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령 Oct 03. 2024

행운을 찾는 사람

행복하고 싶어 행운을 쫒던 여름


2024년 05월 15일 14시


많고 많은 행복 속에서 행운을 찾는건
욕심인걸까? 생각이 들었다.

곁에 조용히 자리한 행복들을
잘 보살피다보면
그러다보면
선물같이 행운이 눈에 들어오게 될까 생각했다.

그냥, 규율없이 피우고 싶은 곳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클로버 속에서
행운을 찾다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여름 시작이다!' 하던 때가 무색하게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살결을 간지럽힌다. ‘올 여름 가장 많이 한게 뭐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행운을 찾아다닌것?'이라고 여지없이 답할 것이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어코 예쁜 클로버를 찾는다고 엄마와 함께 동네의 공원 잔디밭을 돌아다녔다. 엄마가 퇴근길에 소중하게 품고 온 첫 네잎클로버를 보았을 때에는 그저 우와! 하고 그만이었지만 엄마와 나선 산책길 길가 곳곳에 흩뿌려지듯 자라있던 클로버들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땅에 고개라도 박힐 듯 얼굴을 내밀고 찾던 나를 느낄 수 있었다.



행운이 뭐라고, 지니고 있는다고 나에게 큰 변화가 일어날까 싶지만서도 그 작은 잎 하나 지니고 틈 날때마다 보는게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어느새 수집한 클로버들이 나가서 팔아도 될만큼 쌓이게 되었을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많고 많은 세잎클로버들을 뒤로 두고 네잎클로버만 찾던 내 모습이, 그냥 지나치고 있을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뒤로하고 행운만 쫒는 듯해서. 어쩌면 내가 당장 나의 큰 만족감과 행복을 배로 만들어 줄 행운을 찾아 헤매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찬찬히 고개를 돌리다 아주 자연스럽게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되는 그 작은 순간마저도 행복일텐데. 네잎에 묻혀진 세잎의 꿈처럼 나의 행복을 간과하고 있었던걸까?


행복과 행운, 나에겐 항상 이 둘은 눈에 보여야만 인지할 것 같은 매우 추상적인 감정같이 느껴진다. 정말 내가 진심으로 작은 것들에 기뻐하고 행복해했던 적이 있었나? 고민해보면 많이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클로버를 따고 정성스럽게 품에 품고와, 바짝 마르길 기다리는 시간들을 거쳐 손코팅 후 모양대로 예쁘게 자르는 과정이 나에겐 여름날의 소소한 행복이었음을 깨달았다.


행복: 복된 좋은 운수

행운: 좋은 운수, 행복한 운수


결국엔 연결되어있고, 같은 의미인 두 단어가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건지. 나에게 이번 여름은 그 두개조차 느끼지 못할만큼 힘들고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도 헷갈리고, 맞게 잘 하고 있는건지 헷갈리던 퇴근길. 잘 하고 있다는 별거 아니지만 따뜻하고 힘이 되는 응원이 그립던 보통날. 어딘가 헛헛하고 무언가 텅 비어있는것만 같은 일상 속에서 나는 '찾았다'라는 작은 행위가 주는 행복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정답없는 인생이라지만, 그 막연한 불안감에 때로는 아니, 사실 항상 저 단전에서 시원-하게 끌어올려 정답을 외치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많은 행운과 행복이 내 손에 들어온만큼 내일은 내가 더 나아지기를, 조금 더 웃기를 바란다.






아, 최근에는 작사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위로'를 주제로 가사를 쓰던 중 이런 나의 여름을 녹여보고 싶다는 생각에 술술 가사를 적어나갔다. 청춘을 직역해 blue spring, 한 발 더 나아가 너무 푸르고 짙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나의 청춘 끝엔 항상 봄의 향연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blue wave'로 지었다. 마지막 가사의 온점을 찍던 그 순간,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이 작은 미소도 '행복'이라고 칭하기로 했다.


내일의 내가 행복해지길, 더 나아지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떠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