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생 닭띠, 귀인을 만나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by 한정호

1969년생 닭띠.

올해 하반기부터 운이 바뀌고, 10월에는 귀인을 만나거나 뜻밖의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유튜브 도사들의 말에 나도 모르게 희망을 갖고 므흣한 마음으로 10월을 맞았다.

하지만 이미 중반을 넘긴 지금, 변한 건 없고, 며칠 전엔 술에 취해 주사까지 부렸다.


직원은 집안일로 호치민으로 가 버렸고, 새 사람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하필 그날 단체 손님에 중국 손님들까지 몰려 매장은 북새통이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무렵, 휴대폰 벨이 울렸다.

“한 사장, 나 오늘 가도 돼요? 몇 명 자리 있어요? 남은 자리만큼 사람 데리고 갈게요.”

그 날의 죄스러움도 섞여서였을까. 나는 “물론이죠. 그냥 오세요, 자리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분은 다섯 명을 데리고 오셨다. 저녁을 드시고 술 한 잔 더 하고 싶어 오셨다고 하시며 소주를 꺽지 않고 드시는 듯 했다. 단체손님들이 떠나고 나니, 그 사장님이 내게 손짓하시며 잔을 가지고 와 받으라고 하셨다. 같이 오신 분들을 소개해 주시며 조용히 말을 이어가셨다.


같이 말씀을 나누면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사장님이 나를 보시면서 말씀하신다.

“한 사장, 내가 두 가지만 꼭 말하고 싶어서 왔어요.”

“첫째, 한 사장은 너무 강해요.”

처음엔 그 말씀이 낯설었다.

그 분이 말씀을 이어 가셨다.

“베트남에 사는 한국인들, 다들 사정이 모두 달라요. 어떤 사람은 힘들고, 어떤 사람은 속으로 끙끙 앓고 있어요. 한 사장은 너무 옳고 그름에 예민해요. 그 순간의 옳고 그름에 욱하지 마요.”


그리고 다시,

“둘째,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기세요. 같이 웃고, 같이 살아가면 돼요. 화합하면서요.” 외지에 나와서 얼굴 붉히고 옳고 그름을 가릴 필요도, 내 삶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 들은 문장이 떠올랐다.

'큰 나무는 바람에 꺾이고, 풀은 바람에 눕는다.'

내가 살아오며 내 행동에 대해 후회했었을 때, 누군가의 입을 통해 내게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사장님이 훤히 바라보신 듯 했다. 내게 두 손금을 보여 달라 하셔서 보여 드리는 나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하셨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씀이 내 안으로 깊게 들어왔다.

‘지금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 — 그게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기로에 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장님이 유뷰브에서 말하던 진짜 귀인인 듯 하다.

운이 바뀌는 게 아니라, 마음을 바꾸게 만들어 주는 사람

어제 나는 진짜 귀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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