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직빵입니다
*가벼운 우울에 대한 글입니다. 우울증에는 진료가 필요합니다.
우울은 디폴트지만
우울에는 너무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바를 못 이루면 우울하고, 원하는 걸 이루고 나서도 우울하고, 심지어 원하는 게 없어서 우울하죠. 때로는 이유 없이 우울하기도 합니다. 우울한 정서를 깔고 태어난 저는 우울은 그냥 디폴트 값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그런데 가끔 조금 심하게 우울할 때가 있어요. 내가 하는 것마다 엉망이고, 침대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만 같고, 다른 사람들처럼 1인분 하며 살아가는 게 엄두도 안 나고, 정말 말 그대로 우울에 잠겨버리는 시기죠. 여러 번 겪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걸 아니까 나올 생각 안 하고 푹 잠겨있곤 했는데요. 취직을 하고 나서는 그럴 수가 없겠더라고요. 회사는 제게 우울해할 여유를 주지 않으니까요.
우울에 반항하기
회사 탓을 했지만 사실 저는 우울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는 게 귀찮았어요. 게을러서 그냥 우울이 밀려오면 아 또 우울이 오나보다- 하고 가만히 서서 우울이 저를 덮치게 내버려 두었어요. 평소에도 우울한 편이다 보니 오히려 우울한 상태인 게 익숙하고 편해지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어요.
'우울이 나를 삼키게 내버려 두면, 우울에 빠진 동안 나는 아무것도 못 하네. 아무 의욕이 없어지니까 그냥 시간만 버리는 거구나.'
갑자기 그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시간은 빨리 흘러가버리는데, 내 인생을 그렇게 얼룩지게 둘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짐했어요. 앞으로는 우울이 오면 혼쭐을 내주리라. 내 빛나는 시간을 시시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리라.
우울할 때는 플랭크를 해보세요
그래서 우울이 오면 저는 '플랭크'를 합니다. 침대에 찰싹 붙어있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바닥에 엎드립니다. 두 팔꿈치를 땅에 대고 무릎을 세웁니다. 10초만 지나도 금방 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잡생각이 사라집니다. 그저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아 힘들다. 너무 힘들다. 진짜 정말 힘들다.' 하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죠.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싶을 때쯤 바닥에 무릎과 이마를 댑니다. 헉헉거리면서도 어떤 희열이 느껴집니다. 아 끝났다. 힘든 거 끝났다. 만약 이 때도 다시 우울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이밀려고 하면, 빨리 외면하고 다시 플랭크 자세를 잡습니다.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태산처럼 거대했던 우울은 보잘것 없어집니다. 플랭크에는 겨우 우울 따위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플랭크는 다른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어딜 가야지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척 간편합니다. 게다가 몸에도 좋아요. 가성비로 따지면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랭크를 하기 전엔 걷기도 했었는데요, 걸으면서 오히려 잡생각이 더 많아져서 집에 돌아오면 더 우울해지기도 지더라고요. 걷기에 비해 플랭크는 몸만 일으키면 되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겨우 플랭크로 없어질 우울이라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울해서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들여다볼 시간에 나를 더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른 걸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우울할 때 플랭크를 합니다. 덤으로 근육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