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멈추면 가려움이 오는 베트남 남부

베트남 남부의 건기는 달력보다 몸이 먼저 안다

by 한정호

베트남 남부, 건기가 시작되었다. 건기가 시작되면 민감한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비가 멈추고 공기가 가벼워지는 순간, 이상하게 밤에 몸이 가렵기 시작하는 것이다.

등과 팔, 허벅지 안쪽처럼 평소 신경 쓰지 않던 부위가 욱신거리듯 가렵고, 긁다 보면 열이 올라 결국 찬물 샤워를 하고서야 겨우 잠에 든다. 알러지 약을 먹는 날도 잦아진다. 이런 변화는 특별한 질병이라기보다 남부 건기가 시작되며 나타나는 환경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현상에 가깝다.


1. 습도가 떨어지면서 ‘피부 방어막’이 무너진다

우기 동안 베트남 남부는 늘 습하다. 피부는 땀과 습기에 익숙해져 있고, 자연스럽게 수분을 유지한다. 하지만 건기가 시작되면 상황이 바뀐다.

낮에는 햇볕이 강해지고, 밤에는 바람이 불며 공기가 마른다. 그 결과, 피부 수분은 빠르게 증발한다. 문제는 겉으론 땀이 나는데, 속은 마르는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이때 피부 장벽이 약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히스타민 반응이 일어나 가려움이 시작된다. 특히 등, 팔 바깥쪽, 배 옆, 허벅지 안쪽 등 땀과 마찰이 반복되는 부위가 먼저 반응한다.


2. 낮과 밤의 체온 차이가 커진다

건기 초입의 특징 중 하나는 낮은 덥고, 밤은 의외로 서늘해진다는 것이다. 낮에는 강한 자외선과 고온이었던 것이, 밤이 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이 형성되고 선풍기, 에어컨을 사용하면 온도차이는 더 심해진다. 이 온도 차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한다. 그 결과 밤에 갑자기 가려움, 두드러기, 몸살 같은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이유는, 체온이 떨어지고 혈관이 확장되어 가려움 신호에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3. 먼지, 꽃가루, 미세입자가 늘어난다

우기에는 비가 공기를 씻어준다. 하지만 건기가 시작되면 다르다. 공사장 먼지와 도로의 미세 입자, 식물 꽃가루 등이 공기 중에 오래 떠 있다가 피부와 호흡기로 직접 들어온다. 낮에는 괜찮다가도 밤에 샤워하고 누우면 갑자기 가려운 이유도 하루 종일 쌓인 자극이 그때 반응하기 때문이다.


4. 베트남 남부 건기 때 흔한 몸의 신호들

사람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건기 초입에 흔히 겪는 신호들이 있다.

가. 밤에 갑자기 심해지는 피부 가려움

나. 이유 없는 잔두드러기

다. 눈, 코, 목이 건조해짐

라. 입술 갈라짐

마. 자다가 긁어서 잠이 깨는 현상

바. 찬물 샤워를 해야만 진정되는 느낌

이런 증상들은 '내 몸이 이상하다'기보다는, 환경이 바뀌었는데 몸이 '아직 적응 중'이라는 신호다.


5. 현실적인 대응 방법 (남부 생활 기준)

가. 밤에 너무 찬물만 쓰지 않는다. 찬물 샤워는 즉각적인 진정 효과는 있지만, 오히려 피부를 더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 짧게 찬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나. 바디워시, 비누를 줄인다

건기 초반에는 과한 세정이 독이다. 비누 등은 하루에 한 번만 사용하고, 가능하면 저자극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세정을 하는 부위도 등과 팔은 손으로만 가볍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이 때는 '깨끗함'보다 '보호'가 우선이다.

다. 샤워 후 3분 안에 보습

남부 건기에는 보습 타이밍이 중요하다. 물기가 마르기 전, 가벼운 로션이라도 바로 바르는 것이 좋다. 끈적이는 게 싫다면 젤 타입이나 알로에 계열도 충분하다.

라. 선풍기·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지 않는다. 밤에 가려움이 심해지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바람은 벽이나 천장으로 향하게 하여,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등과 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마. 알러지 약은 ‘임시방편’으로만

증상이 심하면 약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매일 먹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며칠 정도만 복용하고, 동시에 생활환경을 조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베트남 남부의 건기는 겉으로 보면 쾌적해 보인다. 하지만 몸에는 꽤 급격한 변화다. 요즘 밤마다 등을 긁고, 찬물 샤워를 하고, 약을 먹으며 잠드는 사람이라면 그건 나약해진 게 아니라 환경 변화에 정상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덜 부담스러울 것이다. 조금만 몸을 덜 자극하고, 조금만 보호 쪽으로 방향을 틀면 몸과 마음이 좀 더 편안해 질 것이다.


한국에서도 알러지가 있어 겨울 환절기가 되면 고통스러워 했는데, 이 열대기후인 베트남에 와서도 민감하게 구는 걸 보면 나 피부도 참 나처럼 민감한 놈인 듯 하다. 언제쯤이나 무뎌질까? 몸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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