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의 차이, 한국과 베트남을 갈라놓다

‘괜찮을 거야’와 ‘한 번만 더 확인하자’ 사이의 간격

by 한정호

베트남에서 일하다 보면, 언제나 비슷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일이 거의 끝나가는데, 누군가는 갑자기 자리를 뜨고, 검수 단계에서 ‘괜찮아요’ 한마디로 마무리된다. 그 결과를 보면 대체로 나쁘진 않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미완성의 느낌이 남는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마지막 확인’이 빠진다.

이게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한국인은 일을 ‘완성’으로 끝내지만, 베트남인은 일을 ‘흐름 속의 한 과정’으로 여긴다. 즉, 끝보다 ‘지금까지’가 더 중요하다. 이 차이는 사람의 성격을 넘어 국가적 품질 시스템에도 반영된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한국과 베트남의 불량률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트남의 공장은 속도를 중시하고, 한국의 공장은 마무리를 중시한다.


둘 다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품질의 차이는 결국 ‘끝까지 보는 눈’에서 생긴다. 그리고 나는 그 차이를, 수많은 납품 일정과 QC(품질검사) 보고서 속에서 배웠다. 베트남의 근로자들은 성실하고 손이 빠르지만, ‘마지막 1%’의 확인 과정은 늘 약하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이 한국의 “한 번만 더 보자”를 이긴다. 그 말 한마디가, 불량률의 그래프를 갈라놓는다.


1. 속도를 중시하는 문화

베트남의 산업 현장은 ‘정확성’보다 ‘속도’가 우선이다. 일을 빨리 끝내는 사람은 칭찬받고, 꼼꼼히 확인하는 사람은 느리다는 평을 듣는다. 그 속에는 오랜 세월 ‘성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온 사회 분위기가 깔려 있다. 즉, 완벽하게 맞추는 것보다 일단 끝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공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Nhanh lên!(빨리요!)”이다. 품질보다 납기가 먼저고, 완성도보다 속도가 실적이다.

이건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한국도 산업 초기에는 같은 길을 걸었다. 다만 우리는 그 단계를 지나며 ‘빠름’보다 ‘정확함’을 배웠다. 베트남은 지금 그 변곡점에 서 있다.


2. 책임의 경계가 모호한 조직문화

한국에서는 '내가 맡은 일은 내가 끝까지 본다'는 의식이 강하다. 반면 베트남에서는 일의 소유권이 불분명하다. 한 사람이 일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이 이어받고, 결과가 어중간해도 “팀 전체의 일”로 여긴다.

이런 문화는 장점도 있다. 서로 도와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문제가 생겨도 누구 하나 크게 다치지 않는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하다. 최종 확인자 부재, 그리고 책임의 흐림. 결국 ‘누가 끝까지 본다’는 개념이 사라진다. 그래서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 일은 누가 책임지고 마무리 할거야?”

그 질문 하나가 현장의 품질을 바꾼다.


3. ‘괜찮을 거야’라는 낙관의 문화

베트남 사람들은 긍정적이다. 어떤 실수가 생겨도 “Không sao đâu(괜찮아요)”라고 말한다. 그 말에는 책임 회피가 아니라, 관계의 유연함이 담겨 있다. “괜찮아요”는 문제를 덮자는 말이 아니라, '서로 불편해하지 말자'는 정서적 완충장치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이 낙관이 위험하다. 조금의 틀어짐이 결국 불량품을 낳고, ‘괜찮을 거야’가 반복될수 품질은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매장에서 퇴근 전에 늘 같은 말을 한다.

“정리 제대로 됐는지 한 번만 더 보자.”

그 말은 상대를 의심하자는 뜻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자는 제안이다.



4. ‘마무리’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마지막 확인, 끝까지 보는 습관, 이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래서 교육이나 매뉴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습관이 자리 잡아야 한다. 한국이 산업화를 이룬 뒤 가장 먼저 배운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다시 확인하라”는 말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내 일이 끝났다’는 자존심의 표현이었다. 베트남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도 이 ‘마지막 1%의 태도’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건 단순히 생산 라인의 문제가 아니다. ‘끝을 본다’는 사고방식이 서로 다른 것이다. 한국인은 결과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하고, 베트남인은 과정 속에서 관계를 지키려 한다. 그래서 하나의 일을 끝내는 방식이 다르고, 결국 그 작은 차이가 일의 완성도를 바꾼다.


나는 이제 그 차이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 대신, ‘괜찮을 거야’‘한 번만 더 확인하자’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함께 일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습관은 배울 수 있다. 서로의 방식을 조금씩 닮아갈 때, 비로소 ‘좋은 제품’이라는 결과가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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