, 열심히, 꾸준히 하다 보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좀 더 강하게 믿어보기로 했다.

나를 다독이는 나만의 방법


나는 나를 강한 자라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다. 쿠크다스 멘털이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걱정이 많고 주위 상황에 잘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것은 확고히 있다. 10가지의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나는 그저 1개의 꿈만 보며 앞도 모르는 뿌연 안개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있어 퇴사를 했고, 퇴사 후, 꿈을 향한 첫 번째 행보로 버킷리스트인 '책 쓰기 프로젝트'를 끝마쳤다. 가고 싶은 분야로 취직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어 능력시험에도 도전해보았고, 엄마의 응원과 지지를 받아 브런치에 그동안 숨겨두었던 나의 글을 처음으로 올렸다. 나의 이야기들이 브런치 메인과 다음에 올라갈 때마다 그 뿌듯함과 기쁨의 깊이는 넘실대었고, 가족에게도 벅찬 마음으로 나의 성과를 자랑할 수 있었다.


나의 이야기에 담긴 진심이, 보는 분들에게도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항상 진심을 담아 눌러쓴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 마음이 닿는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할 것이다. 비록 속도는 더딜 수 있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또 도전해야 할 힘들을 얻어갔다. 다음 목표는 브런치 북을 완성하여 내년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번 버킷리스트를 이루면 그다음의 목표는 어떤 것이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나만의 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작가'라고 칭하기로 했다. 어쨌든 브런치에서 작가로서 진심으로 글을 쓰고 있고, 그만큼 글을 쓰는 일을 애정 한다. 무엇보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부터 작가라고 칭하지 않으면 그건 내 꿈에 대한 당당함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나의 위치를 정하는 건 결국 나이고, 행동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에, 나는 나에 대해 조금은 관대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두 번째 나의 종이책이 발간될 그날엔 또 어떤 나로 나아가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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