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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8. 2024

현금정산은 주인 몫

베트남 정산 차액이 항상 '0'

 매장에서 금전 등록기를 사용하고 나면 수시 또는 일 정산을 하게 되는데, 매출과 현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베트남은 베트남 동화 화폐단위가 커서 잔돈 때문에 차액이 발생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1,000동, 2,000동 단위의 거스름은 고객이 무시하고 안 받는 경우도 많고 거꾸로 매장에 잔돈이 부족에 적게 드릴 수도 있다. 식당의 경우에는 고객들이 팁이라고 거스름 돈을 안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우리 편의점 매장과 한식당의 일 정산 현금 차액은 항상 ‘0’이다. 왜일까? 식당의 경우는 고객이 팁이라고 건네는 것에 대해서는 직원들끼리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기 때문에 현금이 조금 모자라면 자기들끼리 채워 놓기도 할 수 있으니 차액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현금 차액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주인이 영업시간 내내 금전 등록기를 지키고 현금 수납을 맡는다면 모를까. 하지만 베트남에서 현실은 그렇다.

 매일 저녁 두 매장으로부터 일정산 자료를 메신저로 보고 받는다. 실제 현금과 매출, 지출내역, POS 차액 등이 적힌 간단한 Excel 파일을 모바일로 캡처해서 보내오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는 매출 자료만 딸랑 하나 보내왔다. 아무런 메시지도 없이. 30여분을 기다려 주었다가 ‘오늘은 왜 현금 잔액과 POS 차액에 대한 보고가 없냐’고 보내자 그제야 ‘오늘 현금 231,000동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만약 물어보지 않았다면 그날도, 그다음 날도 보고 없이 그냥 모른 척 지나갔을 것이다. 상사가 모르고 지나가면 다행이고, 만약 들통이 나면 “아… 실수”라고 답변하고 그만인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런저런 핑계를 둘러대기도 하면서 과오를 무마하려 한다.

 베트남 직원들에게 “살아가면서, 일을 하면서 실수나 잘못은 수도 없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정확히 보고하고 다음에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개선하고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다. 하지만 그 말은 들을 때뿐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정말 큰 벌을 받는가?’ ‘책임소재가 명확해지면 그 당사자는 큰 화를 입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소한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도 본능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에 놀랍기까지 하다. 한국인의 집요하고 철저한(?) 분석과 지적에야 겨우 입을 꾹 닫을 뿐이다. ‘언제쯤에야 이 사람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까?’ 베트남에 처음 온 이후 해로 20년이 되었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몇 년씩 같이 근무하고 가르쳤던 매니저들이 몇몇이 지금은 먼저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건 자기가 관리를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미안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것을 보면서 일말의 희망은 가져 본다. 

 

 아직은 내가 항상 주시하고 지적하고 다시 검사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종종 아침에 먹으러 가는 쌀국수 가게의 주인이 몇 명의 직원들과 일을 하면서도 절대로 손님의 계산만은 자기가 하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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