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이 모이는 곳
아침 시장은 하루를 여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삶을 펼치는 곳이다. 반면, 저녁 시장은 조금 다르다. 하루를 마친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곳이다. 오늘 퇴근길,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거리에 펼쳐진 재래시장을 찍었다. 아침 시장이 ‘생산자의 공간’이라면, 저녁 시장은 분명히 ‘소비자의 공간’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가는 사람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공사 현장에서, 가게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버텨낸 사람들이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이곳에 잠시 멈춰 선다.
퇴근길 재래시장은 늘 바쁘다. 하지만 아침 시장과는 다른 종류의 바쁨이다. 아침이 준비의 분주함이라면, 저녁은 피로를 안은 채 움직이는 바쁨이다. 오토바이 위에 헬멧을 쓴 채 한 손에는 봉투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저녁 반찬을 고르는 사람들. 누군가는 오늘 집에서 국을 끓일 것이고, 누군가는 튀김 몇 개로 저녁을 때울 것이고, 누군가는 퇴근길 맥주 한 캔을 위해 안주를 고르고 있을 것이다.
저녁 시장의 얼굴에는 아침처럼 환한 생기 대신 하루를 다 쓴 사람 특유의 표정이 있다. 조금 지쳐 있고, 조금 무표정하고, 그래도 어딘가 안심한 얼굴. ‘이제 집에 간다’는 표정들이다.
노점 위에 놓인 음식들은 아침 시장의 채소보다 훨씬 즉각적이다. 손질된 고기, 이미 튀겨진 반찬, 바로 먹을 수 있는 간식들. 저녁 시장은 말 그대로 '오늘을 마무리하는 음식들'의 집합소다.
아침 시장이 삶의 기반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저녁 시장은 삶의 리듬을 보여준다.
이 도시 사람들이 몇 시에 퇴근하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얼마나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마치는지. 저녁 시장은
경제 지표보다 훨씬 정확하게 도시의 체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렇게 피곤한 시간인데도 시장에는 여전히 웃음이 있다. 상인이 손님을 대하는 말투는 여전히 부드럽고, 손님은 피곤한 얼굴로도 흥정을 한다.
아침 시장이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공간이라면, 저녁 시장은 '오늘도 살아냈다'는 공간 같다.
나는 저녁 시장을 보면서 이 도시가 왜 쉽게 지치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들이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삶을 직접 챙기기 때문이다. 집에 가기 전, 누군가를 위해,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해 저녁 한 끼를 직접 고르는 행위. 그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두 시장 사이에 이 도시 사람들의 하루가 그대로 놓여 있다.
참조 10화 재래시장이 보여주는 베트남 (아침 재래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