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령 Dec 29. 2022

브런치, 넌 내게 자신감을 주었어!

브런치 1년 차 쪼무래기 작가의 연말결산



12월 29일. 연말의 끝자락과 새해의 시작 사이에 걸터있는 오늘은 소중하고 감사한 나의 생일이다. 한 해의 마지막달이 생일이다 보니 항상 지인들로부터 축하와 새해덕담을 동시에 받곤 한다. 하루에 축하와 덕담을 동시에 듣는 것, 꽤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비는 말들과 사랑을 잔뜩 받는 생일날이면 나는 유독 한 해를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했는지, 어떤 것들을 고민하며 아파했는지, 또 어떤 것들은 앞으로 나아갔는지 말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았다. 올 해의 잘한 것, 그 생각의 끝은 당연하게도 브런치에 닿았다.


2021년 12월 23일, 반신반의하며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던 때가 생생하다. 어느새 훌쩍 1년이 지나 두 번째 12월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롭다. 1년 동안 브런치는 나에게 분명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선물했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보는 올해의 마지막 글. 브런치 1년 차 쪼무래기 작가의 연말결산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읽힌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여전히 꿈을 꾸는 것 같다.


'정말 내 글을 누군가가 볼까?'

사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었다. 정확히 하자면 '내 글이 읽힌다'라는 것 자체를 깊게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나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글을 적어내렸고, 게재했다.


'예령의 브런치'.

정말 나다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나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곳. 첫 글을 올리면서도 과연 내가 나의 색을 입혀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되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 번에 뚝딱 네 개의 글을 써 내려갔다. 오후 9시에 쓰기 시작한 글은 12시가 다 되어서야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다.


새벽에 첫 글을 게재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웠다. 다음은 어떤 글을 적을까 생각하며 눈을 감던 찰나, 처음으로 울리는 경쾌한 알람음이 캄캄한 방 안을 밝혔다.

"00님이 00 글을 라이킷했습니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문자 올 때, 팝업 알람이 울릴 때 하루에 수도 없이 듣는 알람음이지만 브런치에서 울리는 알람음만큼은 가슴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성스럽게 적어 내린 나의 이야기에 '잘 읽었습니다'라고 보답받는 듯한 신기하고도 묘한 감정이 전달되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모르던 시절, 그저 나만 아는 이야기들을 끄적이던 애틋한 글들이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읽혔다는 것이 얼떨떨했다. 생각지도 못한 감정을 선물 받는 것, 이게 바로 브런치의 묘미인 듯했다.


그날 이후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걸을 때,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를 때, 목욕을 할 때마다 어떤 글을 적을지 행복한 상상을 펼쳤다. 얼마나 시도 때도 없이 브런치와 글에 대해 생각을 했는지 꿈에서도 나올 정도였다. 브런치에서 끝도 없이 울리는 알람음 소리를 들으며 하하하하 흐뭇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를 보는 꿈. 어찌나 생생하면서도 행복하던지,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확인했을 정도였다.


내가 정말 '작가'가 된 기분.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인정해 준 '작가'라는 소중한 타이틀이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 것

작년보다는 나를 좀 더 사랑했던 올해


작년 겨울, 처음으로 '작가'라는 타이틀을 선물해준 브런치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두 번째 선물을 받았다. 내 글이 처음으로 메인에 올라갔던 날이었다.


'악!!'

화면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냅다 핸드폰을 책상 위로 집어던졌다.

"요즘 내 차 조수석이 시끄럽다"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분명 꿈에서나 일어났던 일이었는데 이게 웬걸, 바로 눈앞에서 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얼른 이 사실을 제일 기뻐할 엄마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자를 보내는 시간도 아까워 후다닥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내 글 어디에 올라갔나 봐!"

"어머, 우리 딸 글 메인에 올라갔나? 이따가 퇴근하면서 봐야겠네! 축하해!"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다. 브런치 구독과 라이킷을 알리는 알람음이 울리고, 10분 단위로 조회수가 1000 단위를 돌파했다며 알렸다.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고백이라도 받은 듯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꿈에서나 겪었던 일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 유명한 지리둥절의 짤과도 같았던 그날의 나...
글을 쓰며 오랜만에 행복했던 그 날의 흔적을 찾아냈다 :)


엄마는 그날 메인에 떠있는 내 글을 발견할 때마다 캡처해 나에게 보내셨다. 어릴 때부터 내 글을 함께 보았고, 성장하던 과정을 지켜봤던 엄마였기에 뜻깊은 결과를 보여드린 것 같아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메인에 올라갔던 글은 조회수 3만 회를 기록했다. 그저 감사하고 행복했다.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도, 브런치의 시작을 응원했던 엄마와 친구들도. 그리고, 망설임 끝에 브런치에 도전한 과거의 내 자신에게도 고마웠다.



새로운 파동으로 맘을 울리던 설렘은 나를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다. 더욱 진솔하게, 열심히 써야겠구나, 포기하지 않아야겠구나 다짐했다.


그날의 가슴 뛰던 일이 워낙 충격적이었던 탓인지 나는 그 뒤로 글을 올린 뒤 바로 브런치 알람을 확인하지 못한다. 독자분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으셨을까 하는 긴장감도 있지만 혹여나 계속해서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고 내 글을 내가 평가하고 믿지 못하게 될까 봐도 있었다. 긴장감이 풀리고 하루즈음 지난 후에야 밀렸던 알람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또 한 번 다짐한다. 좋은 글을 써야지.






1년이 지난 지금, 정성스레 꾹꾹 눌러 적은 내 글들은 정말 감사하게도 약 6만 6천 분의 독자분들께 닿았다. 2개의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올랐고, 4개의 글이 다음 포털에 올랐다. 다시 생각해도 꿈만 같은 일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고 아낄 수 있게 되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일,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넓고 작가도 많다.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 하나인 나는, 출발점에 불과한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 아니, 어쩌면 출발점에서 발을 떼지도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새로운 것, 관심 가는 것들에 있어서는 순식간에 불꽃이 튀고 한 순간에 확 식기도 하는 나이다. 그런 나를 알기에 은은하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이 글쓰기를 오래도록 꺼지지 않도록 감싸야겠다. 돌아오는 해에도 올해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그 길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길 그린다.


+ 올 한 해에도 열정적으로 적어 내리며 자신을 위로하고, 그 글이 닿는 이에게 소중한 느낌표를 선물한 모든 브런치 작가님들이 내년에도 더욱 행복한 끄적임이 되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가 된 지 일 년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