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먼저 받았느냐, 나중에 받느냐의 차이
베트남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배달 서비스의 품질이 이상할 정도로 들쑥날쑥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같은 배달원, 같은 거리, 같은 음식인데 어떤 날은 완벽하고, 어떤 날은 사고가 난다. 특히 이상한 건 이거다.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음식을 카운터에 놓고 가버린다거나,
연락도 없이 음식을 안 주고 사라져 버린다거나,
심지어 음식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경우까지 있었다.
처음엔 나도 이걸 단순히 '배달원 성격 문제', '책임감 부족', '서비스 마인드 부족'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사례가 쌓이면서, 패턴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사고는 대부분 ‘선결제 주문’에서 발생한다.
선결제 vs 현금결제
고객 주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 고객이 미리 송금하는 경우 (전자결제)
- 고객이 직접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 (현금결제)
이상하게도 문제가 생기는 건 거의 항상 선결제 주문이다.
음식 전달 안 됨, 연락 두절, 말도 없이 아파트 카운터나 호텔 로비에 그냥 두고 감, 심지어 배달 안 된 음식이 회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현금 결제 주문에서는 사고 확률이 확연히 낮다.
'왜 그럴까?'
돈의 흐름을 보니 구조가 보였다.
■ 선결제 구조
선결제 구조에서는 이렇게 된다.
- 고객 → 매장에 돈 미리 송금
- 매장 → 배달원에게 배달비 지급
- 배달원 → 고객에게 음식 전달후 대금 수령
이 구조에서 배달원 입장은 이렇다. 이미 매장은 돈 받았고, 나는 배달비도 받았다. 내가 안 해도 큰 손해 보는 구조는 아니다. 즉, 배달원이 느끼는 심리는 이거다. '이미 내 몫은 끝났다.' 이 순간부터 배달 서비스는 ‘책임 있는 업무’가 아니라 ‘해도 되고, 안 해도 큰 일은 아닌 일’이 된다.
■ 현금 결제 구조
반대로 현금 결제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배달원 → 고객에게 돈 받아야 함
배달원 → 상품 대금에서 자기 배달비 떼고 매장에 선 지급
이 경우 배달원 입장은 이렇다. '내가 배달 안 하면, 내가 손해다.'
그래서, 고객을 기다리고 전화하고, 위치 다시 확인하고 못 만나면 다시 연락한다.
서비스 마인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손해 보는 쪽이 본인이기 때문에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건 서비스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나는 자 이렇게 생각했다.
'저 배달원 왜 저렇게 무책임하지?'
'베트남 아직 멀었어. 요즘 애들 서비스 마인드가 너무 없어'
하지만 실제로는,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다. '책임이 누구에게 걸려 있느냐'의 문제다.
선결제 구조에서는, 고객 손해, 매장 이미지 손상이 있지만, 배달원은 큰 손해 없다. 반면 현금 결제 구조에서는, 배달원 본인이 손해를 본다. 그래서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즉,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시스템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현장에서 특히 더 잘 드러나는 이유
이 구조는 사실 어느 나라나 통하는 이야기지만, 베트남에서는 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왜냐면 베트남 사회는 전통적으로, 개인 책임보다 상황 책임, 시스템보다 관계, 규칙보다 유연성이 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내 몫은 받았다'는 순간, 그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내 일 아님’이 된다. 문화적으로 자연스러운(?) 판단 구조다. 결국 배달 사고의 본질은 이것이다
배달 서비스 품질은, 사람의 인성보다 돈의 흐름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누가 손해를 보는 구조인가?'
'누가 책임을 지는 구조인가?'
'누가 마지막까지 신경 써야 하는 구조인가?'
이 세 가지가 정해지는 순간, 서비스 품질은 거의 자동으로 결정된다.
매장 운영자 입장에서 얻는 결론
이건 도덕 교육만으로 해결 안 된다. 배달원에 '책임감 가져라', '서비스 잘 해라' 이런 말들은 큰 의미가 없다. 사고 나면, 누가 손해 보는 구조인가를 먼저 확인하고 배달 회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배달원이 달라서 사고가 나는 게 아니라, 배달원이 ‘책임질 이유가 없는 구조’라서 사고가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