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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Nov 24. 2020

독립해도 될까요.. 슬픈 20대의 단상

그럴 땐 아파트 시세를 봐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들 하니까 독립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모아둔 돈도 없고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몇 억의 빚을 갚아나갈 생각 하니 벌써 숨이 막힙니다. 막연히 '30대엔 독립하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는데 요즘 들어 갑자기 독립 두 글자가 마음에 아른거립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주변에 독립한 사람이 많다 보니 혼자 사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편안한 집에서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나이는 성인인데 생각이나 행동은 어른답지 못한 것 같아서요. 밖에 나가서 혼자 살면 어른스러워지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봤어요. 


나가살면 부지런해질까

 집에서의 저는 정말 말도 안 되게 게으릅니다. 청소도 잘 안 하고요. 먹은 거 바로바로 설거지도 안 합니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꽤 부지런해져요. 친구네 집에서 자거나, 출장 가서 혼자 숙소에 있을 때 말이에요. 끼니 꼬박꼬박 챙겨 먹고,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하고, 부지런히 빨래하고, 청소하는 저를 보니 이 게으름이 어쩌면 집에 있기 때문에 자리 잡은 걸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나를 챙겨줄 사람이 없으니까 더 부지런 떨면서 스스로를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직접 나가서 살아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요. 평생 게으르게 살던 사람이 혼자 산다고 해서 갑자기 부지런해지는 기적이 일어날 확률은 아주 낮겠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다면 아마 계속 게으를 것 같아요.


나를 가로막는 집값

 독립에 대한 의지를 자꾸 깎아먹은 건 바로 미친 집값입니다. 정말 집값이 미쳤어요… 지금 같은 추세라면 서울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일은 줄어들 것 같고, 어차피 출장을 많이 다니니까 집은 경기도 안에만 걸쳐있으면 될 거라 예상해서 부동산 어플을 깔아서 검색해봤는데 세상에…


이 많은 집 중 내 집 하나는 있어도 되는 거잖아요

 집값이 왜 이리 비싼 거래요? 집값 비싸다 비싸다 하도 들어서 비싼 건 당연히 알고 있었죠. 비싸 봤자 서울이나 서울 근교만 엄청 비싸고 다른 지역은 희망이 있을 줄 알았어요.


 서울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서울 또는 서울과 가까운 동네는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했어요. 그런데 경기도 외곽 쪽을 찾아봤는데도 5억은 우습게 넘어가더라고요. 5억이면 제가 50년을 회사에서 안 잘리고 아끼고 아껴야 갚을 수 있는 돈이라 좌절하고 말았어요. 설마 이 구석까지 비싸겠어? 하고 찾아보면 역시나 거기도 비싸고요. 하하. 


냉정하게 생각하기
물 싸대기 대신 돌아버린 시세에 처맞는 나.jpg

 부풀어가던 독립의 꿈에, 미쳐 날뛰는 집값으로 현타를 세게 맞고는 조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문제들이 과연 독립으로 해결될 것인가. 현실적으로 눈을 더 낮춰서 더 싼 집에 들어가도 만족할 수 있는가.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명확하게 아니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눈에 차는 집을 사려면 최소 4억이 필요한데, 나는 앞으로 4억을 등에 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아니).


 그래서 우선은 집에서 부지런해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현실과 타협하지만 독립에 대한 꿈은 저버리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근데 진짜 이게 말이 되는 가격이냐고…….


 전국의 민달팽이 여러분, 우리 언젠가는 꼭 마음에 쏙 드는 집 일시불로 사서 내집마련 이후의 고민을 하게 되는 날이 오길 함께 기도합시다. 저도 언젠가 집을 살 그 날을(오긴 할까요) 고대하며… 아니 다시 생각해봐도 이렇게 비싼 게 말이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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