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
2025년 01월 07일
툭.
열매 하나가 굴러왔다
나는 손을 모아 그것을 들어 올린 채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툭.
이내 또 한 개의 열매
왜 아직도 날 모르냐는 듯
툭. 두둑. 투두둑
발아래를 가득 덮어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달고 쓴 냄새가 몸을 휘감았다
모은 두 손이 흘러넘치도록
좀처럼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는 요즘이다. 인지하기도 전에 눈을 따갑게 괴롭히는 모래먼지처럼 한꺼번에. 속수무책으로 몰아치는 감정들이 주체되지 않아 힘겨워했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생각하는 찰나에 또 다른 생각이, 또 다른 생각들이 덮쳤다. 마음의 여유를 터득한 사람들이 부러웠다. 앞에 닥친 행운과 불운을 스치는 바람처럼 맞이할 수 있는 여유와 단단함. 그 뒤엔 얼마나 많은 상처가 있었을까. 얼마나 긴 고뇌의 시간을 거쳤을까. 나도 그 시간 속을 헤매고 있는거라고 생각하면 잠시나마 한결 마음은 편안해진다.
퇴근하는 길에 문득 '열매'와 '나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연이어 '쉼'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여리고 흔들리는 나라는 나무와 그 가지를 촘촘히 메우는 마음과도 같은 열매, 오롯이 내가 드리우는 그늘 밑에서 내 자신이 기대 쉴 수 있는 쉼. 그리고, 내 곁을 머물다 갈 소중한 이들의 쉼.이 세 가지가 떠오른 순간 나는 메모장을 켜고 감정을 정리했다.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가 이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 스스로를 흔들어 열매를 떨어뜨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도록 혼미할 때쯤 깨달았다. 쉼. 쉼이 필요하다. 다시 올곧게 서있을 수 있도록. 바람에 흔들려도 강하게 내 열매들을 붙잡을 힘이 생길 수 있도록. 여유가 인생의 고비들을 해결하는 것들에 있어 중요한 '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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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리 생각이 많은 걸까? 그 생각들을 옥죄어 왜 나는 나를 가두는가.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걱정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몰려오는 걱정을 억지로 밀어내는 건 나에겐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 하루에 집중하고 견디며 살다가도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24시간이 모자라단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챙길 힘도 필요하고, 미래를 챙길 체력도 필요했다. 모든 걸 잘하고 싶다는 건 역시나 욕심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주어진 주말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란 걸 깨달았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적당한 나태함과 함께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해보고 싶은 건 늘 많다. 어떤 것에 오롯이 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 그 답을 찾는 것이 요즘 내가 주말 동안 갖게 되는 미션이다. 글을 쓰고, 가사를 필사하고,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것.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소중한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통기타를 배워보는 것. 금요일 또는 월요일에 연차를 내고 훌쩍 어디론가 떠나보는 것,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쓰고, 햇살 좋은 날을 즐겨보는 것. 내가 행복이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 보니 뭉뚱그려 떠올렸을 때는 몰랐는데 하고 싶은 게 제법 많은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이것들이 내가 잘 버텨낼 수 있는 열매들의 자양분이 되어줄 것인가는 나에게 달렸음을 이젠 알고 있다.
25년이 되자 마법처럼 든 생각이 있다. 나를 지키자. 이내 흩어져버릴 다짐으로 두는 것이 아닌 지켜야 하는 한 문장이자 목표로.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올곧을 수 있다면, 마음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강해질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올해의 목표를 다 이룬 셈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는 카페에 가서 이 글을 적었다. 소중한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는 것과 노트북을 켜고 어떤 말이든 쏟아내었다는 것에 나를 칭찬한다. 그렇게 나아가면 되겠지 생각하며.
ps. 각자만의 그늘이 가장 아늑한 쉼터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