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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머 Dec 20. 2020

2020년, 올해의 OO은?

지극히 개인적인 연말 결산

 저의 2020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바로 '변화'입니다. 주변 환경도, 사회도, 그리고 저 자신도 많이 변했습니다. 매일이 스펙터클했지만 다 쓸 수는 없으니 가장 인상 깊었던 것만 적으며 2020년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올해 가장 큰 변화 1: 취업


 올 한 해 동안 삶의 여러 부분이 변했지만 저 개인의 수준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취업입니다. 지난 2월, 상상도 못 했던 분야에 발을 들였고 어찌어찌 연말까지 무탈히 다니고 있습니다. 업무시간 내내 좋기만 했던 것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현타도 많았지만 덕분에 매월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 주는 안정감을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제 일상을 많이 바꿨습니다. 먼저 시간입니다. 출퇴근, 업무시간, 점심시간 모두 합치면 적어도 하루에 11시간은 회사를 위해 써야 합니다. 회사를 위한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그제야 제 시간이 남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건 나중에 더 징징거리기로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달라졌습니다. 회사에서 알게 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올해 추가한 연락처는 모조리 회사 사람들의 것입니다. 사람을 상대할 때 에너지를 많이 쓰는 편이고, 그 에너지가 좀 한정적인 데다가 0에 수렴하는 양이어서 기존 지인들과의 연락이 확 줄었습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부대끼고 나면 카톡이고 전화고 다 버겁더라고요. 꾸역꾸역 답장을 해주자니 에너지가 딸려 상대와의 대화에 힘껏 집중하지 못하고, 영양가 없는 티키타카만 반복하는 것 같아서 '이럴 거면 차라리 집중할 수 있을 때 얘기하도록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올해 가장 큰 변화 2: 연애


 한 3년 간 연애를 안 했습니다.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는 중요하지 않고요.. 아무튼 연애를 안 하는 상태가 익숙하고 편했습니다. 하도 오래 안 하다 보니 '이번 생에 연애는 없나 보다' 하고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에 덜컥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연애를 하면 상대보다 '나'를 더 잘 알게 된다고 하죠. 제 텅 빈 밑바닥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용서하고 말고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더라, 몸이 멀어지면 더 잘해야 한다, 나는 생각보다 나약하다, 충분히 대화하되 어차피 이해할 수 없으니 억지로 이해하려 들지 말자, 솔직하고 싶다며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건 어리석은 행동일 수도 있다 등등 여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요.


 저는 머리도 안 좋으면서 생각은 엄청 하는 편입니다. 옛날 생각, 앞날 생각들로 머리에 쉴 틈을 주지 않는데요.  애인과 같이 있으면 때때로 다른 생각 없이 온전히 그 순간에만 몰입할 수 있더라고요.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웃긴 얘기 하면서 깔깔 웃는 시간이 좋고, 함께 걷는 아름다운 길이 좋고 그렇습니다. 



올해 가장 큰 변화 3: 차


 차는 '진짜 진짜 어른'들만 가지는 건 줄 알았는데요, 어쩌다 보니 사회에 발걸음을 떼자마자 차를 사게 되었어요. 직무상 출장이 잦아 억지로 살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돈도 못 모았지만 이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시야가 달라졌습니다. 차가 없었을 땐 멀었던 지역도 차가 있으니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었고, 편도 50km면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차를 소유하면 따라오는 각종 세금과 수리비와 소모품 비용을 생각하면... 그만 생각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올해 가장 잘한 일


 예전에 한 번 작가 신청을 했다가 떨어지고 그 뒤로 쳐다보지 않았던 브런치.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타올라서 올 가을에 다시 도전했었습니다.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린 게 지난 10월 28일이니 약 두 달 정도 했고 20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신규 작가 버프인지 메인에 몇 번 올라서 전체 조회수는 거의 30만에 가까워졌고 50분이 넘게 저를 구독해주셨습니다. 다음 메인에 걸리면 조회수가 정말 폭발하더라고요. 숫자가 훅훅 오르니까 더 신나서 글을 쓸 수 있었어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걸 잊고 있었는데 브런치 덕분에 일상에 글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쓴 날은 아무리 게으르게 보냈어도 하나도 후회스럽지 않고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공감한다는 댓글이 달리면 콩닥거립니다. 한 분 한 분 구독을 눌러주실 때마다 '이 천사 같은 분들은 어디 숨어있다가 나타나서 나를 구독해주지?' 하며 엄청 기쁩니다. 혼자 쓰면 얼마 못가 지쳤을 텐데 이렇게 반응이 있으니 자꾸 브런치를 열어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올해 가장 잘한 일은 바로 브런치를 시작한 것입니다. 브런치에 대한 글은 나중에 아예 새 글을 따로 써보겠습니다.



올해 가장 후회하는 일


 생각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그중 투탑은 '이렇게 살면 안 된다'와 '이러다 죽으면 어떡하지'였는데요. 내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살고 싶다'를 더 그려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 신입사원이다 보니 쭈그러져 있었습니다. 내년이면 2년 차가 되니 좀 더 당당하게 걷고 더 당당하게 요구하고 더 당당하게 "이건 못 해요"라고 말할 거예요.


 

올해 가장 행복했던 순간


 2020년을 열흘 남겨두고 돌아보는 지금. 올해 참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개인사들이 마음을 무너뜨렸고, 웬 바이러스는 일상을 무너뜨렸어요.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행복했던 순간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시간, 기막힌 야경을 보며 운전하던 퇴근길, 싹 치운 책상 위에서 글 쓰던 순간들(바로 지금처럼요). 특히 9월 즈음 다녔던 출장지 출근길이 벅차도록 아름다워서 행복했습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정도로요. 그런 짧고 소중한 시간들이 모여 나를 만들어갑니다. 


차 세우고 찍은 사진. 함께 보시죠


 

 



 밖에 잘 안 나가다 보니 연말이라는 실감이 잘 안 납니다. 2020년 정말 끝나는 건가? 진짜 연말인가? 얼떨떨했어요. 이렇게 나름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정리도 되고 2020년을 보내줄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낯선 것 투성이었지만 잘 버틴 저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 역시 한 해 동안 고생 참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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