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과 일몰이 가르쳐 준, 잊고 있던 시간의 감각
오늘 저녁, 문득 밖을 내다보니 벌써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6시.
'아… 베트남도 해가 이렇게 빨리 지는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1년 내내 여름 같은 나라에도 계절의 그림자가 스며 있다는 걸.
1. ‘계절이 없는 나라’라는 착각
베트남에서 살다 보면 계절감이 무뎌진다. 기온은 늘 25~35도 사이를 오르내리고, 눈도 없고, 단풍도 없다. 한국의 사계절처럼 옷장을 정리하거나, “벌써 해가 짧아졌네” 하고 느낄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태양은 여전히 제 길을 따라 움직인다. 단지 그 변화를 우리가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2. 베트남의 태양은 어떻게 움직일까
베트남은 적도에 가깝다. 그래서 일출·일몰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하노이나 다낭, 호찌민 어디서든 해가 뜨는 시각은 대체로 아침 5시 반~6시 반, 지는 시각은 저녁 5시 반~6시 반 정도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계절에 따라 분명한 변화가 있다.
- 3~6월(건기 전반): 해가 일찍 뜨고 늦게 진다.
: 오전 5시 20분이면 이미 대낮처럼 밝고, 해는 저녁 6시 반 가까이 진다.
- 9~12월(우기 말~건기 초):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진다.
: 6시가 되어도 아직 어둑하고, 5시 반이면 벌써 어둠이 깔린다.
그 차이는 고작 한 시간 남짓이지만, 그 안에 담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3. 낮이 짧아지면 마음도 달라진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 오면, 낮의 열기 속에 묻혀 있던 ‘시간의 흐름’이 다시 드러난다. 햇살이 짧아질수록, 하루가 조금 더 아쉽게 느껴진다. 낮이 길던 시절에는 시간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해가 지는 속도가 마음을 재촉한다.
어쩌면 이런 변화가 베트남의 계절을 느끼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일지도 모른다.
4. 베트남의 ‘빛의 사계절’
한국처럼 뚜렷한 온도의 사계절은 없지만, 베트남에는 빛의 사계절이 있다.
- 1~3월의 부드럽고 희미한 빛,
- 4~7월의 눈부신 여름빛,
- 8~10월의 짙고 눅눅한 노을빛,
- 11~12월의 낮고 잔잔한 겨울빛.
기온은 거의 비슷해도 태양의 각도와 공기의 질감이 계절을 만든다. 결국 계절은 온도가 아니라 빛의 색으로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5. ‘잊고 있던 시간의 흐름’
오랫동안 더위 속에 살다 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오늘처럼 6시에 찾아온 어둠 속에서 나는 다시 계절의 존재를 느꼈다.
베트남에도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 있고, 그 안에는 느리게 변하는 삶의 리듬이 있다. 계절은 늘 우리 곁에 있었는데, 단지 내가 너무 바쁘게 살아 그 변화를 잊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이 영상을 보시면 베트남의 풍부한 하늘과 자연 풍경을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일상] [베트남 풍경]베트남에도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